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 인(in)

  임수연(원광대학교 문예창작과)

 

▶때
10월 1일 추석 당일 새벽 2시 30분
 
▶곳
무인도, 회사
 
▶무대
무대 중앙엔 큰 주사위가 2개 놓여있다. 무대 양쪽에 놓인 야자수 2그루, 탁 트인 바다,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는 배경 사진이 있다. 정장을 입은 채 버스 의자에 앉아있는 대영, 프랜차이즈 유니폼을 입고 책상 사이 의자에 앉아있는 다지, 늘어난 추리닝을 입은 채 무대 바닥에 앉아있는 유한
 
조명이 꺼진다.
첫 번째 대영을 향해 조명을 비췬다.
대영: (두려움 가득한 목소리로) 으악-!! (등을 돌리며 관객을 쳐다본다) 여러분 접속하지 마세요! (손사래 치며) 들어오면 안 됩니다! 새벽 2시 반,,,
두 번째 다지에게 조명을 비춘다.
다지: (바닥에 주저앉아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집에 가고 싶어요. 흑흑, 엄마! 아빠! (등 돌리며 관객을 향해 손짓한다) 제 말 들리시나요? (고개를 바닥에 떨군 채로 양손으로 머리를 흔든다) 2시 반에 접속하는 게 아니었어!
세 번째 유한에게 조명을 비춘다.
유한: (등을 돌려 기웃기웃 주변을 살핀다) 여기가 어디야? 여기서 나가야 해! 나가야 한다고! 거기 사람 없습니까? 아무도 없어요?
 
암전
뒷모습만 보인 채 떨어져 앉아있는 대영/다지/유한 순으로 조명이 켜지고 그들을 비췬다.
내레이션: ‘삐-삐-삐-삐 2시 30분입니다.’
‘다 함께 마블’ 공식 노래가 흘러나오며 막이 오른다.
 
대영: (기지개와 함께 몸을 풀며) 오늘은 로마로 정했다. 로마야, 내게 돈을 불려다오!
다지: (삐딱한 자세로 의자에 앉아 핸드폰을 바라보며 비장하게) 난 관광지 독점만 노린다.
유한: (바닥에 어정쩡한 자세로 앉아서) 라! 인! 독! 점으로 이 판 한 번에 끝내자.
 
간이 게임판이 등장하고 주인공들은 눈앞에 주사위를 굴리고 게임 말을 옮기며 게임 진행 상황을 보여준다.
 
대영: (직접 주사위를 흔들며) 숫자 3! 3만 나오면 로마에 랜드 마크 결성이다!
다지: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심각하게) 뭐야 이 사람 곧 랜드 마크 세우겠는걸. (고개를 저으면서) 분발해야겠네? 나도 숫자 7만 나오면 제주도인데 (주사위를 든다) 제주도야 좀만 기다려라~
유한: (앉아 있다가 게임판을 향해 걸어가 직접 확인해보며) 다들 자기 플랜대로 풀리는데? 나는 우주여행을 노려 보자보자~(트로트 식으로 노래하듯 말한다) 주사위야! 제일 큰 숫자들로만 팍팍 11 나와줘 봐라! (주사위를 안으면서 이야기한다)
 
무대 중앙으로 나온 대영 큰 주사위를 돌린다.
숫자는 3, 대영의 말은 로마 도착한다.
내레이션: 랜드 마크 건설~
로마는 랜드 마크라는 큰 스티커가 붙어있다.
대영: 예스!! 오늘 나는 직장은 잃었지만 하하하 로마를 얻었네.
 
무대 중앙으로 나온 다지 큰 주사위를 돌린다.
숫자는 7, 다지의 말은 제주도에 도착하게 된다.
다지: (핸드폰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뭐야, (손목과 어깨를 스트레칭하며) 이 시간에 들어온 보람 있네?하하
 
유한: 뭐야 분위기 왜 이래 나 빼고 다 너무 잘 풀려? 그래, 비행기도 한 번도 안 타본 놈이 무슨 우주여행이야 우주여행,,,
(쭈뼛쭈뼛) 무대 중앙으로 나온 유한은 큰 주사위를 구시렁거리며 주사위를 돌린다.
숫자 11 유한의 말은 우주여행 칸으로 도착하게 된다.
유한: 뭐지? 그래, 게임에서라도 말하는 대로 이루어지니 좋다, 좋아! 나는 상파울루!
 
무대에 노래가 나오며
무대 중앙에 세 명이 모여 행복해하며 한 번씩 주사위를 돌린다.
주인공들의 말은 출발선에 놓여있다.
유한에게만 조명을 비춘다.
 
유한: 흠, 무인도만 피해 가면 좋겠구먼!
 
내레이션: 주사위 8 무인도 당첨
무대는 암전
 
무대에 누워있는 대영에겐 조명을 비추지 않고, 무대 중앙에서 다지와 유한에게만 조명을 비춘다. 두 명은 주사위를 바라보고 있다.
 
다지: 뭐야 재수 없게 갑자기 무슨 무인도야? 으 나는 피해가야지 (주사위를 던지는 순간)
꺅-
 
무대 중앙에 있던 조명은 꺼지고, 무대 외각에 조명이 켜진다.
대영: (누워 있다가 천천히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뭐야..? 여기가 어디야..? 꿈인가? (볼을 세게 잡아본다) 아아! 아니잖아? 나 분명 게임하다가 무인도에 빠졌는데? 여긴 어디야? (주변을 돌아보는 유한) 진짜 무인도라도 되는 거야? 하하 뭐야, 왜이라 이거 몰래카메라인가? (손사래 치며) 아 진짜 이러지 마세요! 실직자 전대영 씨는 팀장으로 승진됐다고! 이런 말씀 하실 거면 저 딱! 여기까지 놀란 척? 눈물 한 방울 살짝 흘려드릴 테니 나오세요! 여기까지만 합시다. (주변을 돌아보며) (머리를 쥐어 잡고) 꺅- 지금 나랑 장난해? 도대체 여기가 어디야!!!
 
