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인류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 한 새로운 사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의 등장으로 그동안 인류가 쌓아온 문명 그 자체가 도전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각 나라의 대응도 제 각각이어서, 마치 나라마다 똑같은 시험문제가 출제되어 위기관리능력이 평가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지구적 재난'(global crisis) 상황에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나라가 대한민국, 바로 우리나라입니다. 우리 한국은 민주주의의 원칙인 개방성을 유지한 상태에서 전염병의 확산을 통제한다는 '창조적 모험'을 감행하여 새로운 방역모델을 만들어 냈습니다.
 대한민국이 코로나19 방역에 있어 세계적인 모범국가가 되었듯이, 우리 원광대학교도 모든 구성원들이 합심합력한 가운데, 전국 4년제 대학을 대표한 방역 모범대학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인류가 한번도 겪지 아니한 지구적 재난이라는 공전(空前)의 위기상황 속에서 대학과 산하 병원, 모든 교직원, 나아가 퇴직 교직원들까지도 합심하여 원광공동체를 안전하게 지켜 낸 것은 다른 대학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사실 우리 민족에게는 이러한 위기상황이 낯설지 않습니다. 우리 한민족의 피 속에는 이미 150여 년 전부터 서세동점의 위협과 제국주의의 침입으로부터 '보국안민'(輔國安民)을 위해 헌신해온 DNA가 맥맥히 흐르고 있습니다. 해방 이후에는 그것이 민주주의의 구현으로 이어졌고, 지난 '촛불혁명'은 그 대장정이 새로운 민주주의를 낳은 사건이었습니다.  
 이처럼 우리 민족이 그러했듯이, 원광의 모든 구성원들도 지난 75년 동안 여러 차례 밀려왔던 위기상황을 집단지성과 일심합력, 공도정신의 실천을 통해 창조적으로 극복하여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저는 우리 민족과 우리 원광대학교가 지난 시대 위기를 지혜롭게 돌파해 낸 바탕에 '개벽'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벽'은 19세기 말에 유교체제의 붕괴와 서구열강의 위협 속에서 우리 땅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새 문명, 새 세계 건설의 이념이었습니다. 
 원광대학교는 이러한 '개벽'의 이념으로 세워진 대학입니다. '물질의 개벽'으로 인한 팬데믹의 위기상황을 '정신의 개벽'으로 넘어서자는 것이 원불교의 개교 정신이자, 원광대학교의 건학이념입니다. 원광대학교는 그것을 마음공부와 학문연구 그리고 사회봉사로 구현하고자 합니다. 이것이 숭산 박길진 초대 총장께서 평생토록 구현하고자 했던 교육철학이었습니다. 
 팬데믹의 도래로 인류는 근대적 시스템의 한계를 절감했습니다. 따라서 학문도 이에 따라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근대적인 국가 중심, 인간 중심의 학문으로는 이 지구적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 원광대학교에서는 지구화시대에 요청되는 개벽학과 지구학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K-방역'과 같은 'K-Studies'를 창조하려고 합니다. 그래야 진정한 '글로벌 개벽대학'으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74년 동안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개벽의 길을 걸어갈 것입니다. 앞으로도 원광학우 및 원광대학교 교직원 여러분들의 변함없는 성원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박맹수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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