우리 주변에는 이른바 '덕후'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덕후란, 어떤 분야에 몰두해 전문가 못지않은 열정과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불린다. 또한 이 '덕후'들이 좋아하는 분야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일을 '덕질'이라고 한다. 애니메이션 덕후, 화장품 덕후, 뮤지컬 덕후 등 다양한 분야의 덕후들이 있겠지만 오늘 기자는 '아이돌 덕후'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사실 타분야에 관해선 잘 모르겠지만 일단 '아이돌 덕후'들은 굉장히 편협한 시선을 받고 있다고 느껴진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것은 그저 '시간, 돈, 에너지 낭비'일 뿐이라고 단정 짓는 사람들이 항상 끊임없이 지적하고, 지금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이든, 자주 사용하는 인터넷이든 어느 곳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안 좋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중요한 할 일을 제쳐두고 우선순위를 아이돌에 두거나 무리하게 소비하는 모습, 혹은 남에게 피해를 끼치며 덕질하는 사례를 겪었거나 들었을 지도 모른다. 이런 사례들을 책임질 수 있고 감당할 수 있다면 괜찮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덕질을 조금은 자제할 필요가 있겠다. 여기까지 읽어선 덕질은 '해서는 안 되는 것' 혹은 '자제해야 할 것'으로 여겨질 것이다. 하지만 좋은 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우선 기부 활동을 예로 들 수 있다. 지난 4월, 강원도 속초와 고성 일대에 커다란 산불로 피해 입은 주민들에게 전국에서 도움의 손길이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지진,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 피해를 입은 지역에도 마찬가지다. 그중, '아이돌' 혹은 '아이돌 팬덤' 명의로 구호물품이나 성금을 기부한 팬들의 도움도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한다. 이외에도 아이돌의 고교나 고향의 지역단체에도 기부하며, 지역 아동 센터나 보육원 같은 시설엔 아이들을 위해 가수 앨범을 기부하기도 한다.
 기부와 함께, 팬들이 모여 단체로 봉사 활동을 다녀오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유기견보호소, 지역아동센터 등 먼저 누군가를 돕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한 일이 해당 가수와 그 팬의 이미지까지 좋게하는 상생관계를 갖게 한다.
 또한 덕질의 선한 영향은 진로를 찾을 수 있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도 영향을 받았다. 우리는 보통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 있는 것을 계기로 진로를 찾아가기 마련이다. 기자는 진로에 대해 걱정은 있었지만 뭘 해야할 지, 무슨 일을 좋아하는 지도 몰랐다. 때문에 기자도 좋아하는 것과 관련지어 생각했고 지금 신문방송학 전공을 택하게 됐다. 이는 아이돌 덕질 외 타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웹툰 작가로,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은 공연기획 쪽으로,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은 드라마 작가로 등. 덕질 '덕'분에 하고 싶은 일을 찾은 셈이다. 물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지만 진로를 고민해 볼 수 있게 도와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느낀다.
 덧붙여 아이돌이 입었던 옷이나 음식을 먹었던 가게, 사용한 물건들을 따라서 소비하는 팬들도 존재한다. 특히 음식점은 국내 팬들뿐만 아니라, 해외 팬들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아이돌이 방문했던 곳들을 차례로 다녀오기도 한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브랜드나 상품도 아이돌이 사용하면 불티나게 팔리기도 한다. 이는 경제활동에도 나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뜻하는 '오타쿠'에서 기원된 '덕후'라는 단어가 지금도 사람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덕후에 대한 색안경을 벗어버리고,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여지길 기원한다.
 

홍민지 기자 ghddl99@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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