대영을 향한 불은 꺼지고, 무대 중앙에서 주사위를 잡고 서 있던 다지는 주사위를 던지고 유한은 그것을 바라본다.
다지: 제발!! 무인도! 피해가자!
내레이션: 주사위 8 무인도 당첨입니다.
꺅(다지)
무대는 암전
 
벽에 머리를 기댄 대영은 무릎을 구부린 상태로 앉아있고, 다지는 경계 상태로 서 있는 상태에서 무대 불이 켜진다.
 
꺅-
다지는 최대한 멀리 도망가며 소리 지르고, 대영은 앉은 상태에서 뒷걸음질 치며 소리 지른다.
다지: (주변에 있던 나뭇가지를 휘두르며) 뭐야! 뭐야! 당신 뭐야 누구야!
대영: 그러면 너! 너는 뭔데! 누구야!
다지: 나? 나는 대학생이자 알바몬이다! 뭐야! 도대체 여기기가 어디야?
대영: 뭐야 대학생이야? 너! 너 왜 자꾸 말까! (삿대질하며) 나! 네 삼촌뻘 되는 사람이야 인마! 내가 너보다 여기 먼저 도착한 사람으로서 한마디 할게. 내가 이 주변을 다 돌아봤거든? 여기 사방이 바다에 사람은 한 명도 없는 곳이야 네가 여기에 어떻게 들어온 지 모르겠지만 저기 보이는 바다 이상으로 나갈 수도 들어갈 수도 없어. 한마디로 지금 우린 무인도 아닌 무인도에 갇혀버린 거야!
다지: (고개를 내저으며) 아니야 거짓말 (주저앉으며) 가상에서 일어난 상황이 현실에? 그것도 무인도? 하하하 하하 차라리 미쳤다고 해! 미쳤다! 이게 말이 돼? (무대를 돌아다니며) 저기요! 거기! 아무도 없어요?
대영: (고개를 저으며 다지에게 손짓을 한다) 거, 대학생 힘 빼지마 힘 빼면 너만 더 힘들어진다. 근데 너 지금 가상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했냐?
다지: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며) 하, (천장을 바라보며 눈물을 닦는다) 그래! 요 알바 휴게시간 맞춰서 다 함께 마블 게임하다가, (눈물을 꾹 참는다) 앞사람 다음으로 무인도에 빠졌거든요? 눈떴더니 글쎄 여기에요.
대영: 그 앞사람이 나인 거 같다. 게임 접속 시간은?
다지: 새벽 2시 반이요.
암전
 
무대 중앙에서 주사위를 잡고 홀로 서 있는 유한은 쭈뼛쭈뼛하며 주사위를 든다.
유한: 뭐야 로마 랜드 마크로 1위이던 인간도, 관광지 독점 노리던 2위란 자도 줄줄이 무인도행이야 재수 없게 이 둘이 빠졌으니깐 이제 내가 1위 먹을 차례인가? 역시 인생은 한방이지 거~ 3턴 푹 쉬어라. 내가 그 안에 다 뒤집어 놓을 테니깐 (손을 모으며) 제발 무인도만 피해가자!
내레이션: 축하드립니다. 주사위 8 무인도 당첨입니다.
끄아아아아아악-
암전
 
무대 중앙은 무대 양쪽에 놓인 야자수 2그루, 탁 트인 바다,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는 배경 사진이 있다. 나뭇잎으로 엮어 의자를 만들어 놓곤 그 앞에 나뭇가지를 모아 불을 피우고 있는 대영, 눈물 자국이 얼굴에 그대로 묻어있고 머리는 산발이 되어 멍하니 바닥만 바라보고 있는 다지, 놀라며 소리치는 유한의 모습과 함께 무대 중앙의 불이 켜진다.
 
유한: (무대 외각에서 서 있다) 끄아아악! 누구야? 당신들 누구야! 누군데 이러고 있어! 여기 어디야!
다지는 고개를 들어 천천히 유한을 바라본다.
대영: (무대 외곽에 있는 유한을 천천히 중앙으로 데려온다) 진정하세요.
유한: 진정? 지금 진정이라 했습니까? 이런 상황에 진정이요? 하, 여기가 어디인 줄 알고 제가 지금 진정을 합니까?
대영: 제가 그쪽보다 먼저 이곳에 왔어요. 그다음이 (다지를 가리키며) 그다음이(대영을 가리키며) 당신인 거 같네요. 설명하자면 우리가 동시간대에 게임에 접속한 유저들이고, 시간에 따라 순차적으로 무인도에 빠져 가상의 무인도인 곳에 들어온 거 같아요. 모든 정황으로 봤을 때
다지: (먼 산을 바라보며) 우리가 서버 안에 들어오게 된 거죠..
유한: 지금 이 미친 이야기를 나보고 믿으라? 하하, 가상의 세계? 무인도? 그런 거 모르겠고 난 여기서 나가야겠어. 무인도라 하면 내가 믿을 거 같아? 진짜 몰래카메라도 요즘은 스케일 크게 하네? 재미있어
대영: (유한을 쳐다보며) 처음에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 것 잘 알죠. 그러면 (배경에 보이는 바다를 가리키며) 저기 이상으로 더 가보시죠? 저 이상으로 우린 더 들어갈 수도 나갈 수도 없어요.
유한은 대영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가 가리킨 바다를 향해 뛰어가려고 한다. 하지만 막혀 있는지 계속해서 튕기게 되는데
유한: 아니야, 아니라고!!
 
