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지난 12일 폐막했다. <원대신문>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 탐방기(지난 3일부터 7일)를 게재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장르의 영상 콘텐츠를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대학혁신사업단이 주관했다.

 BIFF, 영화의 바다 속으로
 1996년 제1회로 등장한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하 부국제)가 어느덧 24회를 맞이했다. '수동적인 관람 형태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영상 문화를 만들자', '세계 영화계에서 한국 영화의 위상을 높이자' 이 같은 목표를 갖고 막을 열었던 부국제는 현재 세계 총 85개국에서 초청한 303편의 영화를 선보이는 대규모 영화 축제로 자리매김하면서 그 명성을 실감하게 한다. 특히 부국제는 매년 새로운 아시아 영화를 발굴하는 동시에 아시아 영화인들의 연대를 실현하는 점에서도 의의를 갖는다. 그런 의미에서 개막작(말도둑들, 시간의 길-감독 예를란 누르무캄베토프, 리사 타케바)과 폐막작(윤희에게-감독 임대형)이 뉴 커런츠(아시아 영화 경쟁부문) 출신 감독들의 영화로 선정된 것은 이번 영화제의 큰 성과이기도 했다.
 행사 프로그램은 개·폐막작을 포함해 아시아 영화의 창, 월드 시네마, 와이드 앵글, 미드나잇 패션, 부산 클래식 등으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경쟁 부문인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의 상'은 지난해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기도 한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받았다.

 

 부국제의 풍성해진 볼거리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은 "지난해 목표가 영화제의 정상화였다면 올해는 영화제가 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는 영화제 재도약을 이루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올해의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예년과 다르게 변화된 점이 두드러지면서 볼거리가 더욱 풍성해졌다.
 관객들의 선호도를 고려해 인기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을 상영했으며, '한국 영화 100주년 특별전'으로 '바보들의 행진', '하녀', '살인의 추억', '올드 보이' 등 추억의 한국 영화들을 극장에서 선보였다.
 또한 이번 영화제가 '관객들과의 소통'을 테마로 하는 만큼 '커뮤니티 비프', '리액션 시네마'와 같이 관객들도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준비되기도 했다. 이러한 영화제 테마는 환경 개선 부분에서도 돋보인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장벽 없이 모든 관객들이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이번 부국제는 작품을 소리나 자막만으로 상영하는 영화관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영화제의 메인 무대가 해운대 해수욕장의 '비프 빌리지'에서 센텀 시티 '영화의 전당'으로 옮겨진 것도 이번 축제를 더욱 화려하게 만든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영화의 전당'에서는 야외극장에서의 영화 상영과 무대 인사 외에도, 배리어 프리 체험 코너, VR · AR 체험 코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 영화 <나의 인증번호> - 관객과의 대화

 <원대신문>기자의 영화 Pick!
 개막작 <말도둑들- 시간의 길> - 감독 예를란 누르무함베토프, 리사 타케바
 <말도둑들- 시간의 길>은 2000년대 초반 카자흐스탄의 한마을을 배경으로 한 가족이 겪은 일을 소년의 시선으로 담아냈다. 영화는 가족을 무척 사랑하는 남자가 말을 팔러 나갔다가 말도둑들에게 살해 당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 영화는 카자흐스탄 영화 특유의 여백의 미를 느낄 수 있는데, 드넓은 초원과 그에 맞닿은 푸른 하늘의 장관이 배경으로 펼쳐져 와이드스크린의 미학을 완벽히 구현한다. 또한 수십 마리의 말이 달려가는 장면과 말도둑들과의 긴박한 결투 장면은 카자흐스탄 버전의 '서부극'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줄 만하다. 이 영화는 카자흐스탄-일본이 공동 제작했다는 점이 눈에 띄는데, 중앙아시아 영화라는 희소성과 더불어 이번 영화제가 공동체를 강조하는 만큼 개막작으로 선정될 만했다는 평이다.

