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12월, 만 8세 여아를 납치해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조두순의 출소가 얼마 남지 않아 비상이 걸렸다. 보호감찰관 배치, 외출 제한령, 전담 감시, CCTV 설치 등의 대책이 진행되고 있지만, 시민들은 애초에 석방하면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나아가 잔혹한 범죄에도 불구하고 주취감형을 인정해 12년의 형을 선고한 재판 결과를 비판하며, 성폭력 범죄에 대한 더 강력한 법안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사회에 큰 파장을 가져온 일명 조두순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한 영화 <소원>을 통해 아동 성폭행 피해의 심각성과 오늘날 성범죄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고민해보고자 한다.
 공장에서 일하는 소원이 아빠 동훈(설경구 분)과 문구점을 운영하고 집안 살림까지 도맡은 소원이 엄마 미희(엄지원 분), 그리고 딸 소원이(이레 분)까지 총 3명으로 구성된 한 가정은 평소처럼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비가 오던 어느 날, 학교로 등교 중인 소원이는 낯선 아저씨를 만나게 된다. 앞을 가로막으며 우산을 같이 쓰자고한 낯선 아저씨는 도와주려는 소원이를 동네 공원 창고로 끌고 가 성폭행을 저지른다. 폭행과 강간을 당하며 신체가 심하게 손상된 소원이는 목숨은 구했지만, 평생 인공 장기를 달고 살아야 하는 장애를 입게 된다. 당시 끔찍한 사건을 겪은 소원이의 나이는 고작 8살이었다.
 이후 현장에서 범인의 증거를 발견해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됐지만, 피해자의 진술이 있어야 범인을 체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미희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나쁜 아저씨를 잡아야 한다는 소원이의 굳은 의지로 진술을 통해 종술(강성해 분)을 체포한다. 그렇게 진행된 첫 번째 재판. 불리한 증거가 계속 제시됨에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종술의 일관된 진술로 흐지부지하게 마무리되고, 결국 마지막 형량 재판으로 미뤄지게 된다. 
 한편, 심리적으로 마음을 닫은 소원이. 심지어 사건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아빠를 꺼리고 불편해한다. 소원이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는 엄마와 도와주는 학교 반 친구들, 그리고 평소 소원이가 좋아하는 인형의 탈을 쓰고 다가가려 애쓰는 아빠의 진심이 전해져 점차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몸이 완쾌돼 퇴원하고 다시 학교도 등교하는 등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온 소원이. 하지만 마지막 형량 재판에서 진술을 위해 또다시 법원에 출석하게 된다. 소원이의 진술로 진행된 재판. 담당판사는 종술의 범행과 그 증거는 인정되나, 술에 취한 상태로 범행을 저질렀을 때 당시 상태가 심신미약이었다는 이유로 징역 12년 형을 선고한다. 그러자 재판 결과에 분개한 어느 방청객의 큰 외침. "술 먹고 성폭행하면 형량이 줄어든다고? 그럼 술 먹고 운전하면 왜 잡혀가는데?"라고. 이 비통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재판은 고작 12년형이라는 답답한 판결을 뒤로한 채 영화는 끝이 난다.
 오는 12월 13일 조두순의 출소를 앞둔 지금, 우리는 아직도 조두순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잔혹한 성범죄 사건이 발생한 지 1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성범죄의 잠재적 대상이 될까 두려워하고 있다. 최근 '13세 미만 미성년자 대상 성폭력 범죄의 종신형 선고에 관한 특별법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범죄의 형량을 높이는 것일 뿐 확실한 예방을 보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성범죄가 일어나지 않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국민을 위한 복지와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지금, 우리는 성범죄로부터 얼마나 안전한지 고민해볼 시기다.
 
문준오 수습기자 mshee1123@w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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