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메시지의 출현도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카톡,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수많은 정보가 오가고 있다. 이러한 때 지인들끼리 가상공간에서 구어체로 대화를 나누는 상황이 많아지게 된다. 앞으로 몇 주에 걸쳐 한 번 알아두면 유용하게 쓰일 몇몇 형태들을 알아보기로 한다. /편집자
 
 
 1930년대 염상섭의 소설 ≪삼대≫에 등장하는 (1)과 같은 표현을 통해 우리는 '(들이)켜-'라는 단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현대 방언에서는 대부분 '들이키-'로 실현된다. '들이켜-'에서 '들이키-'로의 변화는 (2)를 통해서 확인될 수 있다.
 
 (1) 덕기는 병화가 그 큰 컵을 들고
    벌떡벌떡 다 켜기를 기다려 물어보았다.
 
 (2) 가. 들이켜고, 들이켜지, 들이켜니, 들이켜도
    나. 들이키고, 들이키지, 들이키니, 들이켜도
 
 (2가)의 '켜-'는 '가(去)-', '서(立)-'처럼 특별한 규칙을 적용하지 않고도 여러 활용형을 쉽게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런데 화자들은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도'와의 결합형 '들이켜도'를 통해서 어간을 달리 분석할 수 있다. 달리 분석된 어간은 '들이켜-'가 될 수도 있고, '들이키-'가 될 수도 있다. 어간이 '들이켜-'로 분석될 경우는 '켜(火)-' 유형이 기준형이 된다. 첫 두 음절 '들이'만 제외하면 '켜고, 켜지, 켜니, 켜도'와 똑같은 형태들을 만들 수 있다. 어간이 '들이키-'로 분석될 경우는 '일으키(起)-' 유형이 기준형이 된다. '일으키고, 일으키지, 일으키니, 일으켜도'의 첫 두 음절 '일으/들이'만 다를 뿐, '일으키-'와 똑같은 형태들을 만들 수 있다. 우리 언중은 '일으키-'와 관련시켜 '들이키-'로의 변화를 촉발하였다. 그래서 우리는 '들이켜고', '들이켜지'라는 말을 좀체 들을 수가 없게 되었다.
 '들이켜->들이키-'로의 변화와 관련하여 '켜->키-'로의 변화도 검토할 수 있다. 요즘 젊은 층에서는 '(전등을/불을) 키고, 키지, 키니, 켜도'와 같은 형태에 익숙해 있는 듯하다. '들이켜-'에 비해서는 '켜'라는 형태의 발화 빈도가 그래도 높은 편이다. 다만 일반적으로 젊은 층의 경우는 '켜->키-'로 변화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펴->피-(伸)'로의 변화도 살펴보자. 아래 표는 2014년 평택 지역에서 조사한 결과이다.
 
 
 전체적으로 '펴-'가 50%를 웃돌고 있다. 3집단에서 5집단까지는 '펴-'의 빈도가 지배적이나 나머지 그룹에서는 '피-'의 빈도도 45%를 상회하고 있다. 의외로 '피다'라고 발화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참고 1 : 위 제목과 관련되는 내용은 아니지만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띄어쓰기 항목이 있다. 이 글의 첫 두 문장에는 '확인하다', '실현되다'가 나타나 있다. 이와 관련해 '-하다', '-되다' 유형의 띄어쓰기를 살펴보려는 것이다. '-하다(도외시하더라도)'는 명사 뒤에 붙여 쓸 것을 당부하고 싶다. '도외시하다', '되새김질하다', '척하다' 등에서의 '-하다'는 명사 뒤에 무조건 붙여 쓴다. '도외시하다', '되새김질하다'를 띄고 싶다면 '조용하다', '깨끗하다'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해 보라. 대학생의 글에서 특히 '-하다'를 붙이지 않은 경우가 쉬이 눈에 띄는데 대학 1학년 때 이것만이라도 습관을 잘 들일 필요가 있다. '도외시 할지라도', '도외시 한다고'는 모두 틀린 표기이다. '-되다(추방되더라도)', '-시키다(납득시키더라도)' 등도 마찬가지이다. 그 밖에 '-어지다'도 붙여 쓰면 된다. '사기당하다', '말씀드리다', '오해받다'에 있는 '-당하다', '-드리다', '-받다' 또한 앞말과 붙여 쓸 수 있도록 하자. 모두 접사이다. 참고로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접사 '-당하다', '-드리다'를 가져와 본다. '-당하다', '-드리다' 앞에는 모두 명사가 결합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당하다 「접사」
 (행위를 나타내는 일부 명사 뒤에 붙어) '피동'의 뜻을 더하고 동사를 만드는 접미사.
 ¶ 거절당하다/무시당하다/이용당하다/체포당하다/혹사당하다
 
 -드리다 「접사」
 (몇몇 명사 뒤에 붙어) '공손한 행위'의 뜻을 더하고 동사를 만드는 접미사.
 ¶ 공양드리다/불공드리다/말씀드리다
 
 참고 2 : (3)은 Twice의 'Cheer up'의 첫 부분, (4)는 방탄소년단의 'Fake love'의 첫 부분이다. 밑줄 친 부분을 바르게 고쳐 보자.
 
 (3) 매일 울리는 벨벨벨 이젠 나를 배려 해 줘
   배터리 낭비 하긴 싫어, 자꾸만 봐
   자꾸자꾸만 와, 전화가 펑 터질 것만 같아
   몰라 몰라 숨도 못 쉰대,
   나 때문에 힘들어 쿵 심장이 떨어진대
   왜 걔 말은 나 너무 예쁘대,
   자랑 하는 건 아니고
   아 아까는 못 받아서 미안해
   친구를 만나느라 shy shy shy
   만나긴 좀 그렇구 미안해,
   좀 있다 연락 할게 later
   조르지 마 얼마 가지 않아,
   부르게 해 줄게 Baby

 (4) 널 위해서라면 난 슬퍼도 기쁜 척 할 수가 있었어
    널 위해서라면 난 아파도 강한 척 할 수가 있었어
 
 ⇒(3)의 마지막 부분에는 '하다' 앞에 명사가 없으므로 띄어서 쓰는 것이 맞고 나머지는 모두 명사 '배려', '낭비' 등에 붙여야 한다. (4)의 '하다' 앞에는 명사 '척'이 있기에 '기쁜/강한 척할 수가 있었어'로 고쳐야 한다.
 
 
  임석규 교수(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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