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영화제가 일회성 행사가 아닌 지속적인 영화제로 거듭남으로써 익산과 전북지역 내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주요한 문화 공유의 장이 되기를 희망한다." 2009년,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 재미(이하 공공영상미디어센터)'가 익산장애인영화제의 첫 시작을 알리며 남긴 말이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제11회 익산장애인영화제가 공공영상미디어센터에서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3일간 개최된다.
 
 우리 모두 히어로
 이번 제11회 익산장애인영화제의 슬로건은 'WE벤져스'다. 바로 유명 히어로 무비 '어벤져스'를 패러디한 것으로 영화 속 영웅들처럼 세상의 차별과 혐오를 멈추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 모두 히어로'란 의미에서 이름 붙인 것이라 한다. 실제로 이번 영화제에선 장편 6개와 단편 8개의 총 14개 작품이 상영되는데, 세상의 차별적인 기준에서 벗어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감독과 배우를 넘나들며 장애에 대한 사회의 잘못된 인식과 복지제도의 미비 등 다양한 문제들을 다룬다. 또한 익산장애인영화제는 차별과 혐오를 멈추기 위한 주체로 감독과 배우뿐만 아니라 관객까지 포함시킨다. 특히 장애인 관객은 미디어와 영상 등 다양한 문화 혜택을 비장애인 관객에 비해 누리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준비된 '배리어프리(Barrier-free) 영화'는 단어의 의미 그대로 '장벽과 장애물로부터 자유로운'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특별 제작 영화다. 인물의 대사와 내레이션 자막은 물론, 장면 속 음향효과나 화면 해설도 제공한다. 이렇듯 익산장애인영화제는 단순히 사회적 약자의 시선을 담은 영화 상영회가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어떤 구분도 없이 소통할 수 있는 문화 공유의 장으로서 존재하고 있다.
 
 차별 금지의 역사로
 그렇다면 이번 익산장애인영화제에는 어떤 작품들이 출품됐는지 소개해본다. 먼저 첫째 날인 9월 25일에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지 10년을 기리며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장애인 차별의 현실을 없애기 위해 어떤 역할들을 해왔는지를 살펴보는 '장애인 차별의 역사에서 차별금지의 역사로! -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0년의 기록'(장호경 감독)을 필두로 '애린'(조승연 감독), '초승달의 집'(김재영, 태휘원 감독), '허스토리'(민규동 감독)가 이어진다. 26일에는 뇌성마비 진단을 받은 딸이 일곱 살이 돼도 까치발로 걷는 모습을 바라보는 감독이자 엄마이며 여성인 한 인간의 자기 성찰 다큐멘터리 '까치발'(권우정 감독)로 시작해 '뜬구름'(정지수 감독), '수련회 가는 날'(고가림 감독), '아무것도 아니지만'(황지은 감독), '빌리 엘리어트'(스티븐 달드리 감독)가 둘째 날을 이룬다. 셋째 날인 27일에는 시각장애인 엄마와 함께 살면서 소리 나는 신발을 신고 다니는 일곱 살 현지의 이야기를 담은 '터치'(이미지 감독)부터 '무지개약'(최주연 감독), '별들은 속삭인다'(여선화 감독), '나의 엔젤'(해리 클레벤 감독), '택시 운전사'(장훈 감독)으로 영화제를 마무리한다. 이 중 '애린'(조승연 감독), '까치발'(권우정 감독), '터치'(이미지 감독) 세 작품은 상영 후 '감독과의 대화'를 통해 감독과 관객이 영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다양한 우리 모두 히어로
 포스터에 적힌 이름들은 이번 영화제를 함께 준비한 이들의 이름이다. 그리고 이름 옆에 비워진 공간은 '문화공유의 장'의 관객으로서 'WE벤져스'에 합류해 모두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갈 이들을 위한 빈칸이다. "장애는 갖게 되는 하나의 개인 다양성이지, 앓고 지나가는 혹은 낫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질병이 아니다"라는 영화제 관계자의 말에서 우리가 포스터의 빈칸을, 세상의 빈칸을 채워야 할 책임감을 느낀다.
 
  이규희 수습기자 gh292gh@wku.ac.kr
 
 
▲ 오는 25일에 상영 예정인 영화 '허스토리' 스틸컷 출처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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