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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마음으로] 끝말잇기 놀이 : 여로→노장?, 여로→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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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10  22: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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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자 메시지의 출현도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카톡,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수많은 정보가 오가고 있다. 이러한 때 지인들끼리 가상공간에서 구어체로 대화를 나누는 상황이 많아지게 된다. 앞으로 몇 주에 걸쳐 한 번 알아두면 유용하게 쓰일 몇몇 형태들을 알아보기로 한다. /편집자

 

   
 

 

  수년 전 TV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모았던 끝말잇기 놀이는 사실 규칙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끝말잇기 놀이를 실제로 해 보기로 하자.

 (1) 심려→여로→노장→장녀→여성→성냥→양심→심란→난리→이장…

 (2) 심려→여로→오기→기녀→여성→성냥→양심→심란→안정→정량…

 (1)이 정상적인 패턴임을 금세 알 수 있다. 그런데 당시 끝말잇기 놀이에는 약간의 반칙이 ― 프로그램마다 다를 수 있지만 ― 허용된 것으로 안다. 바로 (2)의 밑줄 친 부분에서 규칙을 잘못 정하는 바람에 다른 길로 가 버렸다. '여로'에서는 'ㄹ' 뒤의 모음이 'ㅑ, ㅕ, ㅛ, ㅠ, ㅣ'가 아니기에 '노'로 받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심란'에서도 'ㄹ' 뒤 모음이 'ㅑ, ㅕ, ㅛ, ㅠ, ㅣ'가 아니기에 '난'으로 받아야 한다.
그 이유를 찾아가 보자. 우리말에서는 단어의 첫머리가 아닌 이상 한자음은 자전(字典)에 있는 음을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 (3), (4)에는 우리가 아는 두음법칙 관련 단어들이 나열되어 있다.

