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논란이 되는 '촉법소년' 문제는 이슈가 될 때마다, 한편에서는 나이를 13 세로 낮추자고 하고, 다른 편에서는 예방이 중요하다고 한다. 모든 제도는 100퍼센트 만족이 없다. 법에도 한계가 있다.
 나는 전북청소년자립생활관 관장을 맡고 있다. 이곳은 법무부가 보호소년의 선도 및 안정된 사회정착을 지원할 목적으로 설립한 한국소년보호협회 산하기관으로, 무의탁소년원퇴원생, 보호관찰대상자, 법원위탁소년, 기타 위기청소년 등의 범죄예방 및 자립을 지원하고 있는 청소년보호시설이다. 
 지난 10년 동안 이곳에서 나는 여러 촉법소년들을 만났다. 그 중 한 친구는 현대판 '늑대소년'이다. 가족 6명 중 한명을 제외하고, 모두가 지적장애자이다. 그러다보니 부모가 밥, 빨래, 청소는 물론 씻기는 기본적인 것조차 해준 적이 없다. 당연히 문맹이고, 소통도 되지 않는다. 이들은 생존을 위해 아무 집에나 가서 밥을 먹고, 지갑을 들고 나온다. 훔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니 죄책감도 없다. 재판에도 내가 찾아서 데리고 갔다. 나는 보통아이를 만들기 위해 수백차례의 프로그램과 4500만원 상당의 감동서비스(도배, 장판, 장례, 수술지원 등)를 실시하였다. 그럼에도 7년이 지난 어느 날, 절도장면이 전국뉴스에 나왔다. 나는 털썩 주저앉았다. 그런 일들로 모처를 들락거렸던 친구가 작년에 다시 들어와서 무려 9년 만에 이제 문자도 하고, 말도 좀 하며, 향수도 뿌리고 직장에 다닌다. 모범생이 되었다. 이걸 기다림의 미학이라 해야 할지.
 위에서 보았듯이 보통 아이들은 환경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누구라도 이런 환경에 처한다면 "나는 '늑대소년'이 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우리는 보통 그들을 수수방관하다가 무슨 일이 터지면 그제야 남의 탓으로 돌린다. 과거에는 자신의 주거지 반경 2~3키로 까지는 관할참견구역(스스로 자치방범대 정도로 여김)으로 두고, 너나 할 것 없이 아이들에게 '꼰대' 역할을 했다. 꼰대는 좀 답답하고 보수적이지만 지킬 것은 지켜야한다는 신념이 강하다. 그러나 오늘날은 참견을 잘 못하면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받고 오히려 '왕꼰대'로 낙인찍힌다.
 세상은 돌고 돈다고 했던가. 최근에는 꼰대들이 좋아하던 트롯이 열풍이다. 세상이 복잡해지다보니 간결한 가사, 힘들이지 않고 술술 넘어가는 멜로디가 우리의 마음을 끈다. 기성가수의 조금은 궁핍하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억척스러움과 촌스러움은 어디가고, 요즘 젊은 가수들은 흉내를 넘어 세련미와 화려함을 더해 멋들어진 명품으로 승화시킨다. 최근 대표적 신비주의 '꼰대가수' 나훈아는 단순한 '부활' 이라기보다는 바닥에 깔려있던 '문화재'가 발굴된 기분마저 든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K방역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것도 우리몸속에 흐르는 꼰대 DNA, 즉 '꼰대정신'이 바탕이 되었는지 모른다. 이기적 행동을 절대 금기시하는 '꼰대공동체'는 급기야 전 국민이 마스크를 쓰게 하고, SNS· 유튜브 등을 타고 전 세계에 퍼졌다. 이제 '꼰대정신'도 한류콘텐츠가 되어 세계 도처에서 테스형과 침 튀기는 설전을 벌이는 모습을 보게 될지 모른다. 비약이 심했지만 이처럼 우리 서로 꼰대정신을 발휘해서 주변에서 한 번 더 참견하고, 한 번 더 챙겨준다면 촉법소년들의 '우선멈춤'이 작동하게 될 것이다.
 
이혜성 전북청소년자립생활관 관장(전 원광대 강사)
 
 
 
저작권자 ©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