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은 '빼빼로데이'이다. 매년 빼빼로데이가 되면 편의점을 비롯해 수퍼마켓, 대형마트에서는 막대 과자 홍보로 분주하다. 평일과 다를 바 없는 11월 11일이 이렇게 바쁜 이유는 단순히 날짜에 들어가는 숫자 '1'이 빼빼로의 모양과 닮았기 때문이다. 이런 제품 홍보성 기념일을 '데이마케팅'이라고 말한다. 데이마케팅이란, 앞서 '빼빼로데이'처럼 기념일을 타깃으로 수요를 창출하는 마케팅이다. 각 업체는 다양하고 이색적인 이벤트를 열고 자사 상품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모습을 보인다.
 
 
 
   기분 좋게 속는 기념일
 각종 데이마케팅 날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 파는 인형, 과자들을 보며 너무 비싸다고 생각한 적 없는가? 이러한 판매 전략은 데이마케팅의 홍보 방식 중 하나라고 한다. 특히 기업을 비롯해 유통업체들은 각종 데이마케팅을 통해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게 정설이다.
 실제로 빼빼로데이를 비롯해, 밸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등 초콜릿 시즌 매출이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페 디초콜릿커피앤드 매출 데이터에 따르면, 매년 밸렌타인데이 기간을 살펴보면 2015년에 비해 2016년 45.3%, 2017년 48% 증가했으며 화이트데이에는 2015년 대비 2016년 45%, 2017년 5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렇다면 과연 사람들이 이런 과도한 홍보 또는 판매를 전혀 모르고 구매를 하는 걸까? 의미 부여를 통한 스토리텔링은 평범하던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
 평범한 하루라면 마음을 표현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특별한 날 하루 정도는 소중한 이를 위해 평소보다 돈을 더 써서 과자 몇 개 챙겨주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 될 것이 없다. 혹여 업체들이 자신들의 물건을 효과적으로 더 많이 '팔아먹기' 위한 상술이 깔려 있을지라도, 의미 부여만 확실하면 소비자들은 대개 이런 것들은 무시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데이마케팅이 기업들의 상술에서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조금 특별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 기념일도 있다. 3세기 로마 시대 때는 결혼은 황제의 허락 아래 할 수 있었는데, 그 당시 한 사제인 '밸런타인'은 서로 사랑하는 젊은이들을 황제의 허락 없이 결혼을 시켜준 죄로 순교하게 된다. 그가 순교한 뒤, 이날을 축일로 정하고 해마다 애인들의 날로 기념해 여자가 평소 좋아했던 남자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것이 허락된다고 한다. 그때 주로 사랑을 전하는 매개체가 '초콜릿'으로 전해져, 지금까지 밸런타인데이 때마다 연인들이 초콜릿을 주고받는다.
 일부에서는 젊은이들의 욕구를 악용하려는 상혼이 빚어낸 그릇된 사회현상이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남녀가 특정일을 이용해서 서로의 마음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것은 그 자체로서 매우 아름다운 일이라는 관념이 넓게 자리 잡았다. 이처럼 단순한 로맨틱한 스토리텔링 홍보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기도 한다.
 
  내가 몰랐던 특별한 날
  그렇다면, 시중에 널리 알려진 빼빼로데이,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를 제외하고 어떤 데이마케팅 기념일이 있을까?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 3월 14일 화이트데이를 기점으로 매월 14일은 다양한 기념일로 채워져 있다. 그 예로 '4월 14일 블랙데이', '5월 14일 로즈데이', '6월 14일 키스데이' 등이 그 것이다. 그중 '블랙데이'는 짜장면을 먹는 날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2월에 남자친구에게 초콜릿을 선물하지 못한 여자나 3월에 사탕을 주지 못한 남자끼리 만나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는 날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화이트데이가 커플들의 날인만큼 솔로들의 날인 4월 14일을 화이트의 반대인 블랙으로 표현했다고 추정하기도 한다.
 연인끼리 장미꽃을 선물하는 날인 '로즈데이'는 미국의 한 꽃집 청년이 가게에 있는 모든 장미로 사랑을 고백했다는 것에서 유래됐다. 붉은색은 '기쁨과 열렬한 사랑', 하얀색은 '존경과 순결', 노란색은 '질투와 시기', 분홍색은 '사랑의 맹세 또는 행복한 사랑' 등의 장미의 색에 따라 꽃말에 따른 다양한 마케팅이 펼쳐지는 모습도 연출된다.
 앞선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로즈데이 등 기념일에서의 고백으로 맺어진 연인들끼리 키스를 한다는 뜻에서 만들어진 날이라고 전해지는 '키스데이'까지. 유독 '사랑'에 대한 기념일이 많아 보이지만, 농·축·수산물 소비 촉진을 위한 기념일도 있다. 대표적으로 2000년대 초 구제역 파동으로 위축된 돼지고기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제정된 '3월 3일 삼겹살데이'을 들수 있다. 숫자 '3'과 연계한 마케팅이 성공해 3월 3일은 평소보다 매출이 10배 이상 급증한다고 한다. 이 밖에도 참치와 발음이 유사한 '3월 7일 참치데이', 숫자 5와 2의 발음에서 따온 '5월 2일 오리데이', 닭 울음소리에서 착안한 '9월 9일 구구데이' 등이 있다.
 오늘날의 데이마케팅은 광고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현대인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가 있다. 그래서일까 너무 많은 데이 문화가 조성된 탓에, '기업과 판매상의 상업적인 수단일 뿐이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대인들에게는 앞서 소개한 소소한 기념일이 잠시나마 충전의 의미로 생각할 수 있는 특별한 날이기도 하다. 소소한 기념일이 오면 지갑을 열어 돈이 빠져나갈지라도, '오늘은 특별한 날이잖아'라는 핑계로 마음을 전해보는 건 어떨까?
 

  강예진 기자 rkddpwls7788@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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