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의 용도가 다함으로써 생겨나는 쓸모없는 건축물들이 점점 많아져 간다. 이러한 폐건물들은 부수고 다시 짓기도, 그대로 놔둘 수도 없는 계륵 같은 상태로 건물주는 물론이고 지역자치단체들까지도 골머리를 썩게 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 쓸모 없어진 건물들이 종종 전혀 다른 모습으로 새롭게 재탄생돼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1992년 최초의 근대식 개인종합병원이었던 건물을 개조한 부산의 '브라운핸즈백제' 카페부터, 서울 합정동의 '앤트럴사이트'가 그 예다.
우리대학이 위치한 익산시에도 이와 같은 공간이 있다. 바로 마동에 있는 청소년 복지 시설 '어울누리'이다.
전주의 팔복예술공장, 군산의 군산시민예술촌 등 쓸모없는 폐건물들이 리모델링을 통해 새로운 명소로 변해가고 있다.

 

 청소년들의 위한 '어울누리'
과거 이리남중학교 자리였던 이곳은 익산교육지원청에서 청소년들을 자치 공간을 목적으로 지난해 4월 문을 열었다. 함께 더불어 노는 세상을 지향한다는 '어울누리'는 도움을 주는 사람들, 받는 사람들이 다르지 않은, 그런 청소년 자치문화를 일구고자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여기서 만난 박병일 학생(이리공업고등학교 2년)은 어울누리의 장점으로 '돈'을 꼽았다. "최근 들어 물가가 비싸지면서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면 경제적으로 많이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어울누리'에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어울씨네마 등의 관리를 맡고 있는데, 적은 비용으로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며 청소년들의 놀이공간인 '어울누리'의 장점을 소개했다.
'어울누리'는 3층 규모로, 기자가 처음 찾아간 곳은 1층의 '새한마노'였다. 이곳은 책도 읽고, 차도 마시는 힐링 공간이다. 특히 이곳은 텀블러만 가지고 오면 모든 음료가 무료로 제공된다. 책 놀이나 인문학 강좌 등을 수강할 수 있다. 만화카페와 유사한 형태의 공간으로 학생들이 직접 음료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이어 2층에는 '누리뷰'라는 사진실과 영화감상 공간인 '어울씨네마'가 있다. '누리뷰'에서는 학생들에게 공짜로 단체 사진이나 증명사진을 찍어주고 인화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곳의 특징도 사진사가 학생들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곳에서는 영상 전문가 선생님의 지도하에 사진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카메라 다루는 법에 대해 이론과 실무를 배울 수 있다. 또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어울씨네마'에는 다양한 영화 DVD가 비치돼 있으며 앞으로 60여 개의 영화 DVD를 더 들여올 예정이라고 한다. 어울누리 영상실은 아직은 시작 단계이지만 개인이 어느 때나 보고 싶을 때 영화를 자유롭게 볼 수 있고, 어떤 단체에서 오는 손님들이 원하는 영화가 있으면 따로 DVD를 구매해 상영해주기도 한다.
이외에도 3층은 티제이 댄스(Ten-ten Join Dance의 줄임말) 연습실과 어울누리 방송실이자 녹음실, 그리고 놀이공간인 '노리노리'가 자리 잡고 있다. 3층에 있는 공간들은 따로 예약을 잡아야 사용할 수 있는 공간들이다. 특히 연습이 필요한 밴드부나 학교 축제 연습을 위해 찾아오는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같은 층에 위치한 '노리노리'에는 노래방, 당구장, 오락 기계 등이 있으며 놀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새한마노' 다음으로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이곳을 담당하는 주성돈 선생님은 '어울누리'는 한마디로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2년 전 폐교가 된 이곳을 '건축학교'라 이름 짓고, 어떻게 꾸몄으면 좋겠는지 학생들에게 물었다. 이후 학생들이 스스로 토론을 거쳐 디자인을 주도하고 의견을 도출해 운영해가고 있다. 또한 폐교를 리모델링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법도 한데, 청소년에 의해 청소년을 위한 공간으로 바뀌며 오히려 특별해진 공간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학생 멘토단, 봉사단 등 대학생들의 손길도 필요하다. 현재 꾸준히 도와주는 원광대 학생들이 있지만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예정이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특히 어울누리 방송기자단과 원광대 신문방송사가 자매결합과 같은 교류를 통해 멘토 멘티를 이루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이렇듯 폐교였던 구 이리남중학교는 앞으로 청소년들의 손으로 더욱 알차게 꾸려질 예정이다.

 의미 있는 변신을 꾀하다
이런 의미 있는 변신은 익산의 '어울누리' 뿐만이 아니다. 전주산업단지 팔복동에 있는 예술교육센터 '꿈꾸는 예술터'도 주민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꿈꾸는 예술터'는 폐 공장을 리모델링해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지역 예술인과 주민을 위한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했다. 군산에서도 이런 변화가 이어졌다. 올해로 5년째인 군산시민예술촌에서는 낙후된 극장 '우일 극장'을 문화예술공간으로 리모델링하며 시민과 예술인이 함께 만드는 문화도시거리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폐건물 활용이 '사용하지 않는 공간을 새롭게 꾸미는 것'에서 벗어나, 지역 경제 활성화와 같은 긍정적인 역할도 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장기간 방치되고 노후화된 건축 구조물은 붕괴의 위험과 함께 범죄현장으로 이용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폐건물들을 무조건 철거만 할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제 더 이상 폐건축물은 쓸모없고, 보기 흉측해 조망을 망치는 애물단지가 아니다. 새롭게 생겨나는 건축물도 좋지만, 우리 주변의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하고 있는 폐건물에게도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박인화 기자 aksmfl2@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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