불 앞에 앉아있던 대영은 유한에게 나뭇잎을 덮어주며 불 앞으로 데리고 온다. 대영, 유한, 다지는 불 앞에서 멍하니 앉아있다.
유한: 이게 다 뭡니까?
대영: 예전에 무인도에서 살아남기 책을 정말 열심히 읽었거든요. 그게 도움이 참 많이 되네요. 하하 불 피우는 법도, 밥 짓는 것도, 물을 구하는 것도 정독해두기 잘했어요.
다지, 유한은 멍하니 대영을 바라본다.
다지 : 우린 정말 여기서 나갈 수 있을까요?
암전
 
무대 중앙은 무대 양쪽에 놓인 야자수 2그루, 탁 트인 바다,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는 배경 사진이 있다. 그 앞엔 사무용 책상과 의자 2개가 준비되어 있다. 책상엔 노트북, 공책, 볼펜이 있고 그 옆엔 큰 자명종 시계가 있다. 배경 사진 위로 ‘경 다 함께 마블 게임 유저 1,000만 돌파 축 ’이란 현수막이 달려있다. 무대 중앙으로 걸어오는 태영 말끔한 정장 차림에 옷을 입고 있다.
 
태영: (밝게 인사하며) 안녕하십니까! 언제나 다 함께 행복한 다 함께 마블팀 인턴 김! 태! 영입니다. (90도로 인사하며) 알려만 주신다면 뭐든 열심히 하겠습니다. 믿고 맡겨주십시오.
 
회의용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보며 열중하고 있는 태영, 공책과 노트북을 번갈아 가며 꼼꼼하게 확인하며 업무를 하는 모습, 시계를 확인한다. 시간은 새벽 2시 40분
 
태영: 흐아아아암!! (하품하며) 뭐야 벌써 2시 40분. 집 가는데 1시간 반, 출근하는 시간 2시간이면 점만 찍고 오겠네? 그냥 여기서 쪽잠이라도 자야지
 
꾸벅꾸벅 졸고 있는 사이 자명종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는 것을 보여준다. 시계가 뻐꾹 뻐꾹- 울린다.
 
소리: 참새 지저귀는 소리
 
코를 골며 자는 태영 앞에 바쁘게 지나가는 상사들 1, 2, 3 대부분 태영을 한 번씩 쳐다보고 고개를 저으며 지나간다.
상사 1(대영), 상사 2(다지), 상사3(유한)은 태영 앞에 있는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며 경악한다.
 
상사1(대영)은 입을 막고 주저앉는다.
상사2(다지)는 우왕좌왕하며 ‘생각을 하자 생각을’ 중얼거린다.
상사3(유한)은 머리를 쥐어 잡고 벽에 기대어 망연자실하다.
자는 태영의 의자를 흔드는 상사 1: 김태영 씨! 김태영 씨!
상사 2: 김태영 씨! 지금 잠이 와요?
상사 3: 당신이 지금 무슨 짓을 한지 알아요? (앞에 있는 공책을 바닥에 던지며) 잠이 와? 잠이?
 
태영: (자다가 벌떡 일어나 뭔가 잘못됐음을 느낀다) 선배님들 안녕하십니까! 다 함께 마블팀 인턴 김! 태! 영입니다!
상사 2: 이봐요! 김태영 씨!! (고함을 지르며 노트북을 보여준다) 유저 1,000만 기념 이벤트를 이런 식으로 합니까? 이제 어떻게 할 거야!
태영: 아니 분명 저는 우주여행으로 유저들을 모았는데 왜…. 무인도에…. 가 있는 겁니까? 이 사람들?
상사 3: 지금 그걸 우리에게 물으면 어떻게요? 시작부터 불안불안 하더니 그새 사고를 치는구먼.
태영: 진짜 우주여행으로 서버를 구축했는데, 요 이거 뭔가 이상합니다.
상사 1: 완벽하게 구축 했어야지! 이건 이벤트가 아니라 인권 유린과 관련된 납치야! 알아? 뭐해 다들 비상 회의 준비해 어서
회사 내에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주변을 뛰어다니는 사람들
상사2: 김태영 씨 이 문제에 대해 분명하게 책임져야 할 거예요. 안에 있는 유저들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데리고 나오세요.
태영 고개를 푹 숙인 채 고개만 끄덕인다.
상사 3: 김태영 씨가 버린 일 아닙니까? 자기가 벌인 일에 책임지는 모습 보이세요.
상사 1: 그럼 이렇게 합시다. 김태영 씨? 곧 있으면 인턴평가 있는 거 아시죠?
태영: (작은 목소리로 고개를 푹 숙인 채)네, 압니다...
상사 1: 이 문제를 떠안고 해결한다면 정직원, 해결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그대로 해고입니다.
우리가 내밀 수 있는 최대의 조건이에요.
태영: 네, 제가 벌인 일이니 제가 책임져야죠. 알겠습니다. 준비해서 해결하고 오겠습니다.
 
태영의 대답을 들은 뒤 다들 빠르게 무대 퇴장
상사 1은 뒤를 돌아 태영을 향해 썩소를 남기고 퇴장
 
무대 암전
 
막이 켜진다.
무대 중앙엔 큰 주사위 2개가 놓여있다. 무대 양쪽에 놓인 야자수 2그루 ,탁 트인 바다,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는 배경 사진이 있다.
무대 왼쪽엔 나뭇가지를 쌓아 만든 난로와 난로 위생선 한 마리가 올려져 있다.
 
