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지 고양이에게 관심이 있다면 '캣맘'이라는 단어를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캣맘(Cat Mom)이란, 주인 없는 길고양이들에게 사료를 먹이거나 자발적으로 보호 활동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로,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버려진 불쌍한 길고양이들을 보호하는 부모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언뜻 보면 누구나 다 긍정적으로 바라볼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만은 않다.
 지난해 11월 인천시 한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서 30대 남성이 60대 여성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여성은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캣맘이었고, 남성은 그 행동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자주 실랑이를 벌여오다 폭행 사건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 소식은 각종 매체로 퍼졌는데 반응은 의외였다. 폭행 피해자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평소와 달리 "그만큼 쌓인 게 많았다는 거겠죠", "고양이 말고 사람도 좀 배려해 주시길" 식의 반응이 주류를 이뤘기 때문이다.
 이렇듯 매년 캣맘에 대한 갈등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떠한 생각과 입장으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 하고 있는 것일까.

 

 캣맘은 존재해야 한다!
 길고양이들이 돌아다니면서 쓰레기를 뒤져 더럽히고, 주변 화단이나 물건을 망가뜨리는 등의 이유로 캣맘의 행동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제공해 쓰레기를 뒤지지 않게 하고, 휴식 공간을 마련해 다른 장소에 피해를 주지 않는 등 앞서 나타난 내용들은 '캣맘'이라는 존재를 통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또한 캣맘은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 사업인 TNR 사업을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게 도와준다. TNR 사업은 포획(Trap)·중성화 수술(Neuter)·방사(Return)의 약자로 길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 수술을 시킨 뒤 다시 그 장소에 풀어주는 것을 뜻한다. 중성화 수술을 받은 고양이는 발정이 오지 않아 발정 울음소리를 내지 않게 돼 영역 다툼도 덜 하게 되며, 새끼를 낳지 않아 개체 수 증가를 막아준다. 이 사업의 중요한 첫 번째 단계인 '길고양이 포획'에서 캣맘들은 큰 역할을 한다. 그들의 행동이 길고양이들을 모아 손쉽게 사업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길고양이를 꺼려 하는 단순한 이유들이 캣맘들의 활동으로 상쇄시키는 효과를 낸다.
 우리대학 반려동물산업학과 A 씨는 "모든 것이 인간의 전유물도 아닌데, 모두와 서로 공존하며 지내야 한다. 캣맘 활동을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기적인 것 같다"며 비판했다.

 

 캣맘은 사라져야 한다!
 TNR 사업을 통해 길고양이들의 울음소리가 줄어들고 개체 수 증가를 줄일 순 있지만, 그 효과는 어디까지나 사업이 이뤄지는 해당 지역일 뿐이다. 특히 전국에 있는 길고양이 수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애초부터 캣맘 활동은 의미가 없다고 평가절하 하는 시각도 있다.
 고양이는 단 두 마리의 암·수컷만 있어도 1년에 수십 마리씩 새끼를 낳는다. 캣맘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캣맘이 주위에 있는 많은 길고양이를 모아 TNR 사업의 첫 번째인 포획 단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번식력이 뛰어난 고양이 개체 수 증가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캣맘들은 먹이와 보금자리 마련에 신경을 쓰지만 정작 화장실은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길고양이들의 배설물은 그 지역 주민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 돼 버린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 수도권 30개 아파트 어린이 놀이터 모래를 검사한 결과, 일부 놀이터 모래(33.3%)에서 대장균이, 전체 놀이터에서 일반 세균이 다량 검출돼 위생상태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배설물을 땅에 파묻는 습성을 지닌 고양이들이 많아지면서 지역 놀이터나 화단에 그 피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우리대학 국어교육과 B 씨는 "집 근처를 돌아다닐 때면 흙 속에서 올라오는 배설물 냄새 때문에 얼굴이 저절로 찡그려진다. 고양이들을 위한 활동도 중요하지만, 그로 인해 나타나는 지역 주민들의 피해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길고양이는 현대 도시에서 사람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동물 중 하나로, 이에 대해 긍정 또는 부정적 시선 모두 갖고 있다. 언제부턴가 갑작스럽게 자주 보이는 길고양이들이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증가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대로 방치하고 꺼리기만 한다면, 많은 갈등과 더불어 앞으로 나타날 문제들은 해결할 수 없다. 때문에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고 인간과 동물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따라 지난 2013년 5월 서울에서는 소방서, 경찰서 등 공공기관 인근에 캣맘이 먹이를 줄 수 있는 '길고양이 급식소'를 최초로 설치해 눈길을 끌었다.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에 대해 처음에는 동네 길고양이가 더 증가할 거라는 우려가 컸지만, 주민 간 갈등은 점차 누그러졌다. 서울시는 2년마다 '길고양이 개체 수'를 추산하는데 2013년 25만 마리에서 2015년 20만 마리, 2017년 13만 9천 마리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길고양이 급식소는 각종 동물단체와 전국 지자체가 벤치마킹한 결과, 현재 국내 700여 곳으로 확대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지난 5월에 행해진' 2019 길고양이 중성화의 날(TNR DAY)' 행사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2016년부터 진행된 이 행사는 민원 대응 위주로 돌아가는 행정기관의 TNR을 보완하기 위해, 도심 길고양이 개체 수를 조절하는 협력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서울 외에도 전주, 제주등 전국적으로 고양이 중성화 수술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길고양이와 공존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는 그저 기분 나쁜 '길고양이'가 아닌, 소중한 생명의 일부로, 부정적인 인식부터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길고양이 문제를 수수방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해결책 마련에 나서길 바라본다.

 

▲ 거리를 떠돌아 다니며 먹이를 받아 먹는 고양이들을 우리는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사진 : 임채린 수습기자

 

강예진 수습기자 rkddpwls7788@wku.ac.kr
서민주 수습기자 fpdls0719@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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