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TV프로그램에서 <친절한 금자씨>의 OST와 함께 "왜 눈만 시뻘겋게 칠하고 다녀?" "친절해 보일까 봐"라는 대사가 나왔다. 이 대사는 너무나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이영애의 대표작, <친절한 금자씨>에 나온 명대사 중 하나다.
 영화의 시작은 참 이상하다. 도입부는 하얀 배경에 유독 빨간 장미, 케이크 시럽으로 물들여져 가고, 인상 깊은 하얀 눈두덩이 위로 빨간 쉐도우가 강조된다. 그리고 빨갛고 하얀 산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천사를 논하며 길바닥에 아무렇지 않게 쓰레기를 버리고 찬송가를 부르기 시작한다. '금자 씨'를 맞이하기 위해서 말이다.
 감옥에서 나온 금자에게 전도사는 하얀 두부를 내민다. 두부처럼 하얗게 살라고, 다시는 죄짓지 말라는 의미로 먹으라고 한다. 금자는 친절하지 않은 행동을 하며 또 하나의 명대사를 전도사에게 날린다. "너나 잘하세요."
 금자는 감옥에서 만난 인연들을 찾아다니며 누군가를 위한 복수를 준비한다. 13년 반이라는 세월 동안 복수를 꿈꿨다. 백 선생. 고등학생 때 금자는 남자친구의 아이를 임신하자 무턱대고 영어 선생님이었던 백 선생에게 연락했다. 하지만 하필 백 선생은 아이들을 죽이는 사이코패스였다. 이마저도 목격자가 생기자 백 선생은 금자의 아이를 인질로 삼고 그녀를 거짓 자수하게 만들었다.
 감옥에서 나온 금자는 다 커버린 자신의 아이 '제니'를 데려온 후 본격적인 복수를 한다. 백 선생의 아내이자 금자에게 은혜를 입은 '이정'을 이용해 백 선생을 쓰러지게 만들고 폐교로 끌고 가 묶어놓는다. 그리고 해외로 입양됐기에 영어만 아는 제니에게 영어 선생님인 백 선생을 통해 번역하라고 한다. 왜 제니를 버릴 수밖에 없었는지, 자신이 얼마나 제니를 사랑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속죄하는지도. "사람들은 누구나 실수를 해. 하지만 죄를 지었으면 속죄를 해야 하는 거야."
 이후 제니에게 세 번의 속죄를 하고 금자는 복수를 이어나갔다. 금자가 알고 있던 아이 '원목' 말고도 백 선생의 핸드폰 고리에서는 각각 다른 4명의 아이들의 흔적들이 있었다. 모두 백 선생이 죽인 아이의 수다. 금자는 자신의 가짜 자수를 눈감아 준 형사와 함께 아이들의 부모님을 데려왔다. 그리고 백 선생이 남겨놓은 아이들의 영상들을 틀어준다. 영상에는 아이들이 죽어가는 모습, 우는 모습, 엄마나 아빠를 부르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아이들의 보호자들은 격정적으로 변했다. 그리고 금자와 형사는 백 선생에게 고통을 주는 것으로 보호자들에게 복수의 기회를 준다.
 이런 고어틱한 요소들이 지나고 영화 속 주요 단어였던 '속죄'와 '구원'이라는 단어는 영화의 끝에서야 금자의 '아이'를 통해 더욱 의미를 상기시키게 했다. 금자는 사실 끝없이 속죄하고 구원받으려 복수를 꿈꿨다. 그리고 이를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진정한 의미는 금자의 아이, 제니를 통해 깨달을 수 있었다.
 눈이 내리고 아이들의 보호자들도 흩어진 상황에서 금자는 제니에게로 뛰어갔다. 그리고 자신의 아이를 꼭 끌어안았다. 구원받는 모양새처럼. 제니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고 여자의 내레이션이 나왔다. "그토록 바라던 영혼의 구원은 끝내 얻지 못했다. 그래도 그렇기 때문에 나는 금자 씨를 좋아했다." 필자가 보기엔 제니는 이런 대사를 통해 이렇게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당신은 끝내 죄를 저질렀고 구원의 대상자에겐 백 선생이나 금자나 다를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딸인 나에게로 와서는 결국 당신은 속죄 받았고 그러니 구원받을 수 있다"고 말이다.
 이 의미를 깨달았기 때문일까, 그래서 금자는 처음 두부를 내쳤던 것과 다르게 두부처럼 생긴 하얀 케이크에 코를 박고 먹었던 걸지도 모른다. 또한 진정한 속죄를 알고 두부처럼 하얀 것에 대한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싶다. 
박인화 기자 aksmfl2@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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