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이 말은 언제부턴가 공허한 울림이 되어 버렸다.
 가을인 10월, 11월은 책과 관련한 다양한 행사들이 진행된다. 예를 들어 10월 11일은 책의 날, 11월1일은 잡지의 날, 11월11일은 서점의 날이다. 그리고 10월에는 홍대에서 펼쳐지는 '와우북페스티벌'도 있으며, 다양한 문화 행사가 있다.
 또 10월과 11월말에는 '도깨비 책방'을 운영한다. 도깨비책방은 공연, 전시, 영화 유료 관람권과 지역서점 구입 영수증을 도서로 교환해 주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유료관람권이나 지역서점 구입 영수증을 제출하면 '블라인드 책'으로 교환해 준다. 동네책방이 주민들의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동네책방 문화사랑방에서는 작가와의 만남부터 공연까지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지역서점에서도 문화예술행사는 이어진다. 그러나 사람들은 책과 관련된 행사 같은 건 그냥 지나쳐 버리거나 처음부터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보다도 10월말에 곳곳에서 하는 핼러윈 데이가 관심이 가고 더욱 인기가 있는 것 같다.
 2017년 국민독서실태 조사(2년마다 조사·공표)에서는 1년간 일반도서(교과서, 학습참고서, 수험서, 잡지, 만화를 제외한 종이책)를 1권 이상 읽은 사람의 비율인 독서율이 성인(만 19세 이상) 59.9%, 학생 91.7%로 나타났다. 또한 책을 1권 이상 읽은 사람 중 '매일' 또는 '일주일에 한번 이상' 읽는 독자는 성인 24.5%, 학생은 49.6%인 것으로 나타났다. 종이책 독서량은 성인 평균 8.3권으로 2015년에 비해 0.8권이 줄어들었다. 읽지 않는 사람들은 '일과 공부 때문에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여기서 특이한 것은 본인이 독서량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줄어들어 독서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또한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지속적인 독서율 감소와 독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지금, 정부는 2018년을 '책의 해'로 정하고, '책'과 관련한 다양한 행사들을 개최했다. 출판사, 서점, 도서관, 지자체 등이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 수많은 행사를 실시했다. 책마을과 북튜버를 지원하고, 사람들이 서점에 가도록 서점 행사도 지원을 했다. 그러나 정작 일반 국민은 2018년이 책의 해였던 것을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관심이 없기도 했겠지만 출판관련 행사들이 사람들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올 10월과 11월 초에 대구와 서울에서 울트라독서마라톤대회를 개최했다. 24시간 잠도 자지 않고 책을 읽는 독서마라톤대회이다. 11월 2일과 3일에 걸쳐 서울에서 개최했던 독서마라톤대회에는 61명이 참여하여 27명이 완주 메달을 걸었다. 그 중에는 대구에서 참여하지 못해 아쉬워 일부러 서울에 올라와서 밤샘 독서를 한 이도 있었다. 이들은 모두 책 읽는 몰입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한다. 이 대회의 취지도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독서몰입'을 느껴보자는 것일 것이다. '책'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읽어보면 다른 것이 생각나지 않는 몰입의 경지를 누구든지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행사라 생각한다.
 그러나 '책'이라고 하니 사람들은 어려워한다. 우리는 책을 '종이텍스트'로서 '교육'으로서 접했던 시간이 너무 길었던 것이다. '책'은 이제 종이책만이 아니고 교육이 아니다.
 독서의 계절은 가을일 필요도 없으며 사계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한다. 눈을 들어 가까운 동네서점을 보자. 서점은 책을 사는 곳이 아니라 즐기고 경험하는 곳이 되어 가고 있다. 이제 책은 읽고, 보고, 듣는 것이 되었다. '책'도 핼러윈 데이처럼 경험하고 느끼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조금만이라도 관심을 가진다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김정명 교수(행정언론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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