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불러왔다. 정부 방역부서에선 연일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실시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이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예견이 없다는 것이며 이미 대학가에서는 대부분의  2학기 수업방식을 1학기처럼 인터넷 수업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대신문>에선 코로나19에 따라 심신이 지친 원광인에게 이번 호 원광리포트 기획 ' 다가오는 가을,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방구석 책읽기 '으로 정했다. 마음을 풍요롭게 하고 정신을 건강하게 하는 독서의 오묘한 세계로 떠나보길 권한다. /편집자
 

그녀와 나는 즐거운 대화를 나눴다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이원하(시인) 저, 문학동네

 
 
 마라탕을 처음 먹어본 사람이라면 그 얼얼한 맛이 다소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마라탕이 지금처럼 유행하기 전엔 '마라'라는 향신료가 적잖이 생소했다. 혀의 감각을 마비시키는 맛은 고수만큼이나 낯설었다. 처음이라는 충격, 겪어보지 않은 낯설은 문학에서도 맛볼 수 있다. 이원하 시인의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가 그렇다.
 국어국문과나 문예창작학과를 나오지 않은 이원하 시인은 미용고를 졸업하고, 미용실 보조로 일하다가 영화 <아가씨>에 뒷모습이 나오는 보조 출연자로 나온 이력이 있다. 시집의 제목인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속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는 201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작이다. 신춘문예 등단작이라고 하기엔 다소간 충격이었다. 신춘문예는 보수적이라는 평이 많기 때문이다. 당시 심사위원을 맡았던 김민정, 손택수, 박상순 시인은 "기억하고 기다릴 새로운 시, 시인의 발견"이라는 심사평과 함께 만장일치로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를 당선작으로 뽑았다.
 이원하 시인의 시는 직선으로 흐르지 않는다. 이원하 시인의 시는 대화가 가능하다. 그녀는 "나에게 바짝 다가오"라더니, "나의 정체는 끝이 없"다고 말한다. 제주도에서 써 내려간 시들은 그러므로 온기를 가진다. 그녀가 시를 쓰는 동안 그녀는 "제주에 사는 웃기고 이상한 사람"이며, "남을 웃기기도 하고 혼자서 웃기도 많이 웃"는 사람이다. 그러나 어딘가 쓸쓸하기도 하다. 이원하 시인은 "하늘에 이불이 덮이기 시작"하면 "울기 좋은 때"라고 말한다. "바람의 목소리"는 "위로의 말" 없이 이해만 해준다. 가타부타 말 없는 바람만으로 그녀는 울고, 위안을 얻었으리라. 이원하 시인이 받았던 위로는 시가 되었고, 그 시는 독자들에게 위로를 넘긴다. 울음을 마음껏 내보낼 수 있는 건강한 우울과 그 후의 위안이 시집 안에서 순회한다.
 시집 한 권을 읽는 일은 시인이 시집을 출판하기까지 겪은 감각을 공유하는 일이다.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를 예로 들자면, 이원하 시인이 제주도라는 섬 안에서 겪었던 감각을 나눠 갖는 일이다. "확실히 이번 가을은/나만 고독한 것" 같은 고독을 화자와 독자가 나눠 가진다. 나눠 갖은 감각은 공진하기도 하고, 증폭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읽는 이는 감정을 배출한다.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를 읽으면서 나눈 감각은 날이 서 있지 않다. 시에 깃든 감각은 익숙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도 이원하 시인의 시가 신선하고 충격적인 이유는 시가 노래처럼 흐르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방향이 없다. 그저 어딘가에서 오고 다시 어딘가로 불어간다. 이원하 시인의 시는 제주도 바람 같다. 그녀의 시를 읽고 털어낼 감정을 바람에 실어 보내면 그만이다. 총 54편의 시로 이뤄진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를 다 읽고 나면, 이원하 시인의 다음 행보가 기대될 것이다.
 