 (3) 가. 경로, 신라, 선량, 동리, 주력, 공룡, 상륙, 광한루
     나. 노인, 나열, 양심, 이장, 역기, 용궁, 육지, 누각

 (4) 가. 남녀, 당뇨, 결뉴, 은닉
      나. 여자, 요도, 유대, 익명

 지금은 다소 무뎌졌지만 'ㄹ'은 어두에 놓일 수 없다는 제약이 있다. 외래어가 범람하면서 '라디오', '라면', '라일락' 등을 글자그대로 발음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예전 어르신들의 발음은 '나지오', '나면', '나일락' 정도였다). 그렇다고 'ㄹ'이 어두에 올 수 없다는 제약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아직도 우리는 '로인', '량심', '리장', '력기'라 발음하지 않으니 말이다. 앞으로 새로이 만들어질 말들은 웬만하면 어두 'ㄹ'도 발음하게 되겠지만 기존에 습득된 한자어는 어쩔 수가 없다.
  'ㄹ'로 시작하는 한자어는 환경에 따라 초성이 'ㄴ'으로 바뀌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한다. 또 'ㄴ'으로 시작하는 한자어도 환경에 따라 초성 'ㄴ'이 없어지기도 한다. (3가)에 제시된 '경로(敬老)'의 한자 '老(로)'는 (3나)의 '노인(老人)'에서도 확인된다. 그런데 '로인'으로 적는 것이 아니라 '노인'으로 적는다. 즉 첫머리에서는 '노'로 실현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두음법칙이다. '선량'의 '량(良)'은 '양심'에서와 같이 첫머리에서 '양'으로 실현된다. 마찬가지로 (4가)에 제시된 '남녀'의 '녀(女)'는 (4나)의 '여자'에서와 같이 첫머리에서 '여'로 실현된다.
  학교의 사투리는 무엇인가? 십여 년 전 타계한 개그맨 김형곤은 '학교'는 다니는 것이고 '핵교'는 댕기는 것이라 했다. '교장' 선생님을 '조장' 선생님이라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분들은 '학교'는 다니는 것이고 '학조'는 댕기는 것이라 말한다. 여기에서 학교의 사투리는 '핵교'도 나오고 '학조'도 나온다.
 글쓴이의 이름은 '임석규'이다. '임석규'라는 이름을 '학교'의 방언형과 관련지어 보자. '임섹규'는 '핵교'와 관련되고 '임석주'는 '학조'와 관련된다. 중요한 것은 '교'의 kyo, '규'의 kyu이다. y가 '교'에서도 '규'에서도 확인된다. 혹시 '기름'을 '지름'이라 하고 '길'을 '질'이라 하고, '김밥'을 '짐밥'이라 하는 것을 들어 보았는가? 여기에는 '기름'의 'ㅣ', '길'의 'ㅣ', '김밥'의 'ㅣ'가 중요하다. 이 'ㅣ'가 바로 i이니 i가 공통으로 관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Why don't you∼ ?, graduation, congratulation, 이들을 어떻게 읽는가? '와이돈튜'가 아니라 '와이돈추'라고 읽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듀에이션'이 아니라 '그래주에이션', '컨그래튤레이션'이 아니라 '컨그래출레이션'이다. 여기에도 발음상 y가 있어서 '튜'가 '츄→추'로 '듀'가 '쥬→주'로 되는 것이다. 영어에서는 이 y가 매우 중요하다. 국어에서는 y도 중요하고 i도 중요하다. 둘은 한편이다. y와 i에 익숙해지면 여러 형태들을 이끌어낼 수 있다.
 국어의 두음법칙, 특히 ø화는 바로 y와 i가 관여를 한 것이다. 다시 (3)으로 돌아가 보자. 비어두(단어의 첫머리 이외)에 있을 때에는 자전에 있는 음이 그대로 구현된다. 그러나 어두(단어의 첫머리)에 오니 어떤 경우에는 'ㄹ'이 'ㄴ'으로 바뀌고 어떤 경우에는 'ㄹ'이 아예 없어진다. 바로 이 차이를 간파해야 한다. ø화될 때가 바로 y 또는 i가 있는 경우이다.
 한국어의 모음은 10개이다. 'ㅏ, ㅑ, ㅓ, ㅕ, ㅗ, ㅛ, ㅜ, ㅠ, ㅡ, ㅣ'가 그것이다. 이를 국제음성기호(IPA)로 나타내어 보자. 차례로 a, ya, o, yo, u, yu, i로 표시된다. y와 i를 찾아가 보자. 바로 2번째, 4번째, 6번째, 8번째, 10번째에 y 또는 i가 배치되어 있다. 바로 'ㅑ, ㅕ, ㅛ, ㅠ, ㅣ'가 그것인데 (3)을 보면 ø화된 것에 바로 'ㅑ, ㅕ, ㅛ, ㅠ, ㅣ'가 있는 것이다. 'ㅑ, ㅕ, ㅛ, ㅠ, ㅣ' 이외의 모음이 'ㄹ'을 만나면 그때는 'ㄴ'으로 바뀌는 것이다(노인, 나열, 누각 등).
 아마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ㄴ'인 경우에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 것이다. (5)에서와 같이 'ㄴ' 뒤 'ㅑ, ㅕ, ㅛ, ㅠ, ㅣ'가 놓일 때만 두음법칙이 적용된다.

  (5) 가. 기념→염불, 당뇨→요도, 결뉴→유대
      나. 은닉→익명, 운니→이전투구, 어금니→이빨
       cf. 고난→난이도 *안이도

 '고난'의 '난'은 첫머리로 이동하더라도 '안'이 될 수 없다. '난'이 그대로 유지된다. 그 이유는 '난'에 개재된 모음이 'ㅑ, ㅕ, ㅛ, ㅠ, ㅣ'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두음법칙에 대해 공부하였다. 두음법칙의 포인트는 'ㅑ, ㅕ, ㅛ, ㅠ, ㅣ'임을 다시금 강조한다.

 참고 1 : 몽고어에는 어두에 'ㄹ'을 꺼리는 제약이 있다. '러시아'라는 단어의 발음이 어려워 '아라사'라 한 것이다. 그러면 '아관파천'의 '아관'이 어디를 가리키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참고 2 : 'ㄴ' 뒤 'ㅑ, ㅕ, ㅛ, ㅠ, ㅣ'라고 했는데 사실 'ㄴ' 뒤 'ㅑ'(냐, 냥 등)로 시작하는 한자음은 거의 확인되지 않는다. '한 냥(兩)'에서의 '냥(兩)'은 한국식 한자음이다.
                                                                                                   

                                                                                     임석규 교수(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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