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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마음으로] 동해 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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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5.18  23:2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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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대학생활을 보내는 4년 동안 수많은 리포트를 작성하게 되는데, 그 리포트가 학점과 어느 정도 직결된다는 사실을 알지만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난감한 경우가 있다. 이번 호부터는 '좋은 글이란?'이라는 주제로 올바른 문장 및 문단, 나아가 글쓰기의 절차 등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지난 호에서 다룬 내용으로 시작해 보려 한다. 병렬구조는 '나는 정국이와 진이가 좋더라.'라는 유형의 문장에서 확인된다. 바로 이 문장에서 '와'는 병렬구조를 이루게 하는 긴밀성 장치이다. 이 긴밀성 장치 '와'로써 '나는 정국이가 좋더라.'라는 문장과 '나는 진이가 좋더라.'라는 문장을 연결한 것이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이런 유형의 병렬구조에서 우리는 많은 실수를 하게 된다.
 (1) 동해 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2) 인간은 습지를 개간하고 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산을 뚫으면서 지표면을 점차 바꾸어 갔다. 
 (3) 음식물과 애완동물 출입 금지
 언뜻 보기에 (1)에 제시된 '애국가' 1절의 가사는 아무런 잘못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그것을 제대로 분석해 보면 우리는 큰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상식적으로 '동해 물'은 마르는 것이고 '백두산'은 닳는 것이다. '애국가' 1절의 가사를 '유니콘과 칼텍스가 마르고 닳도록'으로 바꾸어 보자. 과연 우리 한국인이 '유니콘'은 '마르는 것'이고 '칼텍스'는 '닳는 것'이라 생각하겠는가? 그에 대한 답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동해 물이 마르고 백두산이 닳도록'으로 수정하면 어떻겠는가? 이것이 문법에 맞는 문장이다. 그러면 애국가 가사를 조금 바꾸어서 한 번만 불러 보는 것도 괜찮지 않겠는가.
 문장 (2)에서 확인되는 병렬장치는 '-고'이다. 물론 글쓴이의 의도는 이해된다. 인간이 지표면을 '습지를 개간하면서', 또 '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산을 뚫으면서' 바꾼 셈이다. 그런데 다른 식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습지를 개간하-'와 '도로를 건설하-'가 병렬로 연결된 것이라 볼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인간은 습지를 개간하기 위해 산을 뚫-'이라는 문장과 '인간은 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산을 뚫-'이라는 두 개의 문장이 형성될 수 있다. 후자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전자는 우리를 당혹하게 한다. 습지를 개간하기 위해 산을 뚫다니 황당하기 그지없다. (2)에 제시된 문장이 쉬운 단어들로 구성되어 있으니 망정이지 어려운 학술 용어로 되어 있다면 그 글을 읽는 사람은 도무지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나아가 잘못된 지식을 습득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3)은 지난 호에서도 간단하게 언급한 바 있다. 병렬장치로 '-과'가 확인된다. 사실 (3)은 '음식물 출입 금지'와 '애완동물 출입 금지'가 연결된 것이다. 그런데 전자가 말이 되지 않는다. 만약 (3)을 '애완동물'로 시작하게 되면 어떤 경고문이 붙게 될까? 아마 '애완동물과 음식물 반입 금지'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 또한 틀린 것이다. '음식물 반입'이라는 말은 쓸 수 있는데 '애완동물 반입'이라는 말은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음식물 반입 금지와 애완동물 출입 금지'라고 하는 것이 정상이다. 또 '음식물 반입과 애완동물 출입 금지'로 줄여 쓸 수 있다. 이때 '금지'는 '음식물 반입'과 '애완동물 출입' 모두에 걸리는 것이다.
 병렬구조를 제대로 구사하기 위해서는 일단 가능한 한 짧게 끊어서 쓰는 습관부터 길러야 할 것이다. 짧게 끊어서 쓰게 되면 그만큼 틀릴 확률도 줄어든다. '한글' 프로그램으로 리포트를 작성할 때 한 줄 이상 길어진 문장은 십중팔구 잘못된 표현이라 생각하면 된다. 문장이 조금 길어 보이는 (2)를 두 개의 온점(마침표)을 사용해 끊어서 쓴다면 틀릴 확률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4) 가. 인간은 습지를 개간하면서 지표면을 바꾸어 갔다. 
 나. 또 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산을 뚫으면서 지표면을 바꾸어 갔다.
 (4)와 같이 짧게 끊어 쓴 후 그것을 다시 연결시키는 훈련도 중요하다. 두 번째 문장에는 '-하기 위해'라는 목적이 보인다. 그러면 첫 번째 문장에도 '-하기 위해'를 넣어 보는 훈련이 중요하다. 그러면 글도 좀 더 풍성해질 수 있는 것이다. 더불어 구조상의 병렬 논리도 말끔하게 확보된다.
 (5) 가. 인간은 농지를 확보하기 위해 습지를 개간하기도 했다. 
 나. 인간은 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산을 뚫기도 하였다.
 다. 이러면서 지표면의 모습을 점차 바꾸어 갔다.
 이러한 세 개의 문장이 하나로 통합된 것이 바로 (2)에 제시된 문장인데 끝까지 병렬에 대해 주의를 기울였다면 보다 자연스러운 문장이 되었을 것이다.
 (6) 인간은 농지를 확보하기 위해 습지를 개간하기도 하면서 또 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산을 뚫기도 하면서 지표면의 모습을 점차 바꾸어 갔다.
 다음 두 경우를 통해 병렬 구조에 대해 확실히 이해해 보자. 어떤 실수를 범할 수 있는지도 경계하기로 하자.
 (7) 가. 잠시 후, 감독관께서 신분증과 휴대전화를 수거하겠습니다.
나. 잠시 후, 감독관께서 휴대전화와 신분증을 확인하겠습니다.
 다. 잠시 후, 감독관께서 신분증을 확인하고 휴대전화를 수거하겠습니다.
 (8) 가. 잠시 후 2부에서는 최우수상, 대상 등의 풍성한 상과 화려한 무대가 여러분 앞에 펼쳐지겠습니다.
나. 잠시 후 2부에서는 화려한 무대와 최우수상, 대상 등의 풍성한 상이 여러분 앞에 펼쳐지겠습니다.다. 잠시 후 2부에서는 최우수상, 대상 등의 시상을 포함한 화려한 무대가 여러분 앞에 펼쳐지겠습니다. 
 (7)은 (2)의 '애완동물과 음식물 반입 금지'와 같은 유형이다. (2)는 '애완동물'이 뒤에 놓이느냐 '음식물'이 뒤에 놓이느냐에 따라 '출입/반입'이 달라진 것이며, (7)은 '휴대전화'가 뒤에 놓이느냐 '신분증'이 뒤에 놓이느냐에 따라 '수거/확인'이 달라진 것이다.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으면서 (7다)와 같이 써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자. 
 (8)은 (7)과는 다른 유형이다. (8다)가 보다 논리적인 표현이다. '풍성한 상'은 '화려한 무대'에 포함되기에 병렬 관계로는 부적절한 것이다. 

 임석규 교수(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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