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잘 하시나요? 아님 오늘도 영어 스트레스로 힘드신가요? 영문학 전공자인 저도 영어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데 이제 막 토익 공부를 시작하는 학생이라면 영어가 얼마나 괴롭겠어요.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미국에서 15년간 살면서 대학교수가 된 제 친구도 여전히 영어가 스트레스라고 합니다. 수업하다 갑자기 말이 막힐 때도 있고 작은 소리로 중얼대거나 초스피드로 조잘거리는 미국 대학생들 말을 못 알아들을 때면 숨이 턱 막히기도 한다는군요. 대한민국 토박이라면 누구나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영어 스트레스, 그러나 어쩌겠어요. 좋든 싫든 영어가 국제어가 돼버린걸요. 직업시장에서 나의 가치를 높여주고, 삶의 경험을 확장시켜 줄 중요한 스펙이 돼버린걸요. 그러니 드라마, 영화, 뉴스, 팝송, 유튜브, 테드, 토익, 어떤 방법으로든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방법을 찾아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할 수밖에요. 인터넷으로 전 세계인이 연결된 이 지구촌 시대에 설마 어학연수 떠날 형편이 못돼서 영어 공부할 수 없다는 말 하면 안 되겠죠?
 그런데 그거 아세요? 우리를 괴롭히는 이놈의 영어는 출생지인 잉글랜드에서조차 오랫동안 천대받던 하층민의 언어였답니다. 현 잉글랜드 주류 구성원인 백인의 조상들은 덴마크 아래 북해 근처에 살던 거칠고 호전적인 유목민이었어요. 앵글족과 색슨족이라고 불리던 그들은 5세기 경 로마제국이 약해진 틈을 타 대대적으로 잉글랜드 지역으로 이주해서 켈트족을 내쫓고 브리튼 섬의 새 주인이 되었지요. '앵글족의 땅'이라는 뜻을 지닌 '잉글랜드'의 언어 '잉글리쉬'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에요. 거칠고 호전적이었던 이 야만인들의 언어는 고대 독일어와 비슷해서 현대 영어와는 많이 달랐어요. 그 후 바이킹족이 프랑스 해안가에 세운 노르망디 공국의 정복왕 윌리엄이 1066년 잉글랜드를 차지한 뒤 약 300년간 영어는 프랑스어에 밀려 하층민 언어로 전락하고 말았어요. 프랑스어가 오랫동안 지배층 언어로 쓰이다 보니 영어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죠.
 몇백 년에 걸쳐 프랑스어로부터 수많은 어휘와 문법이 들어온 결과 16세기 셰익스피어 작품부터는 본격적인 초기 현대영어가 등장해요. 위대한 시인이자 극작가이며 배우이기도 했던 셰익스피어는 무려 154편의 소네트 시와 총 37편의 희곡을 써서 삶과 인간에 대한 깊고 넓은 통찰을 보여주었을 뿐 아니라 현대영어의 기반을 닦는 데도 크게 기여했어요. 그러니 영어와 문학 모두에서 셰익스피어의 공헌이 얼마나 지대한지 알겠죠. 셰익스피어를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는 토마스 칼라일의 '오만방자한' 제국주의 발언이 그래서 나온 거예요. 어쨌든 셰익스피어 시기부터 체계를 갖춘 현대영어는 19세기 말에 전 세계의 사분의 일을 식민지로 삼은 영국 제국주의에 힘입어 국제무대에 등장했어요. 20세기에 들어서는 미국 제국주의가 그 바통을 이어받아 영어의 지위를 격상시켰죠.

 언어는 결코 가치중립적이지 않습니다. 언제나 권력관계와 지배 이데올로기를 담고 있어요. 영어 공부에 매진하되 우리의 무의식을 파고드는 백인 중심의 문화 제국주의를 늘 경계하고 감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어는 우리말보다 우위에 있는 동경의 대상이 아니라 현재 미국 중심으로 편성된 국제 질서에서 우리 자신을 방어하고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유용한 도구로 접근해야 합니다. 그러니 원어민처럼 유창하지 않다고, 문법 틀린다고 주눅 들지 말고 필요할 때면 언제나 당당하게 꺼내 쓸 수 있도록 편안한 마음으로 영어 공부합시다!

  김선옥 교수(영어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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