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메시지의 출현도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카톡,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수많은 정보가 오가고 있다. 이러한 때 지인들끼리 가상공간에서 구어체로 대화를 나누는 상황이 많아지게 된다. 앞으로 몇 주에 걸쳐 한 번 알아두면 유용하게 쓰일 몇몇 형태들을 알아보기로 한다.

/편집자

 

 

 

구인란/구인난을 살펴보기 전에 사이시옷에 대해 상기해 보자. 사이시옷은 앞말과 뒷말이 연결된 글자 그대로의 발음이 실제 발음과 다른 경우에 한하여 적는다고 했다.

 (1) 가. 피+멍
    나. 피+기
 
 (1가) '피+멍'에서 '+'를 뺀 글자 그대로의 발음은 평상시 발음과 일치한다. 반면 (1나) '피+기'에서 '+'를 뺀 글자 그대로의 발음 '피기'는 '(꽃이) 피기 시작했다'에서의 '피기'를 연상하게 된다. '피기가 서려'로 발음하면 발음이 이상하다고 핀잔을 들을 수도 있다. 우리의 현실 발음 '피끼'의 발음과 맞추어 주려면 사이시옷을 적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이시옷 표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자어냐 고유어냐 하는 조건이 중요했다. '초쩜'이라 소리 나더라도 '촛점'이라고 쓰지 않는다. '焦點(초점)'이 한자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글 맞춤법 제30항 사이시옷 규정에는 외래어에 대한 조건이 없다. 그래서 '페틋병', '피잣집'이라고 쓸 수 있는 명분이 없다. 왜냐하면 '페트'와 '피자'는 어종상(語種上) 고유어도 아니고 한자어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차이는 있지만 어떤 단어를 보고 한자어냐 한자어가 아니냐를 구분하는 작업이 중요한 경우도 있다. 바로 다음과 같은 경우이다.
 
 (2) 신문에서 (소식란, 소식난)을
   자세히 보자.
 
 '소식(消息)'이 한자어이므로 '란(欄)'은 옥편에 있는 음인 '란'으로 쓴다. 대신 앞말이 한자어가 아닌 경우는 '난'으로 쓴다.
 
 (3) 가. 신문의 (독자란, 독자난)을
     자세히 보자.
   나. 신문의 (가십란, 가십난)을
      자세히 보자.
 
 위에서 '독자(讀者)'는 한자어이기 때문에 '독자란'이 정답이다. '가십'은 한자어가 아니기 때문에 '××란'과 같이 한자음을 드러내면 안 된다. '가십란'으로 쓸 수 없다는 뜻이다. '가십난'처럼 두음법칙을 적용해야 한다. 다음은 앞말이 모두 한자어이기 때문에 뒷말도 한자음을 살려서 '란'으로 적는다.
 
  (4) 투고란, 비고란, 가정란, 고정란,
   광고란, 기표란, 금액란, 논설란,
   문예란, 소식란…
 
 다음에서 난초 관련 표기 및 알[卵] 관련 표기가 잘못된 것을 골라 보자.
 
 (5) 가. 동양란(東洋蘭), 사철란, 군자란,
     용설란, 문주란
   나.*여름새우란, *큰방울새란, *솔잎란

 (6) 가. 수정란, 유정란, 무정란, 담수란
   나.*모자이크란
 
 (5나)의 '여름새우'나 '큰방울새', '솔잎'은 한자어가 아니기 때문에 '여름새우난', '큰방울새난', '솔잎난'으로 적어야 한다. (6나)의 '모자이크' 또한 한자어가 아니기에 '모자이크난'으로 적어야 한다. 그 밖의 예들은 선행 요소가 한자어이기에 모두 '란'으로 적은 것이다.
 다음에 제시된 예들에 대해 검토해 보자.
 
 (7) 경영난, 교통난, 구인난,
   생활난, 식량난, 인력난,
   자금난, 재정난, 주택난…
 
 (7)에 제시된 '난(難)'은 두음법칙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옥편상의 음을 적은 것이다. '가난(艱難)'에서의 '난'이다. '재난(災難)'의 둘째 음절이 '난'인 점에 유의하면 옥편의 음도 '난'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 두음법칙과는 전혀 관계없는 것이다. '임진왜란'의 '란(亂)'은 어두에 놓이면 '난리(亂離)'에서처럼 두음법칙의 적용을 받아 '난'으로 발음된다. 한자가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동해안 쪽에 지진이 크게 발생한 적이 있다. 텐트 속에서 생활해야 하는 피난민이 많이 생겼었다. 전란이 아니기에 피란민이라고는 할 수 없다. '피란(避亂)'은 '피난(避難)'에 포함되는 의미이다. 전쟁(왜란, 호란 등의 전란)도 난리에, 지진도 난리에 포함된다. '피란처'라고 하면 전란을 피해 있는 곳이며 '피난처'는 전란이든 지진이든 난리를 피해 있는 곳이라 생각하면 된다.
 다음 두 단어의 의미 차이를 생각해 보자.
 
 (8) 구인란, 구인난
 
 '구인란(求人欄)', '구인난(求人難)', 둘 모두 사전에 등재되어 있다. 전자는 '사람을 구하기 위한 매체상의 공간'을 뜻하며 후자는 '사람 구하는 어려움'을 뜻한다. 신문 따위의 매체상의 지면이라면 '생활란', '인력란', '주택란'도 가능해 보인다. 물론 '생활난', '인력난', '주택난'과는 의미 차이가 뚜렷하다.
 
  원리는?
 '독자란'은 '란' 앞 성분이 한자어이기에 한자음 '란'을 반영해서 적고 '가십난'은 앞 성분이 한자어가 아니기에 두음법칙을 적용하여 '난'으로 적는다('강수량', '구름양').
 
 참고 1
 '솔잎난'의 '난'과 마찬가지로 아래의 '구름'과 '자개'는 고유어이기에 뒷말은 '양'과 '농'으로 표기된다.
 구름양, 강수량, 강설량, 생산량, 자개농, 자개장롱, 중롱(中籠), 대롱(大籠)
 cf. '오존양'과 잡지에서의 '어린이난'은 2019년 현재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다.
 
 참고 2
 사이시옷은 15세기부터 사람에게는 쓰지 않았다. 지금도 그 전통은 이어지고 있다. '내꺼', '네꺼/니꺼', '우리꺼'라 소리 나더라도 '냇거', '넷거/닛거', '우릿거'로 적을 수 없다. '내 거, 내 것',  '네 거, 네 것', '우리 거, 우리 것'으로 적어야 한다.
 
  임석규 교수(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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