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의 마음으로] 뜸과 침을 맞다(?) 침과 뜸을 뜨다(?) - 원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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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마음으로] 뜸과 침을 맞다(?) 침과 뜸을 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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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6.09  22: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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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자 메시지의 출현도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카톡,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수많은 정보가 오가고 있다. 이러한 때 지인들끼리 가상공간에서 구어체로 대화를 나누는 상황이 많아지게 된다. 앞으로 몇 주에 걸쳐 한 번 알아두면 유용하게 쓰일 몇몇 형태들을 알아보기로 한다. /편집자

 

 지난 2회에 걸쳐 병렬구조는 '나는 정국이와 진이가 좋더라.'라는 유형의 문장에서 확인된다고 했다. 이 문장에서 '와'는 병렬구조를 이루게 하는 요소이다. 이 장치 '와'를 가지고 문장 '나는 정국이가 좋더라.'와 또 다른 문장 '나는 진이가 좋더라.'를 연결한 것이다.
 다른 문장을 통해 병렬구조가 얼마나 잘못 쓰이고 있는지 확인해 보자. 다음에서 병렬에서의 문제점을 파악해 보자. 
 (1) 어르신들이 이 단체를 통해 항시 뜸과 침을 맞을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
 (2) 휴대폰과 디엠비 시청은 눈감고 운전하는 것입니다.
 (3) 저희 회사는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그 원인과 대책 마련에 고심할 것입니다.
 (4) 대안 학교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5) 작품 속에서 어떠한 역할과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지 명백히 인식하자.
 
   
 
 (1)은 위 표에서 알 수 있듯이 '뜸을 맞다'라는 부분에서 틀렸다. 한국인은 항상 C와 가까운 B와만 말이 되면 그냥 써 버리는 경우가 많다. A와는 사고 단절이 일어난다. 이런 경우 우리는 '뜸과 침을 맞는다.', '침과 뜸을 뜬다.'라는 식으로 사고 단절을 보이기도 한다.
 (2)에서 (5)까지 C만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시청
 마련
 바뀌고 있다
 이끌어 간다
 사고 단절이 일어난 A와 연결해 보면 왜 틀렸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휴대폰 시청
 원인 마련
 (학교에 대한) 관심이 바뀌고 있다
 (작품 속에서 어떠한) 역할을 이끌어 간다
 일단 '원인 마련'은 말이 되지 않는다. '휴대폰 시청'은 지금이야 가능하지만 DMB가 출시될 무렵에는 휴대폰 통화가 운전에 방해된다는 뜻이었다. 그러므로 '휴대폰 시청'이라고 써서는 안 된다. '(학교에 대한) 관심이 바뀐다는 것' 또한 학교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문장의 뜻을 바르게 파악하는 것이다. 또 '(작품 속에서 어떠한) 역할을 이끌어 간다'라는 것 또한 의미상 '작품 속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고 그 인물이 분위기를 어떻게 이끄는 것인가' 정도로 이해해야 한다. 이처럼 명사 둘이 결합하면 부적절한 경우가 매우 많다. 사실은 '대안 학교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인식이 바뀐다.'라는 식, '(작품 속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면서 그 분위기를 이끌어 간다.'라는 식으로 풀어 써야 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메뉴에 대해 연구와 노력한 결과' 또한 명사 '연구'로 연결된 것이 부적절하다. '메뉴에 대해 연구하고 노력한 결과'라고 해야 한다. 명사를 연결하는 것보다 서술식 '-하고'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야 함을 명심하자.
 병렬구조에 대해 잘못 알고 있다면 번역할 때에도 큰 문제가 야기된다. 번역서를 읽으면 무슨 말인지 모르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이 또한 병렬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6) AOL과 CNN, 워너브라더즈를 소유한 거대한 미디어 기업의 합병
 도대체 어떤 기업 둘이 합병된 것인지 배경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어렵다. 병렬을 나타내는 두 요소 '과'와 '콤마'를 고려하면 세 가지 명사가 연이어 등장하기 때문에 주의를 해야 한다. 다음과 같이 바꾸어야 원문에 맞는 표현이 되고 그 뜻도 쉬이 이해할 수 있다.
 (7) CNN, 워너브라더즈를 소유한 거대한 미디어 기업과 AOL의 합병
 다음을 보도록 하자.
 (8) 민요는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하층민에서 양반, 임금까지 사랑받았다.
 (8)에서는 AND에 대응할 수 있는 '와/과'는 보이지 않고 대신 콤마가 보인다. 문장을 잘 관찰하면 몇 개의 문장이 한 문장으로 변형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9)에 있는 세 문장은 모두 비문법적이다. '-에게 사랑받다'라는 표현을 고려하면 (8)에는 무조건 '-에게'가 쓰여야 한다. '하층민에게 또 양반에게 또 임금에게 사랑받은 것'인데 그것을 계층상으로 나타내다 보니 'from A to B'와 같은 구조가 필요했다. 즉 A에서 B까지라는 고급스러운 표현이 동원된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고 '하층민에서 양반, 임금에게까지'라고 표현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에게'가 빠져서는 안 된다. (10)에 정상적인 표현을 제시해 본다.
 (10) 민요는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하층민에서 양반, 임금에게까지 사랑받았다.
 '-에게 사랑받다'가 바로 공통적으로 연계되는 C라고 이해하면 된다. 병렬로 묶이는 A, B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하층민, 양반, 임금인 것이다. '남녀노소에 관계없이'라는 표현은 필수적인 요소가 아니라 '사랑받았다'를 꾸미기만 하면 되는 부차적인 요소인 것이다.
 다음 호에서는 다음과 같은 상관 어구에서의 병렬 관계에 대해 검토하기로 한다.
 (11) 이러한 주장은 접근 방법이나 절차의 차이일 뿐 문제의 본질이나 핵심에서는 크게 차이가 없는 것이다.
 임석규 교수(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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