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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리포트] 제생의세관, 국내최고 해부학 실습실인류를 구하고 병든 세상을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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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0.08  18: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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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부학 실습을 시작하기 전, 기증자에 대한 예우를 갖추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

 '제생의세관이 어딘지 아시나요?', '제생의세관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대학 구성원들은 얼마나 있을까? 실제로 그 건물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제생의세'라는 용어부터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제생의세(濟生醫世)'란 인류를 구하고 병든 세상을 치료한다는 의미의 원불교 용어로, 과거 해부학 실습실이 증축되면서 그 건물의 명칭이 됐다. 뜻을 알고 나니, 이제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감이 오는가? <원대신문>에서는 제생의세관의 역사, 기능 그리고, 특별한 의미를 살펴봤다.


 제생의세관, 이렇게 성장했다
 우리대학 제생의세관은 의학계열 학생들의 해부학 실습을 비롯해, 시신기증 및 추모까지 도와주는 기관이다. 복층으로 나눠져 있는 이 건물은 1층에는 기증받은 시신을 모시는 안치실, 기증자에게 감사함을 표현한 추모실, 유가족들이 사용하고 분골을 놓아두는 분향실과 납골당 등이 자리해있다. 2층에는 의학계열 학생들이 사용하는 해부학 실습실이 있다. 오늘날에는 현대적인 시설과 철저한 관리 절차를 갖췄지만 처음부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진 않았다.
 제생의세관은 1980년대 후반, '해부학 실습실'이란 이름으로 첫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초기 해부학 실습실은 지금과 달리, 마치 과거의 취조실처럼 누추하고 방음도 잘 안되는 단층 건물이었다. 건물의 통로는 한 길밖에 없어 기증자 유가족과 직원, 의학계열 재학생들이 모두 같은 길을 사용했다. 때문에 "이런 장소인 걸 진작 알았더라면, 기증은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유족들의 후회, 반발과 항의가 끊이지 않았다.
 상황의 심각성과 개선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 당시담당자들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 및 수도권에 위치한 대학들의 해부학 실습실을 직접 돌아다니며 건물 벤치마킹에 힘쓰고, 이후 더 발전된 새 건물 신축을 위해 학교에 지원을 요청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신과 관련된 업무라는 사회적인 인식으로 인해 어려움이 많아 개선 작업은 시작조차 쉽지 않았다. 긴 노력 끝에 2005년 해부학 실습실 리모델링 및 증축 사업이 결정됐다. 이후 대대적인 공사가 시작돼 2006년 1월에 준공에 이르게 되고, 이때 새롭게 지어낸 명칭이 '제생의세관'이다.
 새롭게 탄생한 제생의세관은 지난날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단층에서 복층으로 증축했다. 안치실, 납골당, 추모실, 운영관리과 등을 1층에 두고, 해부학 실습실은 규모를 넓혀 2층 전체에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가장 지적이 많았던 비좁은 통로를 두 개로 확장해 학생과 유가족들이 마주치지 않도록 정비했다. 명실공히 전국 최고의 해부학 실습실이 마련된 것이다.

   
▲ 우리대학 제생의세관 입구

 '죽음'으로 새 생명과 새 세상을
 전국의 한·의과대학에는 '해부조직사'가 존재한다. 해부조직사는 기증 상담, 실습 준비부터 후속 조치까지 도맡아 진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우리대학 제생의세관의 해부조직사 역시 고인의 삶, 그 마지막을 위한 준비를 정성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해부조직사는 다양한 일을 수행한다. 먼저 시신기증 상담은 시신을 기증할 의사가 있는 사람, 기증자의 유가족 등과 소통하는 일이다. 대부분 돌아가시기 전이나 죽음과 가까워진 분의 연락이 많다. 때로는 "목숨을 끊을 테니 내 시신을 가져가달라",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사회에라도 도움을 주고 싶다" 등 외로움에 사무친 상담문의가 많아 심리상담사 역할을 겸해야 하는 어려운 직업 중 하나로 꼽힌다.
 두 번째로는 기증 시신 인수와 부패 방지 고정 업무를 수행한다. 기증 의사를 밝히고 등록을 한 기증자의 경우, 사망 후 해부조직사가 방문해 직접 시신을 인도받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발인 후에 시신을 인도받아 기관으로 이송하기 때문에 제생의세관은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연락이 오면 바로 이동해 인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시신을 인도받으면 학생들이 실습을 진행하기에 알맞게 6개월 동안 픽스에이션(fixation)과정을 거쳐야 한다. 실온에서도 부패되지 않게 약물 처리를 하는 과정인데, 수개월 동안 진행되는 해부학 실습을 위해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약품 처리 과정을 마치면 실습실로 올라가게 되는데 이때 기증된 시신을 '카데바'라고 한다. 우리대학은 한 번 실습을 진행할 때 최대 28개의 카데바가 실습실에 올라가게 된다.
 세 번째 업무는 실습 후 카데바의 화장 및 유가족 인계를 진행하는 일이다. 실습 후 입관을 하고 유가족과 함께 화장을 진행하거나 위임 시 직접 화장을 진행해 분골을 전해드리는 방식이다. 우리대학은 납골당에 10년간 무상으로 안치를 할 수 있고 언제든지 납골을 인도받을 수 있다. 또한 매년 11월 둘째 주 금요일에 기증자 유가족 및 학교 관계자, 의학계열 학생이 모여 기증인 합동추모제를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실습 전 기증자를 추모하고 제생의세 교육을 받음으로써 기증자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림과 동시에 의술로 생명과 세상을 구하는 전문 의료인으로서의 각오를 새긴다.
 기증자들이 없다면 해부학 실습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다. 영상물이나 모형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기증자들과 카데바 한 구 한 구는 소중하다. 이에 실습을 진행하는 학생들은 매번 해부학 실습 시작 전에 묵념의 시간을 가져 시신기증자에 대한 감사를 표하고, 경건한 태도로 실습에 임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이렇듯 제생의세관의 머리(頭)인 해부조직사와 가장 중요한 심장(心)이라 말할 수 있는 기증자 및 유가족, 그리고 해부학의 발전을 위해 손(手)과 발(足)을 담당하는 학생들까지. 제생의세관은 '죽음'을 넘어 새로운 생명과 세상을 구하기 위해 모두가 정성을 다하는 경건하고 따뜻한 장소로 자리 잡았다.

