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인간의 삶은 획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언택트(Untact)'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물리적 공간에서 인간의 대면활동이 극도로 제한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정보 통신망을 통해 디지털 정보를 공유하고 교환하는 '디지털 사회·경제'로의 전환은 급속히 빨라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국가간 거래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다. 디지털 무역은 통상의 한 형태인 '전자상거래'로 20여 년 전부터 성장하기 시작해, 이제는 우리의 일상이 되고 있다. 각종 영상 및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의 이용, 어플리케이션에서 인터넷 결제로 소프트웨어를 다운 받는 행위, 해외직구 등이 모두 넓은 의미                                                                에서 디지털 통상인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통상의 급속하고 광범위한 확산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에 대한 국제적 규칙이 없다. 지금까지 국제무역질서는 WTO라는 국제규범의 틀 안에서 유지되어 왔다. WTO 출범이후, 세계는 상품 무역에서, 서비스 무역으로, 다시 디지털무역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규율하는 국제질서는 아직 1990년대 머물러 있는 것이다. 디지털 통상에 대한 국제적 기준 마련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미국,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디지털 통상 규범화를 시도하고 있다.
 미국은 아마존(Amazon), 페이스북(facebook) 등 굴지의 디지털 기업을 기반으로 디지털 통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자국의 디지털 기업이 보다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규제를 주장한다. 따라서 디지털 통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데이터의 자유로운 이동과 데이터 현지화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한편,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은 국가안보를 위해 사이버활동에 대한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특정정보 즉, 유출되었을 때 개인의 사생활이 침해당하거나, 국가의 안전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정보에 대한 보호 체계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은 국가라면, 데이터 유출에 따른 국가안보 위협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한국은 비교적 선택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국의 우수한 ICT 기술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적극적으로 개방을 요구하지만, 국가안보나 개인정보 보호에 있어서는 중국처럼 다소 소극적이다. 
 디지털 통상에 대한 국제기준을 마련하는 시점에서 미국으로 대표되는 '데이터의 자유로운 이동'과 중국으로 대표되는 '개인정보 보호 및 국가안보'간 우선순위에 있어 대립 국면을 맞이하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이러한 논쟁이나 대립이 옳고 그름의 가치판단을 요구하는 문제는 아니다. 단지 극단적 양쪽의 진영이 조금씩 양보하여, 최적의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과거 WTO 탄생 시 무역 자유화와 산업보호 간 균형점을 찾았듯 말이다. 디지털 통상에 있어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미국의 규범화 논쟁은 결국 우리 기업의 부담으로 돌아 올 수밖에 없다. 기업의 부담을 줄이고 보다 건전한 국제 디지털 통상 생태계 조성을 위하여 우리의 적극적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이를 위하여 우선, 미국의 지나친 개방요구에 대한 규제권한 확보가 필요하다. 자국의 디지털 기업의 해외활동 보장을 위해서 다른 국가의 국내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규제철폐 요구는 자유화를 표방한 보호주의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적절한 중화가 필요하다. 또한 국가안보를 내세우는 중국의 사이버 주권주의에 대한 편향된 시각도 주의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개인정보보호 및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중국과 협력하여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도 있어야 할 것이다.

  윤성혜 교수(한중관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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