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마니타스 장학생, 총 1억 원 장학금 지급

 2019년 2학기 후마니타스 장학생 선발대회는 손자의 『손자병법』, 유발 하라리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아서 단토의 『무엇이 예술인가』 등 3권의 책으로 진행되었다.
 독서퀴즈·시험·논술·토론 등 네 부문에서 총1,278명이 접수해 지원자 수로 보면 작년 2학기보다 13%가 증가했다. 독서퀴즈 50명, 독서시험 104명, 독서논술 117명, 독서토론 32명(16팀) 등 총 303명이 선발돼, 총 1억 원의 장학금이 지급됐다.
 
 
 일반계열 『무엇이 예술인가』 우수정(경찰행정학과 3년)
 
 예술의 정의에 관한 거대한 변화의 물결
 
   아서 단토는 과거 "예술과 현실을 구별할 수 없다면, 우리는 여하튼 종말에 도달한 것이다."라며 '예술의 종말'을 선언했었다. 하지만 단토는 전통적 예술 개념에 도전하는 뒤샹과 워홀의 작품을 기점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대 미술의 양식을 관찰하며 예술만의 '눈으로 보이지 않는 특성'을 발견하였다. 단토가 예술을 이렇게 정의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작품은 뒤샹과 워홀의 작품이다.
 마르셸 뒤샹은 기존의 가치에 반기를 들며 예술과 미적 가치를 분리시킨 최초의 예술가이다. 뒤샹은 '눈이 만족하는 미술'을 혐오한 반면 일상 세계 사물의 예술적 가치를 찬미하며 이들에게 '레디메이드'라는 명칭을 붙여주었다. 단토는 뒤샹의 작품을 보고 예술작품과 현실세계의 사물의 구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으며, 이 고민은 워홀의 <브릴로 상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끝나게 된다. 
 앤디 워홀의 <브릴로 상자>는 단토의 예술의 정의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작품이다. 단토는 예술작품이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했다. 첫 번째는 예술작품이 '어떤 것에 관한 것'이어야 하고, 두 번째는 예술작품은 '구현된 의미'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결국 예술작품은 의미를 지니는 동시에 의미를 구현하는 대상인 것이다. 따라서 워홀의 <브릴로 상자>는 실제 슈퍼마켓의 브릴로 상자에 '관한 것'이고 일상의 삶에서 미학적 아름다움을 발견했다는 철학적인 목적 또한 지니고 있으므로 예술작품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단토의 주장은 현재의 관점에서도 굉장히 유용하게 적용된다. '예술은 무엇인가'에 대한 단토의 정의에 의해 기존의 미적, 전통적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 대상들도 예술작품으로 수용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예술의 외연이 확장되었으며 예술의 존재론적 개념의 변화에 도움을 주었다. 또한 단토는 '눈에 보이지 않는 특성'을 설명함으로써 다양한 예술의 형식과 그로 인해 구현된 다양한 의미가 존재하는 다원주의 시대에 예술과 현실의 구분을 명확하게 해주었다.

 미래의 예술이 받게 될 가장 큰 도전은 '인공지능'의 예술이다. 단토는 인공지능의 예술작품은 의미의 '모방'에 불과하므로 예술작품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아를 갖는 인공지능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모방'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예술가가 어떤 의미를 전달할 목적을 가지고 그것을 물체에 구현하는 것이 예술의 정의라고 보았을 때, 자아를 갖는 인공지능이 예술가가 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과학 기술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지금, 로봇과 인공지능의 가능성은 무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예술이 예술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미학계의 엄청난 반대를 이겨내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

 

 의약학계열 『무엇이 예술인가』 류수진(의학과 4년)

