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나는 당시 군대를 막 전역한 복학생이었고 1, 2학년 시절 다소 의미 없이 보낸 시간을 후회하며 새로운 각오로 공부에 매진해 보겠다는 열의에 차 있었다. 학점과 자격증, 외국어 점수 등 소위 스펙을 충실히 쌓아서 좋은 회사에 취직하는 것이 목표인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그런 나에게 당시 작지만 중요한 변화의 계기가 있었다. 마음을 공부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음을 공부한다? 공부의 대상은 줄곧 교과서, 전공서적, 시험문제라고 생각했던 내게 마음을 가꾸고 관리하는 마음공부는 다소 낯선 것이었지만, 나의 가치관과 생활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마음공부를 통해 내가 생활 속에서 받고 있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을 터득하고, 수없이 요동치는 감정에 끌리지 않고 내 마음을 내 마음대로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갔다. 그 후 학점, 교우관계, 삶의 만족감, 미래에 대한 자신감 등 모든 면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다. 이런 마음공부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마음공부를 알려주고 싶어, 건축을 전공하던 나는 학부를 졸업한 후 조금은 늦은 나이에 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에 편입해 원불교 교무가 되었다.
 나는 원광대학교에서 종교나 명상에 관한 두 개의 교양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두 과목이 서로 다른 내용과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실상 목표는 하나다. 바로 마음의 자유와 행복을 얻자는 것이다. 이는 종교가 이 땅에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실상 사회현상을 바라보면 종교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갈등과 분쟁이 만연한 것도 사실이다. 종교가 빚어내는 모순과 갈들은 개인의 경우에만 국한되지 않고 국가나 민족 사이의 분쟁이나 전쟁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나는 종교의 아픈 현실을 덮어두고 좋은 모습만 학생들에게 말하고 싶지는 않기에 내 강의 시간에는 종교현상의 부정적인 면도 충분히 이야기한다. 다만 그런 일부 현상들 때문에 종교가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역할, 나아가 종교의 본질이 갖는 소중한 의미마저 퇴색되어버리는 현실이 안타깝다. 
 나는 수많은 종교 중, 원불교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가르친다. 내가 지금까지 공부해 온 원불교는 신을 믿는 종교가 아니다. 원불교는 마음공부를 하는 종교다. 자신의 마음을 알고, 그 마음을 잘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배우는 곳이다. 하지만 원불교는 누군가가 마음공부를 하기 위해 원불교 신자가 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마음공부를 위해 나의 종교적 믿음을 포기할 필요도 없다. 다만, 나 스스로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신뢰하면 된다. 내 마음은 무궁무진한 변화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것, 그래서 그 마음을 잘 가꾸고 관리해 가면 누구나 마음의 자유와 삶의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것, 나아가 마음공부 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서 이 사회가 좀 더 평화로운 곳으로 변할 수 있음을 믿고 그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 마음공부다. 
 마음공부를 시작하기 전, 나는 행복이 밖에서부터 주어지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밖으로부터 주어지는 행복은 언젠가는 사라지기 마련이었다. 그것을 쫓다보면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불안과 스트레스 속에서 나의 마음이 점점 빈곤해짐을 느꼈다. 하지만 마음공부는 나에게 행복의 조건이 밖에 있지 않음을 알려 주었다. 외모나 스펙을 꾸미고 가꾸는 노력만큼 마음을 가꾸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내가 내 마음의 주인이 되었을 때 참다운 자유와 행복이 시작된다는 점을 알려 주었다. 나는 감히 말하고 싶다. 마음공부는 하버드에서도 배울 수 없는 원광대학교 학생들만의 특권이라고. 이곳 신용벌에 모인 우리 학우들도 한 번쯤 마음을 가꾸고 관리하는 마음공부에 관심을 가져 보았으면 싶다. 그래서 우리 원광인들은 전공분야의 전문가일 뿐만 아니라 마음을 아름답게 관리하고 가치 있게 사용하는 멋진 인생을 살아갔으면 좋겠다. 나도 아직 부족하지만 늘 우리 학생들과 마음공부하며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 
 
허석 교무(원불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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