나뭇잎 의자에 앉아 생선을 굽고 있는 대영 (거뭇거뭇한 긴 팔 와이셔츠와 정장 바지가 반쯤 찢어져 반바지가 됨), 그 옆에서 난롯불을 쬐고 있는 다지(패스트푸드점 유니폼을 입은 상태에 얼굴은 거뭇거뭇한 것들이 묻은 상태), 구령에 맞춰 무대 중앙에서 팔 벌려 뛰기를 하는 유한 (목이 늘어난 티셔츠와 추리닝 바지는 한쪽이 구멍이 났지만, 그것을 대충한 바느질로 꿰매놓은 바지를 입고 있는) 모습이다.
 
무대 외각엔 정장에 등산 바람막이, 배낭 가방,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태영, 손에는 무전기, 주사위 금색 주사위 2개가 들려있다.
 
삐-
굉음 소리로 다들 인상을 찌푸리며 귀를 막는다.
 
태영: 아! 아! 마이크 테스트 원, 투, 쓰리! 안녕하십니다. 무인도에 계신 다 함께 마블 유저 여러분 저는 다 함께 마블팀 인턴 김태!영! 입니다!
 
멍하니 자리에서 일어나 방송을 듣는 다지, 유한, 대영
 
태양: 여러분들은 현재 무인도 서버에 계십니다. 저희 회사에선 1000만 유저 이벤트로 우주여행 초대를 기획하던 중, 서버 문제로 인해 착오 지인 무인도 서버로 유저들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신속한 조치로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무인도에는 4개의 주사위가 있습니다. 인원에 맞추면 6개가 되어야 맞지만, 서버 생성 오류로 인해 4개만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주사위 6개가 다 더블이 되어 있어야 서버가 열려 유저분들이 탈출하실 수가 있습니다. 현재 주사위 2개를 추가로 가지고 그쪽 서버로 접근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고 주사위 4개를 먼저 찾아주세요! 그럼 곧 만나 뵙겠습니다.
 
다지: 하..? 우주여행 서버? 미쳤어? 우주여행이랑 무인도랑은 대각선 차인데 어떻게 그걸 실수할 수가 있어?
 
유한: 그러게 말이야.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데 말이야. 뭔가 함정에 빠진 느낌이랄까?
 
대영: 일단 주사위를 빨리 찾아보는 게 맞겠죠? 다 같이 돌아다니면서 찾을까요? 아니면 개개인으로 다니는 게 좋겠어요?
 
다지: 흠…. 이 서버가 온전할 거란 생각도 안 들고, 위험 할 수 있잖아요. 전 다 같이 다니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유한: 나도 찬성
 
대영: (오른쪽을 가리키며) 저쪽에서부터 찾아봅시다. 그럼
 
무대 중앙은 암전, 외벽을 향해 조명이 켜진다.
 
시계를 확인하고 가방 정리를 하는 태영을 향해 상사1이 걸어온다.
 
상사 1: 김태영 씨 지금 무인도로 출발하려고 하는 건가?
태영: (고개를 끄덕이며) 네! 그렇습니다. 아무리 접근하려 해도 서버가 막혀있어서 방법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상사 1: (태영의 어깨를 토닥이며) 왜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하는가? 자네?
태양: 그야 제가 벌인 일이고, 또 제 정직원이 달려 있는데 해결 보려 하는 것은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선배님 제가 다 해결하고 웃으며 돌아오겠습니다. 믿어주세요!
상사 1: 그 패기 나도 인정하겠네, 그러나 무인도 서버로 들어가지 못할 거야. 우주여행을 무인도로 의도적으로 바꿔 놓은 것이 나이니깐 말이야.
태양: 네...? 선배님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하실 수 있으세요? 지금 거기에 있는 유저들은요? 하루아침에 무인도에 떨어진 사람들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세상이에요. 그런 곳을 실수가 아닌 고의로 유저들을 보냈다는 게 알려지면 회사는,,,
상사 1: (팔짱을 끼며 거만한 자세로) 내가 지금 그런 소리를 들으려고 이야기를 한 건 아니네. 비밀리에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받았어. 서바이벌 무인도에서 살아남기 게임을 만들라고 그런데 아무리 우리 회사 최고의 에이스들을 모아서 만들어봐도 뭔가가 안 나오잖아? 이런걸! 실제로 해봐야 캐릭터를 극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겠더라고, 이번 일만 조용히 넘어간다면 자네가 원하던 정직 원과 함께 최단 승진은 내가 보장하겠네. (태영의 어깨를 꾹꾹 누른다)
태영: 하…. (고민하는 모습을 보인다) 선배님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말씀은 감사하지만 저는 그곳에 하루아침에 갇힌 사람들이 먼저인 거 같습니다. 적절한 보상과 함께 그분들을 본 사회로 돌려놔야 합니다. 말씀은 정말 감사합니다만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가방끈을 꽉 잡고 뛰는 자세를 하는 태영
무대 암전
 
-무인도
다 같이 한 군데에 모여 큰 지팡이 같은 나뭇가지를 잡고 모래를 뒤적이는 행동을 한다.
유한: 아니 이 넓은 곳에서 조끄마한 주사위들을 어떻게 찾아? 아효,,,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진짜 막막하네.
 
다지: 그러게 말이에요. 하루아침에 무인도로 보내놓고서 나갈 열쇠인 주사위를 우리한테 찾으라 하면 어떻게 해요? 내가 여기서 나가기만 해봐 이 게임 회사 측 다 고발해버릴 거야 가만 안 둬 진짜
 
대영: 어휴, 그러니깐요 고발도 주사위가 있어야 가능하니깐 날 밝을 때, 한시라도 더 찾아봅시다. 어서요~
 
무대 중앙 레이저로 반짝이는 곳이 있다.
대영은 레이저 빛을 발견하고 조심히 따라간다. 다지, 유한은 다른 곳에서 주사위를 찾고 있다.
 
