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스펙공화국이다. 영어단어 Specification의 줄임말인 '스펙'은 취업을 위해 필요한 학력, 학점, 토익 점수 등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필수적 요소를 일컫는 말로, 지난 2004년 국립국어원 신어 자료집에 처음 등록되었다. 좋은 스펙에 대한 집착은 취업시장을 넘어 이제 대학 입학에도 그 위세를 떨치고 있다. 올해 초 명문대 의대 진학을 위해 훌륭한 입시 코디 선생님을 찾아 과외와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는 일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다. 불행히도 좋은 스펙 쌓기를 위한 애타는 노력은 일부 구직자나 수험생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이쯤 되면 대한민국 전체가 스펙강박증에 사로잡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 해 전 서울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이던 한 학생이 교내 대자보를 통해 "국가와 대학은 자본과 대기업의 '인간 제품'을 조달하는 하청업체"라며 스펙을 강요하는 비뚤어진 우리 사회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좋은 학력, 더 나은 학점, 더 높은 토익 점수, 더 많은 자격증을 위한 경쟁적 스펙 쌓기의 열풍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생들은 스펙이 높으면 높은 대로, 낮으면 낮은 대로 불필요한 스펙 쌓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정작 본인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왜 하고 싶은지, 그 꿈을 어떻게 이룰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엔 대답을 하지 못한 채 스펙 수집에 여념이 없다. 인생의 목적과 꿈을 이루기 위한 전략은 부담스럽고 불필요하다고 느낀다. 많은 학생들은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는 자격증과 그럴싸하게 포장할 수 있는 대내외 활동을 본인의 스펙에 추가하기 바쁘다. 대학에선 자연스레 쉽고 편하게 학점을 딸 수 있는 강의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다. 무엇을 배우고, 어떤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없다. 자격증을 주는 것도 아니고, 이력서에 한 줄 넣을 수 없는 창의적 도전은 불필요한 시간 낭비가 되어버렸고, 인문학적 사고와 논리적 표현능력을 기를 수 있는 활동들은 투자한 시간과 노력에 비해 당장 손에 잡히는 결과가 없어 보이니 자연스럽게 회피하게 된다.

 그렇다면 쉽게 편하게 맹목적으로 쌓아올린 스펙이 과연 우리가 살아가는데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는가? 목적과 전략이 없는 맹목적 스펙 쌓기는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 학대이다. 자신의 적성에 맞고 자신의 가치를 추구하는데 도움이 되는 자기 계발이야말로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원동력이며 진짜 스펙이다.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채 '묻지 마 식'의 스펙 수집에 열중하기 보다는 실력 향상을 위한 진짜 스펙 쌓기를 하고 있는지 한 번쯤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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