 예술이 받게 될 도전은 인간성에 관한 물음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단토 미학에서 정의하는 예술의 핵심은 '구현된 의미'이다. 단토는 존재론적 관점에서 감상자와 예술품이 '관계'하면서 그 과정에서 감상자의 해석을 통해 의미가 구현될 수 있다면 그것은 아름답지 않아도 예술이라고 주장한다. 미를 강조하는 형식주의자들은 칸트철학에서 '취미'라는 개념을 빌려와 주장을 뒷받침하는데, 흥미롭게도 단토는 말년에 자신의 주장과 배치된다고 생각했던 칸트철학에서 자신의 이론을 뒷받침할 만한 핵심적 개념을 발견한다. 단토는 '취미'를 '무의식적 쾌'로 정의해 이를 예술의 필수 요소로 보기를 거부한다. 대신 그는 칸트의 '정신' 개념을 빌려, 예술가의 탁월함은 단지 예술품을 '무의식적 쾌'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아름다운 형식으로 만들어내는 것에 있지 않고 미적 이념을 감상자가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잘 배열해내는 능력에 있다고 주장한다.
 뒤샹의 '샘'과 워홀의 '브릴로 상자'는 기성 미술계에 큰 혼란을 주었다. 아름답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 변기와 수세미 상자를 예술품으로 인정하라는 당돌함에 형식주의자들은 불시에 일격을 당한 느낌이었을 것이다. 일부 형식주의자들은 변기와 상자에서 아름다운 부분을 찾아내려 애쓰며 기존의 형식주의의 가치체계 안에 이 같은 움직임을 포용해보려고 노력했지만, 단토는 과감하게 예술에서 제 1의 가치로 여겨지던 아름다움을 선택 조건으로 옮겨내고 그 자리에 '의미'를 올려두면서 훌륭하게 이 혼란을 수습해냈다.
 앞으로 예술이 받게 될 도전은 결국 인간성에 대한 질문이 될 것이다. 인간의 개입 없이 기계가 자발적으로 0과 1로 이루어진 연산을 통해 만들어낸 것을 우리는 예술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인공지능과 인간성에 대한 논의는 현재 전 세계의 지성들이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 주제 중 하나이다. 예술과 창조는 가장 인간적이라고 믿어오던 것이고, 그래서 쉽게 비인간의 영역으로 넘겨주기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아님'에 대한 두려움, 자신의 존재 자체에 대한 두려움은 이성을 가진 존재로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두려움이다. 기성 예술계가 자신들의 예술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돼버릴까봐 두려워 했던 것이 그랬고 앞으로 인간이 인공지능 앞에 느낄 무력함이 그렇다. 단토 미학의 훌륭함은 미와 부르주아의 도덕성을 동일시해 반발하고 미를 실추시킨 현대미술의 태동과 그로 인해 미와 예술을 동일선상에 놓고 찬미해오던 기성 예술계가 느꼈던 불편함과 두려움, 그 둘 간의 갈등을 양자 모두 납득할 수 있는 논증으로 통합해낸 데에 있다. 이제 단토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단토 미학에서 배워, 이 같은 두려움에 무너지지 않고 논리와 철학을 가지고 예술에게, 그리고 인간에게 당면한 질문에 답해나가야 할 것이다.
 
 
 일반계열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송철한(역사교육과 3년)
 
  '의심'과 '수용'의 폭을 넓혀 정보를 분별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저자는 인류가 발전시켜온 생명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이 인류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그런 위협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여러 사회, 과학적 현안에 대해 철저히 사유해 여러 문제들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이 생명, 정보기술의 혜택으로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풍요와 안정의 이면에는 사실을 왜곡하여 특정 집단에게 이득이 되는 상황을 만들려는 이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악의적인 풍문을 퍼트리고 거짓으로 다수의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저자는 위와 같은 현상이 '탈현실'에서 출발했다고 주장한다. 인간들은 진실에서 벗어나 특정한 개념들을 통해 스스로에게 정체성을 부여할 수 있었다. 또한 인간은 그런 정체성을 통해 사회를 구성하였고, 탈진실 하에 단결하여 여러 가지 현안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힘을 제공했다. 이렇듯 탈진실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이고 선(善)하게 작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 날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전의 탈진실은 상호 공존을 위한 '약속'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개인과 집단이 스스로의 이윤 창출을 위해 탈진실을 '도구'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탈진실을 악의적으로 사용하는 대표적 예가 바로 '가짜 뉴스'다. 일부의 개인과 집단은 악의적으로 조작된 사실들을 통해 시민들의 의사결정에 간섭하며, 심한 경우 사회에서 사람들 간의 분열과 갈등을 유발한다. 예컨대 최근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와 교황 간의 가짜뉴스는 투표권자들의 판단력을 마비시키는 결과를 빚어냈기도 했다. 
 가짜뉴스는 파국적인 결과를 양산한다. 저자는 탈진실을 '인간 결속의 파괴'의 도구가 아닌 '단결의 매개체'로 유지하려면, '의심하면서 정보에 접근'할 것을 주문한다. 인간은 탈진실에 의존한다. 탈진실에 의존하는 방법은 대체로 신화, 설화를 만들거나, 종교를 믿는 등의 행위로 나타난다. 하지만 저자는 그것이 인간의 미숙에서 발생하는 것이기에 그 자체를 '완벽한 진리'로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그는 나와 세계를 분리할 줄 알아야하며, 상대를 타자화해 의심하고 경계하며 정보를 수용할 것을 주장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타자화와 의심이 가짜뉴스에 대한 궁극적 해답일 것이라는 생각 역시 주의해야 한다. 모든 정보를 의심하고 경계하려면, 진실과 거짓을 판단할 기준과 권위가 있어야한다. 오늘 날 수많은 정보를 이러한 틀에 끼워 넣는 것은 쉽지 않다. 정보에 대한 '의심'과 '수용'을 폭넓게 사용하면서 궁극적으로 어떤 정보가 인간사회 전체에 이익과 행복을 가져다주는지 주의 깊고 심도 있게 사고하고, 동시에 타인과 대화하며 정보를 분별해내는 혜안을 길러야 한다.
 