대영: 찾았어요! 찾았어! 주사위 2개 여기 있어요!
 
다지, 유한이 달려간다.
주사위 2개를 요리조리 살펴보는 셋
 
유한: 주사위 한번 던져보시죠.
 
계속해서 실패하는 대영
 
대영: (고개를 내저으며) 아, 제가 찾았어도 주인은 따로 있는 느낌인데 두 분이 한번 던져 보실래요? 대학생?
다지: 예..? 저요? 제가 해봐도 되겠어요? (쭈뼛쭈뼛하면서 주사위를 던진다)
한 번에 나오는 더블, 6*6이 나온다.
숫자를 보고 환희하는 세 명, 다 같이 얼싸안고 기뻐한다.
다지, 대영, 유한: 꺅- (부둥켜안다가 다들 머쓱해 한다)
 
다지: 주사위 색깔이 변했어요. 빨간색으로 변했는데 이게 무슨 신호인가? 해지기 전에 빨리 다른 거 하나 더 찾아봐요. 분명 이 주변에 있을 거 같아요.
 
무대 외각 태영이 등장한다. 등산복, 가방, 신발을 신고 손에는 태블릿과 함께 있다.
태영: 하, 일단 무인도 서버 근처로는 들어왔는데 입장이 쉽지 않아 이거 들어갈 순 있는 건가? 자꾸 여기서 막힌단 말이지? 제발, 이제 태블릿 배터리도 얼마 안 남았단 말이야
 
어둑해진 분위기를 보여주며 조명을 낮게 비춘다.
 
다지, 대영, 유한은 쭈그려 앉아 모래 주변을 힘들게 파고 있다.
대영: 이 주변에서 더 나올 거 같은데 안 보이네 하,,,
유한: 그러니깐 요. 아니 시간 지나가는지도 모르고 찾았는데 나온 게 없으니 뭔가 씁쓸하구먼. 오늘은 여기까지만 찾고 낼 찾아보기로 하죠?
다지: (주사위를 품에 안으며 만지작거린다) 저만 찾은 거 같아서 맘이 별로 좋진 않네요. 내일 발 벗고 제가 더 열심히 찾아볼게요.
 
무대 암전
 
꼬끼오 효과음과 함께 무대 막이 켜진다.
나뭇가지로 모자, 가방, 신발을 만든 채로 무장한 다지, 대영, 유한 유한은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다.
유한: 오늘은 꼭 남은 주사위 찾고, 우리 일상으로 돌아갑시다. 그런 의미로 구호라도 외쳐볼래요?
다지: 풉, 아 유치해요(입에 손을 가린 채 웃는다)
대영: (다소 진지하게) 그래요. 우리 한번 속는 셈 치고 해볼래요? 혹시 모르지 조물주가 우리 이야기 듣고 있을지도,? 하하
 
유한, 다지, 대영 무대 중앙으로 모여 손을 모으며
다지: 구호사 막내가 선수 쳐도 됩니까? 무인도 탈출을 위하여! (아래로 손을 내린다, 급하게 유한/대영은 따라 한다) 소중한 일상 복귀를 꿈꾸며! (위로 손을 올린다, 급하게 따라 하는 두 사람)
무대 밖을 향해 열심히 뛰어가는 출연진들, 열심히 뛰는 척하며 다시 무대로 들어온다.
 
대영: (숨을 고르며) 어제 여쯤에서 찾았던 거 같은데
다지: 여기 맞는 거 같아요.
유한: 오늘은 그 반대편에서 찾아보는 게 좋을 거 같네요.
다들 주변에서 흩어진 채 자리를 잡아 열심히 뒤적거리는 모습을 보인다.
그때 다지를 향해 레이저 빛이 보인다.
그 빛을 조용히 따라가는 다지 그 밑을 찾아본다. 주사위를 발견하게 된다.
 
다지: 꺅- (소리와 함께 바닥에 주저앉는다)
 
유한, 대영 놀라며 다지에게 뛰어온다.
 
유한: 왜! 왜! 왜! (벌벌 뛰며 호들갑을 떤다)
다지: 저기,! 저기! 그, (주사위를 향해 손을 가리킨다)
대영: (말없이 그곳을 향해 달려간다, 주사위를 주워 손에 올려놓고 계속 지켜본다) 이렇게 생겼구나,,
 
다지: 얼른 던져봐요! 빨리요!
유한: 누가 던져 볼래요? 가위바위보라도 해야 하나?
대영: 유한 씨가 먼저 던져봐요. 어차피 저는 여기서 나가나 마나 똑같을 거 같은데...
유한: 아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제일 먼저 주사위 찾았을 때도 양보하더니 이거 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긴 해요?
대영: 여기 생활이 숨 막히는 서울보다 더 좋아요. 수많은 집 속에서 내 집 하나 마련하기 힘든 서울 생활만 하다 여기에 오니 자리 잡는 곳이 내 땅, 내 집인데 여기 생활 나쁘지 않아. (씁쓸하게 이야기한다)
유한: 그러면 제가 진짜 던집니다! (주사위를 유한 쪽으로 들이밀며)
대영: (말없이 고개만 끄덕인다)
 
