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요즈음 매우 분주하다. 친구와 만나 밥을 먹을 때에도, 버스를 기다릴 때에도, 심지어 혼자 길을 걸을 때조차도 분주하다. 저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웨어러블 기기에 몰입해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강박적으로 와이파이를 찾아 헤매고, 인싸(Insider)와 아싸(Outsider)를 이야기한다. 손에 스마트 기기가 쥐어져 있어야만 비로소 마음의 안정을 얻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스마트폰은 통화를 하거나 정보 검색, SNS, 게임, 어플, 쇼핑, 뱅킹, 일정 관리 등 많은 일을 쉽게 할 수 있는 편리성을 제공한다. 스마트 기기가 가지는 무한한 확장성을 더 이상 예측하기 어렵다. 이른바 '스마트 맥시멀리즘(Smart maximalism)' 시대다. 수많은 텍스트와 다양한 콘텐츠가 끊임없이 생산되어 전송된다. 우리는 그 어느 것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다. 어쩐지 아깝고 왠지 시대에 뒤처지는 것 같기 때문이다. 걸려오는 전화를 못 받을까 봐 조바심이 나고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지 못할까봐 혹은 정해진 일정을 잊을까봐 불안해하는 우리들의 모습은 '스마트 맥시멀리즘'이 가져다 준 역설이다.
 일전에 나는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온 적이 있었다. 평소 스마트폰을 자주 사용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종일 불안하고 허전하여 공연히 빈손을 자꾸 움직거렸다. 꼭 받아야 하는 전화가 오지나 않을까, 중요한 일을 놓칠 수도 있으니까, 시간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할 수도 있고, 등등의 걱정이 있었지만 결국 그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나에게 새로운 일이 생겼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벗어나 보니 오히려 내 주위를 오가는 사람들이 반가웠고, 스쳐지나 가던 사물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고, 캠퍼스의 계절이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 정작 소중한 것을 채울 자리가 없다. 하루하루 쌓여가는 미디어와 정보 속에서 우리의 마음도 눈도 뇌도 질식해 버릴지 모른다. 과도하거나 불필요한 것을 과감히 비울 수 있을 때 비로소 새로움이 가능하다. 가끔은 '스마트 맥시멀리즘'을 버리고 '스마트 미니멀리즘(Smart minimalism)'을 시도해 보면 어떨까? 불필요하고 거추장스러운 것을 철저히 버리는 미니멀리즘. 의외로 볼 것도 많고 할 일도 많다. 손도 가벼워지고 눈도 맑아지고 마음의 여유도 생긴다.

 12월의 캠퍼스는 종강과 방학을 맞이하고, 졸업과 입학을 준비하고, 2019년을 마무리하고 2020년 새해의 시작을 경주하기 위해 분주하다. 여전히 창밖의 수많은 원광인들은 스마트폰 화면을 마주하며 무선의 정보와 함께 길을 걷고 있다. 다사다난했던 2019년의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하여, 잠시나마 '스마트 미니멀리즘'을 실천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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