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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아시아] 역사 갈등 해결, 동아시아의 평화 공존 직결지금 동아시아 평화를 말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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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0.02  19:4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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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전 국민적 수준에서 일상이 된지 오래다.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빌미로 삼은 일본의 무역 보복 조처에 대해 우리 국민들은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는 의미심장한 구호를 외치며 보이콧이라고 하는 형태로 저항적 실천을 전개해나가고 있다. 얼마 못가 단발로 끝날 것이라고 공공연히 불매운동을 폄하하던 일본 정계, 재계에서도 장기화의 여파에 따른 우려 섞인 반응들을 쏟아내는 실정이다. 이러한 한국 국민들의 집합적 실천과 의지가 단순한 쇼비니즘이 아닌 근대 동아시아가 겪은 식민의 역사에 대한 비판과 맞닿아 있음은 물론이다.

 전후 일본이 그려온 우경화의 궤도가 잘 보여주듯, 미처 해결되지 않은 탈식민의 과제가 냉전에 의해 더 왜곡되면서 동아시아 역내 국가들 간의 관계가 제대로 회복되지 못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 핵심에 역사 갈등 문제가 존재하며 최근 파열음을 내고 있는 한일 관계는 그야말로 동아시아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한일 관계뿐인가. 최근의 홍콩 시위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경제성장을 발판 삼아 부상한 중국의 국가주의적 행보로 말미암아 중국 안팎의 반발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이처럼 바로 눈앞에서 가시화되고 있는 첨예한 갈등을 지켜보면서 동아시아의 평화란 말이 생경하게 때로는 공허하게까지 느껴지는 것도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근본적으로 숙고해보면 오랜 숙제인 역사 갈등의 해결이 곧 동아시아의 평화 공존과 직결된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물론 역사 갈등을 해결한다는 것도 쉽게 논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근대 이래 국제질서와 동아시아 지역질서, 각국 내부의 정치적 역학이 긴밀하게 맞물려 형성된 복잡다단한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그것에 접근하는 분석의 층위나 관점 자체도 다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데에는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동아시아 각국의 갈등과 반목이 중심-주변으로 위계화된 제국적 질서나 신냉전의 도래로 비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한다면 동아시아의 평화가 담보될 수 있는 새로운 지역질서의 구축은 여전히 의미 있는 시대적 과제이자 화두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동아시아에 드리운 역사의 질곡과 현실적 제약들을 일거에 극복할 수 없으므로 '과정'으로서 평화에 도달하는 여러 방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국면에서 어떤 모색과 실천이 가능한가. 앞서 언급한 역사 갈등의 문제로 되돌아가 보자면 그 갈등의 근원에 존재하는 역사 인식의 괴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는 무엇보다 핵심적이다. 근대 동아시아가 겪은 식민의 경험에 대한 최소한의 비판적 인식과 합의가 국가 단위를 넘어 동아시아 구성원들 사이에서 일정하게 공유될 필요가 있다. 어느 때보다 역사 인식의 공유 지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를 두고 보다 근원적인 성찰이 필요한 시기인 것이다. 이는 타국의 행보에 대한 비판적 개입, 예를 들어 일본 아베 정권의 우경화나 중국이 발신하고 있는 제국담론에 우려를 표시하는 것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일제 시기에 대한 뉴라이트적 해석을 둘러싸고 한바탕 논란이 일고 있는 것처럼 국내적으로도 최소한의 비판적 역사 인식과 합의를 해치는 일들이 허다하다. 단순히 표현의 자유나 학문의 자유라는 명분 아래 방치하고 넘어가면 되는 성질의 문제인지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끝으로 동아시아의 역사 인식의 공유를 말할 때 근대 이래 지속되어온 '연대의 역사'를 다시금 상기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은가 한다. 동아시아 연대의 역사는 기본적으로 같은 식민 경험을 공유했던 한국과 중국, 베트남 등 이른바 '피억압민족' 간의 교류와 협력에 기반했지만 거기에는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일본 내의 비판적 지식인들도 합류했다. 국가나 민족 단위를 넘어선 다양한 민간 차원의 교류와 실천이 동아시아 공통의 역사적 자산으로 계승되어온 것이다. 그러한 연대의 역사를 오늘날 다시 반추하는 것은 동아시아를 관통하는 역사 인식의 공유 지점을 만들어가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바로 지금, 동아시아의 평화를 말한다는 것은 어떠한 의미가 있는 것인지 물을 때다.
 
  김하림 교수(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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