세 명이 무대 중앙에 모인다. 유한은 주사위를 던진다.
3차례 던진 후에 더블 3*3이 나오고 주사위의 색은 바뀐다. 노란색
 
다지: 이번에도 더블이 나오니깐 색이 바뀌었어요. 이게 무슨 뜻일까요?
대영: (다지 주사위를 한번 보고, 유한의 주사위를 살펴본다) 빨간색, 노란색이라면 말 색깔 아닐까요? 흠,,
유한: 오! 맞는 거 같은데? 한 개만 더 맞추면 이제 우리 여기서 나갈 수 있어요.
다지: 근데 그 한 개가 없…. 잖아요. (시무룩한 채 이야기한다)
대영: 그 한 개가 없다고 타타오 회사 측에서도 얘기했잖아요. 전 진짜 괜찮아요. 마지막에 탈출하는 것도, 영영 여기 남는 것도 괜찮아요. 저 사실 이 게임 접속한 날 회사에서 잘렸습니다. (바다 쪽을 향해보며) 하하하, 괜찮아요. 세상 다시 시작하면 되지.. 여기서 다시 시작하고 싶어요.
유한: 아이, 뭐(머쓱한 듯 머리를 긁으면서 이야기한다) 저도 사실 주식쟁이에 인생 한방만 노리고 외치고 다니던 백수였어요. 그런데도 저는 집엔 꼭 가고 싶네요. 사랑하는 가족들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 거 아니에요.
다지: 저는요 여기 오기 전에 학비, 생활비 때문에 닥치는 대로 일했어요. 시골에서 서울 상경만 꿈꾸며 열심히 공부해 올라왔는데, 행복한 서울 생활은 한 달로 끝나더라고요. 과외면 과외, 뷔페면 뷔페, 프랜차이즈는 다 해봤죠. 근데 여기 와보니깐 돈이 제일도 아니네요. 돌아가면 시골로 내려가 엄마, 아빠랑 밥 한 끼 먹는 게 소원이에요. 극한에 상황에서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가족이더군요. 우리 셋 다 같이 나갈 생각 해요. 네? 여기서 누군 남고, 누군 돌아가는 건 말도 안 되잖아요.
 
굉음이 일어난다.
무대 퇴장 문 쪽에서 빛이 난다.
 
유한, 다지 문 쪽을 보고 멍하니 일어난다.
 
유한: 문이, 문이 열렸어요. (문 쪽을 가리키며)
다지: 서버 문이 열었나 봐요!!
대영: 그러네요..
다지: (대영의 손을 잡는다) 같이 가요. 아저씨 나한테 주사위 양보해줬잖아요. 이대로는 못 가요. 같이 가요…. 네?
유한: 그래요 같이 갑시다. 우리가 가는 길에 회사 측 인턴을 만날 수도 있고
대영: (웃으면서) 아니에요…. 먼저 가세요! 제가 금방 따라갈게요. 서버 문이 언제까지 열려있을 거란 보장 없잖아요. 뭐해요. 빨리 가세요.
다지: (눈물을 흘리며) 못가요! 같이 가자고요!
대영: (유한에게 눈짓을 하며) 이 친구 데리고 먼저 가세요. 우리 또 인연이면 다시 만나지 않겠어요?
유한: 하, 같이 가요, 쫌...! 고집부리지 말고요!
 
퇴장 문 쪽의 빛이 약해져 간다.
대영: 시간이 없어요. (다지, 유한을 문 앞에 데리고 온다), (울고 있는 다지를 본다) 이봐 대학생 그만 울고 빨리 가봐 나 진짜 금방 간다니깐, 엄마, 아빠 보러 가야지 (다지를 향해 미소를 띠며 머리를 한번 쓰다듬는다)
 
뒤를 돌아보며 퇴장 문 쪽으로 들어가는 다지, 유한
무대 중앙에 혼자 남은 대영
대영: (불쏘시개를 피우며) 잘한 일이야...
 
무대암전
무대 퇴장 문에서 빛이 난다.
등산복, 등산 가방, 등산화로 무장한 김태영 등장.
태영: 와~ 드디어 서버에 접속이 가능해졌어. 여기가 그 문제의 무인도인가?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저기요~ 여기 아무도 없습니까? 저기요~ 저 주사위 가지고 왔는데…. 타타오 게임회사에서 나왔습니다! 다들 어디 계세요? (고독하게 앉아있는 대영발견) 왜 혼자만 계세요? 두 분은 어디 계시죠?
 
대영: (멍하니 바라본다) 누구세요?
태영: (몸을 90도로 인사하며) 안녕하십니까! 늦었지만 저는 다 함께 마블팀 인턴 김태영이라고 합니다! 제 실수로 아니, 회사 측 실수로 인해서 민간인인 당신이 여기까지 오게 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주섬주섬하면서 주사위를 대영에게 전한다) 여기요. 빨리 던져보세요. 언제 서버가 닫칠지 모릅니다.
대영: 괜찮습니다. 전 여기에 끝까지 남을 생각으로 앞선 사람들에게 양보했던 거거든요.
태영: 그렇게 무책임한 말이 어디 있습니까? 여기서 나가셔야 해요. 이 서버 언제 사라질지 모릅니다. 이 서버가 사라지면 당신도 어떻게 하면 될지 모른다고요. 한시가 급해요. 당신이 안 나가면 나까지 못 나가지 (주사위 던지는 시늉을 하며) 빨리 던져요. (가방을 뒤적뒤적 거리며 태블릿을 하나 더 꺼낸다)
대영: (고민하다가 주사위를 던진다)
태영: 안녕하세요! 여러분, 이 시간에 우리 회사에서 준비한 이벤트를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태블릿으로 주변을 비취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무인도가 보이시나요? 네 진짜 무인도입니다. 저희 회사에서는 이번 1000만 유저 이벤트를 이렇게 해버렸습니다. 동시대에 입장해서 들어온 유저들을 우주여행이 아닌 고의로 무인도로 보내고 그들의 반응을 보는 최소한의 유저들의 인권도 없는 모습을 보고 계시는 겁니다. 여기서 3명이 3일 동안 생활을 했습니다. 다행히 2명은 탈출키를 가지고 서버를 빠져나갔고, 남은 한 명은 여기 계시네요. 회사 너튜브 계정을 라이브로 켜보는 건 처음인데요. 유저분들 이 이야기를 널리 널리 전해주십시오. 회사 측에선 이 사건을 은폐하려고 할 겁니다. 여러분 도와주세요.
(태영은 대영을 부축하며 무대 밖으로 데려간다)
 