 아이콘 부문 <기생충> - 감독 봉준호
 아이콘 부문은 이번 부국제에서 신설된 프로그램으로 거장 감독들의 신작과 세계 3대 영화제에서 화제가 된 작품들을 한번에 만나볼 수 있는 자리다. 영화 <기생충>은 이번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아  부산국제영화제 아이콘 부문의 초청작으로 상영됐다.
 <기생충>은 가족 전원이 백수인 상황에서 기우(최우식 배우)에게 IT기업의 CEO 박 사장 집의 고액 과외 자리가 우연찮게 맡겨지는 것을 시작으로 온 가족이 부잣집에 침투해 기생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단순한 가족 희비극이 아닌 가족 드라마, 스릴러, 코미디, 호러 등 다양한 장르가 교차되면서 봉준호 감독이 한국 사회의 고유 정서와 시대를 읽어내 도달한 문제의식을 꼼짝없이 마주하게 되는 영화다.
 <기생충>은 지난 5월에 이미 극장에서 개봉된 바 있지만, 이번 영화제에서는 영화 상영 후 이뤄지는 GV(Guest Visit ; 관객과의 대화)가 함께 마련돼 주목을 받았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의 북미 개봉을 앞두고 영화제 순방과 프로모션을 위해 미국에 머물고 있어 4일과 7일, 영화 상영 후 원격 GV로 영상 통화 형식을 통해 관객들과 만났다.

▲ 영화 <나의 인증번호> - 관객과의 대화

 아시아 영화의 창 부문 <나의 인증번호> - 감독 수만 고쉬
 '아시아 영화의 창'은 다양한 시각을 지닌 아시아 영화감독의 신작 및 화제작을 소개하는 부문이다. <나의 인증번호>는 블랙코미디, 풍자와 같은 장르적 성격으로 근대 사회가 한 개인에게 가하는 폭력과 국가가 국민에게 강요하는 시스템의 획일성 및 비인간성에 대해 조명한 영화로 '아시아 영화의 창' 부문에 초청됐다.

▲ 해운대 영화의 전당

 영화 <나의 인증번호>는 주인공 파르수아가 시골 마을 '자무아'에서 가장 먼저 신분증을 발급받게 되면서 전개된다. 신분증이 낯선 '자무아'에서 파르수아는 첫 번째로 신분증을 갖게 된 일약 스타이다. 그러나 신분증의 일련번호 때문에 아내가 죽게 될 거라는 점쟁이의 근거 없는 예언을 듣고 파르수아는 아내를 살리고자 일련번호를 바꾸기 위한 긴 여정을 떠난다.
 <나의 인증번호>의 결말은 두 가지이다. 부국제에 공개된 결말은 부조리극의 형태를 띠며 열린 결말로 영화가 마무리된다. 그러나 감독 수만 고쉬에 따르면 '이 영화의 제작 국가인 인도에서는 닫힌 결말을 선호하기 때문에 부국제에서 상영된 작품과는 다른 결말로 막을 내린다'고 소개했다.

▲ 영화제 둘째 날, 매표소에 사람들이 북적이는 모습

 이런 점은 아쉬워요
 이번 부국제는 국제적인 규모에 비해 미흡한 점도 눈에 띄었다. 먼저 초청 영화들이 상영되는 영화관 간의 거리를 문제점으로 꼽을 수 있다. 전주국제영화제와 달리 부국제는 영화관 간의 거리가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할 정도로 멀어 관객들은 영화 감상 외에 이동 문제로도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이는 2011년 이전까지 남포동 영화의 거리 일대에서 진행됐던 부국제가 새로 지어진 해운대 '영화의 전당'으로 주된 행사를 전부 옮기면서 나타난 문제이기도 했다. 관객들은 영화의 전당에서 다양한 행사를 즐길 수 있게 됐지만, 한편으로 초청작을 상영할 극장 역시 영화의 전당과 가까운 장소로 지정되면서 또 다른 불편함이 발생했다.
 초청작이 상영되는 극장들 중 일부가 백화점 건물의 고층에 위치해 있어 승강기 부족 문제가 나타났다. 이 때문에 오전 일찍 상영하는 영화를 보려는 관객들은 승강기 앞에 줄을 서며 수분(數分) 간 대기해야만 했다. 또한 영화의 전당 주변은 주로 백화점과 방송국이 위치해 있어 지리를 잘 모르는 관광객들이 식당, 카페 등의 편의 시설을 찾아 이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예상됐다.
 특히 백화점 내 극장 상영은 관객들에게 쇼핑 관광을 유도하는 상술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국제적인 문화 콘텐츠와 종합예술을 향유하는 장으로서 부국제의 의미를 퇴색시킨다고 느꼈다.
 이외에도 영화의 전당의 건물 구조가 복잡한 것에 비해 입구 등과 같은 안내가 부족한 점, 그리고 시네필 배지를 이용하는 경우, 전용 매표소의 수가 적어 예매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점 등이 보완이 필요한 부분으로 다가왔다.


이상미 기자 sangmi0407@wku.ac.kr
이규희 기자 gh292gh@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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