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메시지의 출현도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카톡,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수많은 정보가 오가고 있다. 이러한 때 지인들끼리 가상공간에서 구어체로 대화를 나누는 상황이 많아지게 된다. 앞으로 몇 주에 걸쳐 한 번 알아두면 유용하게 쓰일 몇몇 형태들을 알아보기로 한다. /편집자

 

 

 

 어떤 학생에게 맞춤법 중 헷갈리는 것이 있냐고 물으니 '매개체'라고 답을 했다. 깜짝 놀랐다. 한자와 친하지 않은 요즘 세태를 반영한 대답이라고 할 수 있다. 한자 지식이 조금 있으면 매개체 정도는 쉬이 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아니 한자 지식이 없더라도 '중매', '중개인', '유기체'와 같은 단어를 알고 있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어이다. 한자 지식이 없고 관련된 단어들을 적용할 수 없는 형편이라면 '매개체'를 어떻게 써야 할지 매우 난감할 수밖에 없다. 바로 'ㅐ'와 'ㅔ'의 발음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매개체'는 다음 7가지의 경우와 발음이 같게 된다.

 (1) 매개체: 매개채, 매게체, 매게채, 메개체,
               메개채, 메게체, 메게채

 사실 한국인이 위 8가지를 구분해서 발음한다면 헷갈릴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호에서 학습하게 될 '새로워/새로와'는 발음상 명확하게 구분이 되는데도 적을 때마다 헷갈리기도 한다. 사실 이는 표준어와 사투리의 문제이다. 경북 북부 토박이인 일부 화자들은 '고와도', '도와도'는 물론이거니와 '새로와도', '괴로와도', '꽃다와도', '아름다와도'도 '워'가 아니라 '와'로 발화한다. 그 사람들이 더러 '꽃다워', '아름다워'로 발화하는 경우는 교육의 효과로 이해될 법하다. 사실 이상에서 제시된 용언들을 우리는 불규칙 용언이라고 한다. 왜 불규칙인지 알아보자.

 (2) 가. 잡고, 잡은, 잡아
      나. 곱고, 고운, 고와 //
           정답고, 정다운, 정다워


 (2가)에서 어간의 'ㅂ'은 다른 형태에서도 확인된다. 반면 (2나)에서는 'ㅂ'이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불규칙인 것이다. 이러한 것을 'ㅂ' 불규칙이라고 하는데 '고와', '정다워'처럼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와 결합할 때, 그에 대한 규정은 의외로 간단하다.
다음 문제를 풀어 보도록 하자.

 (3) 가. 빛깔이 (고와야, 고워야) 한다.
     나. 불우한 사람을 (도와, 도워)
          가면서 살자.

 (4) 가. 날로 (새로와라, 새로워라).
     나. (괴로와도, 괴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3)에 제시된 두 가지가 헷갈리는 사람은 거의 없을 듯하다. 그런데 (4)에 이르게 되면 쉬이 답변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 '새롭-', '괴롭-' 등에서는 둘째 음절이 양성모음(밝고 경쾌한 특질)이므로 그에 대응하는 모음도 '어(어둡고 둔탁한 특질)'가 아니라 '아(밝고 경쾌한 특질)'라 하는 것이 여러모로 체계적이다. '잡아/접어', '녹아/눅어', '팔딱팔딱/펄떡펄떡', '촐랑촐랑/출렁출렁' 등을 통해서도 모음조화의 일면을 확인할 수 있다. '오'와 '아'가 한 단어 내에서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에 대립되는 모음은 '우'와 '어'라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맞춤법 규정에는 이들에 대해 아주 간단하게 제시하고 있다. 관련 규정을 아래에 제시하기로 한다.

 (5) 제18항 다음과 같은 용언들은 어미가 바뀔 경우, 그 어간이나 어미가 원칙에 벗어나면 벗어나는 대로 적는다.

(중략)

6. 어간의 끝 'ㅂ'이 'ㅜ'로 바뀔 적
깁다 : 기워 기우니 기웠다
굽다[炙] : 구워 구우니 구웠다
가깝다 : 가까워 가까우니 가까웠다
괴롭다 : 괴로워 괴로우니 괴로웠다
맵다 : 매워 매우니 매웠다
무겁다 : 무거워 무거우니 무거웠다
밉다 : 미워 미우니 미웠다
쉽다 : 쉬워 쉬우니 쉬웠다


 다만, '돕-, 곱-'과 같은 단음절 어간에 어미 '-아'가 결합되어 '와'로 소리나는 것은 '-와'로 적는다.

돕다[助]: 도와 도와서 도와도 도왔다
곱다[麗]: 고와 고와서 고와도 고왔다


 (5)에 제시된 제18항의 '다만' 규정에는 '도와', '고와'를 제외하고는 모두 '-워'로 적게끔 하고 있다. '고와', '도와'만 기억하면 되는 것이다. 'ㅂ' 불규칙 용언이라면 일단 '와'가 아닌 '워'를 선택하되 단음절 어간 '곱-', '돕-'에서는 '고와', '도와'를 선택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만큼 어간이 몇 음절로 구성되었느냐가 중요하다. '-다'를 제외한 어간이 단음절인 경우만 주의하면 된다는 뜻이다. '-다'를 제외한 어간이 다음절인 경우는 무조건 '워'로 못 박아 두기 바란다.
 원리는? 'ㅂ' 불규칙 용언인 경우 단음절 어간 '곱-', '돕-'에서만 '고와', '도와'를 선택하고 나머지는 모두 '워'를 선택하면 된다(새로워).

 참고 1 : 한글날이 지났다. 한글날 TV 프로그램 자막에 이상한 말이 떴다. 남북한의 말이 달라진 것은 세종대왕께 부끄러운 일이라는 멘트가 있었나 보다. 일반인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다. 세종대왕은 언어의 통일을 기하고자 한 분이 아니다. 백성들, 아니 후손들이 우리말을 한자가 아닌 새 문자로 쓸 수 있도록 하는 데 의의를 두신 분이다. 세종이 있었기에 우리는 우리의 말을 비로소 능히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북측의 말은 한글로 쓰면 되는 것이고 남측의 말도 한글로 쓰면 되는 것이다. '새로워'라고 발음하면 '新(새로울 신)'이 아닌 '새로워라'고 쓸 수 있게끔 한 분이 세종대왕이다.

 참고 2 : '서랍'을 '빼닫이'라 하는 것은 표준어와 사투리의 문제이고 '서랍'이라고 발음하는 표준어를 '설압'이라고 쓸 것인지 '서랍'이라고 쓸 것인지 '설합'이라고 쓸 것인지 고민하는 것은 맞춤법의 문제이다. 사투리도 맞춤법에 맞게 쓰는 것이 좋다. 한글 맞춤법이 표준어를 대상으로 한다 해도 그 원리는 사투리의 전사에도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김유정의 '동백꽃'에 나타나는 '느 집에 이거 읎지'와 같은 사투리 표기 방식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읎지'는 사투리이지만 형태를 밝혀 제대로 적은 것이다.

임석규 교수(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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