태영: 가시죠. 회사에서 이 상황을 은폐하려 해요. 그래서 미리 선수 친 겁니다. 이 일 이렇게 넘어가선 안 되죠. 같이 가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 이야기에 관해 얘기해주세요.
대영: (고개를 끄덕인다)
 
무대 밖으로 퇴장하는 대영, 태영
 
내레이션
대영: 희망이란 게 참 웃기네요. 여기 처음 왔을 땐 현실 부정, 절망 등 모든 부정적인걸. 엮어가며 나를 동굴로 보내더니 작은 희망 한 줄기에 다시 내가 웃고, 또 기대하게 되네요. 사람 참 웃겨요.
 
막이 켜진다.
무대 중앙엔 큰 주사위 2개가 놓여있다. 무대 양쪽에 놓인 야자수 2그루, 탁 트인 바다,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는 배경 사진이 있다.
무대 왼쪽엔 나뭇가지를 쌓아 만든 난로와 난로 위생선 한 마리가 올려져 있다.
나뭇잎 의자에 앉아 생선을 굽고 있는 대영 (거뭇거뭇한 긴 팔 와이셔츠와 정장 바지가 반쯤 찢어져 반바지가 됨), 그 옆에서 난롯불을 쬐고 있는 다지(패스트푸드점 유니폼을 입은 상태에 얼굴은 거뭇거뭇한 것들이 묻은 상태), 구령에 맞춰 무대 중앙에서 팔 벌려 뛰기를 하는 유한 (목이 늘어난 티셔츠와 추리닝 바지는 한쪽이 구멍이 났지만, 그것을 대충한 바느질로 꿰매놓은 바지를 입고 있는) 모습이다.
 
다 함께 마블 도입부 노래가 무대에 흘러나온다,
 
대영: (노래가 끝나자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며 무대 중앙으로 나온다) 안녕하세요! 피디님 오셨나요? 아, 네 이제부터 시작하면 되나요? 네 알겠습니다.
 
유한: (슬금슬금 대영의 눈치를 보며 대영에게 바짝 붙는다) 지금부터 시작한대요? 어이구 마야 이 미친 짓을 재현하는 게 말이 됩니까? 형님? (고개를 돌려 다지를 바라보며) 이 다큐 대박 나겠죠?
 
다지: (생선을 굽다가 번쩍 일어난다) 이렇게 해서라도 이 이야기가 알릴 수 있다면 해야죠! 해봐야죠! 또 다큐 피디가 누구입니까? 나 도다지예요~ 시작하겠습니다. (슬라이트를 들어서 친다) 3, 2 1
 
내레이션: 지금부터 무인도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무대 암전
 
검은 배경에 의자만 놓여있다.
다리를 무릎에 얹어 놓은 채 긴장한 모습으로 의자에 앉아있는 대영
 
대영: 그날은 제가 회사에서 잘린 날이었습니다. 제가 본사에서 좌천당해 담당으로 맞은 공장이 큰 불이 나서 하루아침에 잿더미가 되었습니다.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그날 즉시 해고가 되었습니다. 해고 소식을 새벽에서야 듣고, 막차 버스를 타 문제의 그 게임에 접속하게 되었죠. 당장 실직을 하니 막막하더군요. 아직 남은 청년 전세 대출, 자동차 할부금, 다달이 보낸 부모님 생활비까지, 빠져나갈 돈은 너무 많은데 내 수중 돈은 실직으로 막혀버렸죠. 가상에서라도 많은 돈을 만지고 싶었어요. 그게 그날의 시작입니다.
 
무대 암전
 
다지: 그날은 제가 새벽 알바까지 풀로 하던 날이었어요. 매우 피곤하긴 했지만, 휴게시간에 잠들어버리면 더 피곤했거든요. 이렇게 잠도 줄여가며 일하는데, 가상으로라도 돈을 다발로 받는다 생각하면 얼마나 행복해요? 그렇게 행복한 상상에 빠져 게임에 들어갔죠. 저는 관광지 독점만 노렸습니다. 이게요. 사실되기 제일 어려운 건데 이루면요.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 없어요. 너무 큰 꿈이었나? 저는 목표를 코앞에 두고 그곳에 가게 됩니다. 그게 그날의 시작입니다.
 
무대 암전
유한: 처음 무인도에 왔을 때요? 그때의 기분이라…. 흠, 말로 설명할 수가 없었죠. 남들에게 얘기하면 미쳤다 할 이야기에요. 전 몰래카메라인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금방 나갈 수 있을 꺼라 생각했어요. 근데 3일이 지나도 서버 속 무인도는 고요했습니다. 남들은 미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무인도 인으로 보냈던 시간은 잊지 못할 시간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다지: 컷~ 이렇게 무인도인 다큐멘터리 촬영은 끝났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슬라이트를 치며 주변에 인사한다)
 
주변에 인사하는 다지를 멀리서 바라보고 있는 유한, 대영
 
유한: 형님 요즘 글 쓰신다면서? 일은 잘 돼 갑니까?
대영: 큼큼, 거기까지 소문이 났어? 무인도에서 버틴 3일 생각하면서 꿀팁 정리하니깐 금방 써지더라.
유한: 하여간 못 말린다니깐 담에 만나면 작가님이라 불러야겠어.
대영: 너는 무슨 아이디어 공모전 상 받았다며?
유한: (머쓱해 하며) 아예..그 있잖아 우리 무인도 이야기에 판타지 접목해서 만화로 그려봤거든 기대도 안 했는데 (부끄러워하며) 취업까지 그냥, 됬네요.
대영: 진짜? 야야, 진짜 잘됐다 야!
 