오병현 기자 qudgus0902@wku.ac.kr 
 
 
내 인생을 한번 돌아보고 싶다면
 
『이반 일리치의 죽음』, 레프 톨스토이 저, 창비세계문학
 
 
 우리는 성공이라는 산을 정복하기 위해 한 걸음씩 정상에 다가간다. 그럴 때마다 실상 인생이라는 산에선 한 걸음씩 내려가는 것이다. 이는 『이반 일리치의 죽음』의 주인공인 이반 일리치가 자기 죽음을 마주해가는 과정에서 깨달은 사실이다.
 판사로 남부럽지 않게 성공한 인생을 살아가던 이반 일리치가 갑자기 원인 모를 병에 걸려 죽어간다. 서서히 죽어가는 이반 일리치는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삶의 의미를 고통스럽게 되묻는다. 소설은 이반 일리치가 죽음을 받아들이면서 겪는 내적 갈등을 세심하게 묘사한다. 마치 독자가 이반 일리치라도 된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이반 일리치의 시한부 인생은 독자와 동화되며 괴로운 몰입에 빠져들게 만든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다. 병세가 악화한 이반 일리치는 영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데, 내면에서 "네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이 그치지 않는다. 이에 이반 일리치는 "더 이상 고통받지 않고 사는 것"이라고 답한다. "그것이 어떻게 사는 것이냐"는 질문엔 "전에 살던 것처럼 사는 것이지, 기쁘고 즐겁게"라고 답한다. 살면서 즐거웠던 순간들을 하나씩 떠올려보기 시작했지만, 이상하게도 예전에 좋았던 모든 순간이 전혀 다르게 느껴지게 된다.
 이반 일리치는 삶에 회의를 느끼며 잘못된 삶을 살았다는 의심을 떨칠 수 없게 된다. 그는 삶에 대한 허무감과 상실감에 빠져 갈수록 심해져 가는 고통에 정말 죽음이 다가왔음을 실감한다. 지금까지의 인생이 거짓됨을 깨닫고 본인 때문에 눈물 흘리는 가족들을 동정하며 삶에 대한 집착을 버리게 된다. 이때 비로소 이반 일리치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사라지며, 마침내 죽음으로부터 안식을 얻게 된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인간이 죽어가는 과정과 더불어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를 깊게 파고든다. 죽음이 멀리 있다고 생각하며 자신관 관계없다고 생각하지만, 죽음과 삶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이 사실을 깨달으면 하루하루를 더욱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삶의 의미를 되새기며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추천한다.
김송연 기자 ksy0421@wku.ac.kr
 
 
소소한 능력자들의 소소하지 않은 과정
 
『내일은 초인간1』, 김중혁(소설가) 저, 자이언트북스
 
 
 개성을 중시하는 현대인은 유튜브, 각종 SNS를 통해 개개인의 재능을 어필하며 이목을 끈다. 영어를 특출나게 잘하거나 기발한 상품 전략을 떠올리는 등의 재능은 취업에 있어서도 유리하다. 그러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재능의 수는 몹시 한정적이다. 학교라는 갇힌 공간에서 재능을 발견하고 꿈을 간직한 채 자라지만, 머리가 자란 후 느껴지는 격차에 포기하는 이가 많다. 어중간한 재능을 가진 아이 중 상당수가 안정적인 공무원을 직업으로 삼길 원한다.
 여기, 팔이 한계 없이 자라는 초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다. '공상우'는 팔 때문에 어려서부터 긴팔원숭이라는 놀림을 받았다. 그는 사회가 원하는 재능도 아니며 고통만 줄 뿐인 능력을 증오한다.
 그런 공상우에게 '월드 체이스 태그WCT'라는 대회가 찾아왔다. 쫓고 쫓기며 제한 시간 내에 상대방을 태그(tag)하면 이긴다. 그는 이 대회가 자신의 단점을 의미 있게 만들어줄 거라 확신한다. 그곳에서 도망쳐야만 하는 운명 때문에 발이 빨라진 민시아와 만나며 공상우의 삶은 오랜만에 활기를 띤다. 대회가 끝난 후 둘은 초인간클랜에 초대받게 된다. 그곳은 그들처럼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초능력자 모임이다. 모든 날의 요일을 외우는 능력, 미세한 온도 변화를 감지하는 능력 등 무능력으로 취급받는 초능력자들이 모여 각자의 아픔을 나누고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활동을 한다. 민시아와 공상우는 그들의 능력 때문에 인간관계가 거의 없다시피 했기에 둘은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어 간다. 
 무료한 날이 이어지던 중, 민시아는 동물원 내 과잉 개체들을 도태시킨다는 뉴스를 본다. 단지 과잉 개체란 이유로 동물을 죽여선 안 된단 생각에 초인간클랜은 동물들을 싣고 갈 자율주행 트럭을 습격하기로 한다. 『내일은 초인간1』은 그들의 소소한 능력이 대의를 이루며 소소하지 않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미디어엔 초능력을 주제로 한 콘텐츠가 범람한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어벤져스> 시리즈부터 2017년 방영된 JTBC 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까지 다양하다. 비범한 능력을 갖춘 초능력자들이 주변 사물을 시원하게 부수고 영웅이 되며 관객에게 희열감을 안겨준다. 과연 이 같은 초능력자들은 영화 속에나 존재할까? 『내일은 초인간1』에서 초능력이 발현하는 순간은 그리 특별하지 않다. 그저 이상한 느낌과 함께 등이 가려운 것. 초능력이 발현된 후에도 특별한 변화 없이 일상이 흐를 뿐이다.
 등이 간지럽거나 이상한 느낌이 드는 건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느낄 수 있는 증상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 이미 초능력이 발현됐을지 모른다. 단지 미미하고 특출나지 않기에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다. 잠재적 초능력자들이 살아가는 이 사회에서 잘하는 것을 한 가지라도 찾았다면 그 재능을 초능력으로 바꿔보자. 하찮거나 필요 없어 보이는 재능일지라도 계속 키우다 보면 초인간클랜처럼 소소한 능력으로 큰일을 해낼지도 모른다.
강예진 기자 rkddpwls7788@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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