 
  심사 총평
 
 공지된 3권의 책 가운데 『손자병법』과 『무엇이 예술인가』는 내용이 다소 어려웠을 것이다. 비록 고전은 아니지만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은 21세기의 여러 현안을 다루고 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
 『손자병법』은 중국 춘추시기에 나온 병법서이지만, 그 전략 전술은 우리의 일상에 적용해도 좋을, 즉 인간관계에도 적절히 응용할 수 있는 처세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승리는 곧 위태롭지 않다"(知彼知己 勝乃不殆)라는 구절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책은 조직을 관리하고 사람을 다루고 세상을 얻는데 도움이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13편의 서로 다른 내용이 있어 핵심개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은 기술적 도전, 정치적 도전, 절망과 희망, 진실, 회복탄력성 등 다섯 가지 큰 의제 아래 21가지 시대적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하라리는 "우리 시대의 거대한 혁명들이 개인의 내적인 삶과 연결되어 있다"라고 주장한다. 21세기에 정보공학과 생명공학의 쌍둥이 혁명은 고용시장을 변화시키고, 자유와 평등까지 위협하며, 빅데이터 알고리즘에 의한 디지털 독재를 만들어낼 수 있는데, 이때 개인은 사회적 관련성을 잃고 하찮은 존재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시대와 사회를 읽고 미래의 변화를 준비하는 길 안내를 한다.
 『무엇이 예술인가』는 근대 미술과 현대 예술을 구분하는 미학적 경계의 기준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단토는 어떤 것이 아름답지 않아도 예술이 될 수 있으며, 예술작품이란 '구현된 의미'에 다름이 아니라고 말한다. 예술가나 예술작품의 명칭, 다양한 예술사조, 미학 이론 등이 혼재되어 있어 이해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독서퀴즈>
 독서퀴즈대회는 책읽기에 흥미를 갖도록 O·X 게임과 골든벨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400여명이 넘는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열기가 뜨거웠다. 『손자병법』과 『무엇이 예술인가』 등 두 권의 책 내용을 바탕으로 독서퀴즈대회가 이루어졌는데, 참가한 학생들은 대회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뜨거운 호응을 보였다. 책읽기와 놀이가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학술축제의 즐거운 마당이 되었던 것 같다.
 
 <독서시험>
 독서시험은 이번에 3권의 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지난 학기에 비해 선정도서가 한 권 빠져 학생들의 부담도 줄어든 듯하다. 시험은 책을 제대로 읽었는지에 주안점을 두었지만 출제항목에는 난이도를 두었다. 단답식이나 서술형 문항도 있어 꼼꼼하고 촘촘한 글읽기 훈련이 필요해 보인다.
 
 <독서논술>
 독서논술의 경우 응시자 수에서, 『손자병법』이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과 『무엇이 예술인가』보다 거의 두 배 정도 많았다. 책 내용의 난이도보다는 적은 분량이 학생들의 독서논술 선정에 영향을 미친 듯 했다. 『손자병법』의 경우 수상권에 든 학생들의 경우는 비교적 책을 완독했지만 많은 경우 책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나머지 두 책의 경우는 비교적 문제의식을 잘 소화하며 글을 썼다. 특히 『무엇이 예술인가』는 내용이 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내용을 관통하며 소화된 언어를 구사하는 글이 많아 반가웠다.
 
 <독서토론>
 독서토론의 대상도서는 『손자병법』과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이었다. 이번 독서토론에서도 인문사회계열의 참가팀이 적어 아쉬웠다. 예선, 16강, 8강에서는 시의적 문제와 연관된 논제 이해력 때문인지 사전에 공지된 논제에 대해 준비 부족 때문인지 토론에서 다소 긴장도가 떨어졌다. 물론 4강 이후의 토론에서는 논지, 주장, 비판, 표현력 등이 살아나 훌륭한 토론을 보여 주었다.
 
 원광대학교 후마니타스장학생 선발대회는 독서를 통해 학기당 1억 원의 장학금을 수여하는 국내 유일의 큰 장학대회이다. 후마니타스 독서대회를 통해 사회와 시대를 읽으며 휴머니즘의 실천을 하는 원광인, 사회에서 정신적 보석 역할을 하는 글로벌 마인드의 원광인이 많이 탄생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대회가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노고를 아끼지 않은 융합교양대학 학장 및 직원선생님, 출제와 평가에 참여해 주신 교수님들, 협조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김정현 교수(후마니타스장학위원회 위원장, 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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