다지 유한, 대영에게 달려온다.
 
다지: 이 아저씨들 무슨 얘기해? 우리 다큐멘터리 촬영도 끝났겠다. 생맥주 한잔하고 가죠? 시원하게?
유한: 그래 좋아! 오늘은 내가 쏜다~
 
조명이 꺼진다.
첫 번째 대영을 비췬다.
대영: (두려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으악-!! (등을 돌리며 관객을 쳐다본다) 여러분 접속하지 마세요! (손사래 치며) 들어오면 안 됩니다! 새벽 2시 반,,,
두 번째 다지에게 조명을 비춘다.
다지: (바닥에 주저앉아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집에 가고 싶어요. 흑흑, 엄마! 아빠! (등 돌리며 관객을 향해 손짓한다) 저기요! 제 말 들리시나요? (고개를 바닥에 떨군 채로 양손으로 머리를 흔든다) 2시 반에 접속하는 게 아니었어!
세 번째 유한에게 조명을 비춘다.
유한: (등을 돌려 기웃기웃 주변을 살핀다) 여기가 어디야? 여기서 나가야 해! 나가야 한다고! 거기 사람 없습니까? 아무도 없어요?
 
등장인물들이 다 같이 나와서 인사하며 끝난다.
 

   희곡 부문 당선 소감

 

내 삶의 터닝 포인트가 될 무인도
   현실세계를 만족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가상현실인 무인도가 부정적인 시선이 아니라 개개인에 탈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쓰게 되었습니다. 쉼 없이 달려가는 세상 속 터닝 포인트가 되어줄 무인도, 과연 내 삶에 무인도는 어딜까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초고를 완성하며 그 답을 찾게 되었습니다.
   최근 들어 깊은 새벽시간까지 잠 못 이루고 나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소설 쓰는 것을 좋아해서 문예창작학과를 오게 되었지만, 문학을 사랑하는지에 대한 질문엔 쉽게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잊고 있던 문학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다시 일깨우게 되었습니다. 또 그 안에서 제게 많은 위로와 응원을 보내준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부족함을 열심히 채워가는 학생이 되겠습니다.

 

   희곡 부문 심사평

세상을 긍정적으로 만드는 것
   공모 작품들의 소재는 세상을 반영한다. 불안하고 암울하다. 불안한 가족, 불안한 미래, 단절 사회, "죽어도 죽지 않는 존재"가 되어서라도 복수 하는 세상. 좀 더 밝은 이야기를 써보라고 부탁하고 싶다. 글쓰기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옮기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현실에 없는 것을 만들어 세상을 좀 더 긍정적으로 만드는 것도 글쓰기의 기능이다.
   시나리오 <내 마을에서 나가시오>는 점점 잊혀져가는 것, 잃어버리는 것을 문제 삼는다. 의도는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인물들의 개연성과 현실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조용히 단란하게>는 가난해서 노모를 죽여 매장하는 비정한 현대판 고려장을 다룬다. 우여곡절 끝에 가족이 다시 웃음을 찾지만 현실보다 글이 더 비참하다는 느낌이 든다. 극중 사건이 지나치게 도식화되어 자연스러운 극적 긴장을 주지 못한다. <블랙 아웃>은 단절 사회를 다룬다. 이웃이 누군지 모르는 현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 사실을 추상화하지 못하고 단순한 현실 보고로 그친 점이 아쉽다. <난생, 처음>은 '희망이 없는 시대' 청춘들의 이야기이다. 그들은 여기저기 인생의 답을 물어보지만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는다. 이제 알에서 태어난 '난생'에게 답을 구하지만, 그 또한 '처음'이다. 이 작품 역시 현실을 그저 옮기는 수준에 머물고 말았다. <페일>은 '좀비' 이야기이지만 역시 잃어버린 청춘들의 슬픈 사연이다. 과거 남자에게 배신당해 억울한 수형생활을 하고 출소한 여성이 흡혈귀가 되어 복수하는 과정을 다룬다. 이 작품 역시 특별한 반전 없이 복수 행위들만을 나열하고 말았다. <무인도 인(in)>도 이 시대 '루저'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들이 게임을 하다 가상의 무인도에 떨어진다. 이들에게 유일한 목표는 무인도에서 나오는 것이다. 가까스로 나오는 방법을 찾았지만 한 인물은 그냥 무인도에 남고자 한다. 무인도가 오히려 편안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무인도 표류 사건이 인턴의 게임 프로그램 작동 실수가 아니라 게임 회사의 의도적 작업이었음이 밝혀진다. 여러 번의 반전과 긴장을 장치한 흥미로운 작품이다. <천일 만에 귀가>는 공모전 규정에 미달되어 심사에서 제외시켰다. 작품 수가 너무 적었고, 형식과 내용에서 특별한 도전정신을 보여준 작품이 없었다. 심사위원들은 <무인도 인(in)>을 가작으로 선정했다.


심사위원 : 이상복(연극평론가, 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명예교수)
정민영(연극연출가,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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