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 영어 사전이 2016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한 용어는 '탈진실(post truth)'이었다. 탈진실이란 '객관적 사실보다 감정이나 개인적 신념에 대한 호소가 여론 형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가령 분노를 유발하거나 '현 정권은 부패했다'라는 일부 사람들의 자기 확신을 자극하는 가짜 뉴스가 유포된다. 아울러 이러한 왜곡된 정보가 지배적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 탈진실 현상이다. SNS로 확산되는 가짜 뉴스는 몇몇 시민에게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기성 언론이 그런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2019년 8월 한 달은 한국 언론 역사에 큰 오점을 남겼다. 보도량만 최순실 국정농단의 10배, 세월호 참사의 5배가 넘었다고 한다. 오마이뉴스 기사에 따르면, 7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에서 내놓은 후보자 관련 보도 중 능력이나 전문성을 검증하는 보도는 단 2.2%였다. 무려 97.8%가 후보자 가족에 대한 의혹보도였다. 장관 청문회 도입 이래 한 사람에게 이처럼 의혹만으로 과한 검증의 칼날을 들이댔던 적이 있었던가? 물론 공직자와 그 가족의 도덕성도 중요하다. 하물며 평소 사회 정의를 주창했던 사람이라면 검증은 더욱 엄격해야 한다. 하지만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검증은 여론을 호도할 뿐이다.
 모든 저널리즘은 사실에 입각한 진실보도를 추구해야 한다. 의혹이 있다면 가서 진짜인지 확인해야 한다. 인터넷 게시판이나 SNS, 반대 정파에게서 나온 의혹 제기만을 받아써서는 안 된다. 정확히 검증한 후 기사를 써야 한다. 그 과정에서 당사자의 해명도 자세히 들어보고 질의해야 한다. 그래야 공평한 것이다.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 2항은 '공정보도'에 관한 것이다. '정확한 정보만을 취사선택하며, 엄정한 객관성을 유지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윤리강령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지침에는 '추측보도를 지양'하고, 정보를 취득함에 있어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고 '강압적'인 방법을 쓰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오보가 발생했을 땐, 잘못을 솔직하게 시인하고 가능한 빨리 정정보도한다고 표명했다.
 실제로는 어땠나? 법적으로 채권추심도 할 수 없는 밤 10시 이후에 남자 기자들이 후보자 딸의 오피스텔을 무작정 찾아가서 문을 두드렸다. 관련 인물들에 대한 자세한 취재 없이 추측보도를 남발했다. 오보를 시인하고 사과하기는커녕 기자간담회와 청문회 이후 수많은 기사들을 삭제해버렸다.

 다른 건 차치하더라도 왜 이런 열정과 집요함이 지난 정권에서는 없었나? 국정농단을 한 대통령과 2시간 동안 대화를 하면서 공손히 손을 모으고 질문 하나 없던 그 모습을 기억한다. 대한민국의 깨어있는 시민들은 그걸 잊을 만큼 어리석지 않다. 스스로 만든 윤리강령과 실천요강만 제대로 지켜도 된다. 거기에 근거해 권력을 감시하라. 언론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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