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은 누구이며 우리 민족사의 기원은 언제부터인가? 라는 의문이 들면 아마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단군일 것이다. 단군은 고조선을 세운 왕으로 단군신화를 통해 그의 탄생과정을 찾아볼 수 있다. 신화란 문자 그대로 신과 그 자손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단군신화에는 인간이 자연계와 맺고 있던 관계, 인간 상호 간에 맺고 있는 사회관계가 녹아들어 있다.
 1281년 편찬된 『삼국유사』는 몽고의 침략 과정에서 민족 자주성을 강조함으로써 국난을 극복하고자 승려 일연이 저술한 책으로, 특히 고조선에 관한 서술은 반만년 역사의 뿌리와 단군을 국조(國祖)로 받드는 근거를 제시하여 주고 있다. 더욱 이 보다 앞선 김부식의 『삼국사기』에는 고조선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고, 단지 신라본기에 "조선 유민이 각 지역에 나누어 6촌을 이루었으니… 이것들이 진한의 6부이다"라고 하여 신라의 고조선 계승 관계만 설명하고 있다는 데서 『삼국유사』는 그 의미가 크다.
 단군신화를 살펴보면 하늘(天)-땅(地)-인간(人)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곧 '하늘'은 인간 세상을 탐하고 '땅'은 인간의 몸이 되기를 원하는, 그래서 신(神)인 환웅이 인간으로 화하고 곰은 여자가 되어 단군을 탄생시킨다. 이 과정에서 역사성을 찾을 수 있는 것은 곰 토템을 가진 한반도 지역 선주민이 북쪽으로부터 내려오는 이주민과의 융합과정이다. 이러한 신화 구조가 가지는 특성은 신석기 사회였던 한반도 지역에 선진 문화를 가진 청동기인의 이주과정에서 대립과 정복이 아니라 상생과 융합의 과정을 나타낸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곰이 사람이 되는 과정에서 겨울잠을 자는 곰은 동굴에서 100일을 견딜 수 있었지만 육식성인 호랑이는 쑥과 마늘로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마늘과 쑥이나 3과 100의 숫자는 전환의 모티브이다. 민속학적 측면에서 보면 전통적으로 마늘과 쑥은 중요한 단방 약재였고 우리가 3이나 100을 좋아하는 이유도 있다. 천부인 3개를 주었다거나, 풍신·우신·운신 등 농경을 관장하는 3신 등이 그것이다. 오죽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위바위보를 해도 삼세판은 해야 하니까 말이다.
 또한 곰이 3·7일(19일)을 금기하고 여자로 변한 사실에서 의과학이 발전하지 않았던 그 옛날에 산모가 아이를 낳으면 약 20여 일은 외부인사의 왕래를 금지시키는 산속(産俗)도 여기에 반영되어 있다.
 그렇다고 단군신화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고고학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 청동기 문명은 넓게 봐도 BC 10세기를 넘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BC 2333년 고조선 건국이 중국의 요임금 즉위 연도로 비정된 것은 중국과 대등한 시원을 갖는 민족의식의 발로로 이해된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BC 7세기 초 『관자』라는 책으로 '조선'이 제나라와 교역하는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군은 우리가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등장하는 화두이다. 나철은 대종교를 만들어 음력 10월 3일을 '개천일'로 명명하고 독립 의지를 불태웠다. 

 상해임시정부는 개천절을 국경일로 경축하며 해외 독립운동 과정 중에서도 그 근본을 잊지 않으려 하였다. 최남선은 일제의 식민지 사관에 대항해 고조선과 단군에서 문화의 원류를 찾으려는 불함문화론을 제창하였다. 곧 10월 3일 개천절이 다가온다. 왜 10월 3일을 개천절로 명명하였는지, 이날을 왜 국경일로 지정하여 경축하는지, 그 의미를 되새겨 볼 일이다. 

  정성미 교수(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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