   
▲ 제생의세관 1층에 위치한 분양실

 정성을 다하는 공도자 숭배
 '시신기증을 통해 의료 발전에 힘을 실어주자'는 운동의 공감대가 확대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점에 직면하게 되는 사례가 종종 나타난다. 기증을 받으면 기증자의 대한 예우를 갖추고 이후 발생하는 일들의 처리에서 장지까지 병원이나 관련 기관에서 도움을 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2017년 10월, 갑작스럽게 아들을 잃은 A 씨는 아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장기기증을 결정했지만, 병원 측에서는 장기만 적출한 뒤 시신에 대한 어떠한 수습도 해주지 않았다. 장례식장 이송도 가족의 몫이었다. 하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병원 측에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 좋은 일을 하고자 힘들게 내린 결정이 허무하게 끝나버린 사건이었다.
 실제로 2016년 장기기증자 573명 중 후속 조치를 받지 못한 사례는 63%나 된다고 한다. 또 지난 2017년 2월 정형외과 의사 5명이 실습 후 카데바 앞에서 인증샷을 촬영해 SNS에 게시한 사건도 있다. 카데바를 촬영하는 것은 철저히 법으로 금지돼 있다. 현직 의사가 기증받은 시신에 대한 예우를 갖추지 못하고 의료인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러한 상황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의 관련 법 개정과 더불어, 병원과 기관에서 기증자의 대한 예우와 기증자 유가족을 위한 시스템의 정착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유족에 대한 지원은 장기조직 기증원과 업무협약을 맺은 병원에만 제공하지만, 장기·시신 이식을 하는 병원 중 절반 이상은 협약을 맺지 않고 있다. 협약을 맺을 경우 장기에 대한 우선권을 넘겨야 하고, 이식수술의 수익도 기증원과 나눠야 하기 때문이다.
 기증원과 협약을 맺지 않아도 병원이 장기이식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는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지만, 이처럼 장기·시신기증에 대한 좋지 않은 일이 자주 발생된다면 기증자 수는 점점 줄어듦과 동시에, 임상실습과 연구의 기회는 사라질지도 모른다. 나아가 임상경험이 적은 의사들이 많아진다면 의술의 질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한편 우리대학은 유가족이 언제든지 납골당을 방문할 수 있도록 24시간 문을 개방해 고인의 기일, 생신 등 언제든지 조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제생의세관 직원들은 주말에도 출근해 유가족 방문 시 따뜻하게 맞이해 줄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대학의 경우 타 대학보다 의학 관련 학과가 많기 때문에 더욱 기증자 한 분이 소중하다.
 제생의세관 허양욱 담당관(해부조직사)은 "마지막까지 의학 발전을 위해 자신의 육신을 기증하는 기증자와 그 뜻을 받들어 주시는 유가족 분들의 쉽지 않은 결정에 항상 존경심을 가지고 제생의세관을 운영하고 있다"며, "저를 포함한 직원들이 희생하고 노력하는 만큼 기증에 대한 인식이 점차 좋은 방향으로 개선되고, 시신기증자가 전국적으로 많이 증가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대학의 해부학이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해 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내가 보이는 작은 관심과 정성이 시신기증 문화의 변화를 일으키고, 더 나아가 누군가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제생의세관은 산사람과 죽은 사람, 강자와 약자, 병든 자와 건강한 자를 모두 동일한 불성을 갖는 소중한 존재로 보는 원불교 정신, 모두를 위해 모두가 잘 사는 세상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공도자를 숭배하는 원불교 정신으로 운영되고 있다. 말그대로 일체 생령을 도탄으로부터 구하고 병든 세상을 치료한다는 '제생의세'의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임채린 수습기자 dlacofls1014@wku.ac.kr
서민주 수습기자 fpdls0719@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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