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마니타스 장학생, 총 1억 원 장학금 지급
 
 2020학년도 2학기 후마니타스 장학생 선발대회는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백낙청의 『문명의 대전환과 후천개벽』, 웬델 베리의 『온 삶을 먹다』,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등 4권의 책으로 진행됐다.
 2020년 1학기 후마니타스 장학사업은 코로나19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감염이 대유행하는 팬데믹 상황이라 치를 수가 없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나 마스크 쓰기, 체온 재기, 손 소독제 사용 등 감염증 예방 조치에도 불구하고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장학사업을 대면으로 강행할 수 없어서 이번에는 지난 학기부터 대비한 온라인 시스템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지난해에는 독서퀴즈와 토론은 대면으로, 독서시험과 논술은 전산실에 모여 온라인으로 진행했는데, 올해는 독서퀴즈와 시험은 빠지고, 그 대신 TED, 학술에세이, 독서논술 공모전을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연기된 토론도 곧 Zoom을 활용해 치를 예정이다. 익산에서 확진자가 확산되는 상황이라 11월 21일에 예정된 토론은 급히 취소되고 12월 19일로 연기되었다. 올해는 총 1,110명이 접수했는데, 코로나19 때문인지 실제 지원한 학생은 이보다 훨씬 적어 아쉬움을 남겼다. 독서논술 공모전 81명, TED 공모전 68명, 학술에세이 공모전 56명, 독서토론대회 16명(8팀) 등 총 221명에게 총 1억 원의 장학금이 지급된다.
 
 
 의약학계열 - '예술 : 우리 영혼의 지팡이'   진광혁(치의예과 2년)
 
  인간은 예술을 방관하는 수동적 존재가 아닌 예술에 직접 참여하는 존재
 
 '예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라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스스로 위축되거나 어색한 웃음을 짓고는 한다. 미술관에서 자기가 봤던 작품을 얘기할 때도 설명란에 적혀있을 법한 그려진 시대나 화법을 먼저 말한다. 아무래도 예술은 우리와 너무 동떨어진 분야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랭드 보통은 『알랭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에서 예술은 예술 그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닌 인류의 도구로서 정의한다. 마치 손의 연장물인 막대기와 같이 예술도 우리의 필요에 의한 도구라는 것이다. 또한 예술은 우리의 심리적 필요에 봉사할 수 있어야 하며 심지어 예술가들에게 그것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시각은 우리가 단순히 예술을 방관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닌 예술에 직접 참여하는 존재라고 외친다. 
 알랭드 보통은 예술이 기억, 희망, 슬픔, 균형회복, 자기이해, 성장, 감상의 7가지 기능을 갖는다고 보았다. 또한 이 7가지 기능들은 인류가 정신적으로 취약하고 보완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기능들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우리는 예술을 감상하며 자신의 취약점을 느끼고 이를 예술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알랭드 보통은 '균형회복'을 도울 수 있는 예로 한국의 '백자 달항아리'를 들었다. '백자 달항아리'는 특별히 반짝이는 무늬가 있는 것도 뛰어난 유선형의 몸체를 가진 것도 아니다. 불균형하게 퍼진 얼룩과 둥그런 항아리임에도 불구하고 그 소박함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우리는 이를 통해 오만함을 반성하고 자신에게서 부족했던 겸손함을 되찾을 수 있는 것이다. 
 2020년은 우리에게 심리적 치유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년도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사람들은 점점 대화가 단절되고 고립되어 불안감이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리에게 알랭드 보통의 예술에 대한 해석은 예술을 심리적 치유로 활용할 수 있는 큰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우리 모두 예술을 감상하며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 다르게 우리의 인식 속에서 예술이 가지는 높은 지위는 그것을 어렵게 만든다. 특히 작품을 감상하러 간 어려운 이름의 전시장으로 나누어진 미술관에서 느껴지는 예술의 지위는 우리로 하여금 거리를 느끼게 만든다. 예술과 거리감이 생길 때 예술의 목적인 영혼의 치유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알랭드 보통은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으로 새로운 미술관을 제시한다. 작품을 지역, 시대, 화법으로 나누지 말고 '자기 이해의 전시실', '두려움의 전시실'과 같이 작품이 감상자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기준으로 전시관을 나누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을 사용했을 때 우리는 확실히 예술을 어렵고 공부해야 할 대상으로 느끼지 않고 감상할 때의 우리의 감정에 집중할 수 있다. 이에 더 나아가 알랭드 보통은 예술의 매매 과정에도 심리 치료라는 예술의 목적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처럼 경매에서 예술의 금전적가치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닌 구매자의 심리 상담 후 치료에 맞는 예술을 제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예술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가 점점 변화시켜 나가야 할 모습일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소극적으로 예술을 방관하는 역할을 해 왔었고 예술가들도 감상자들을 그렇게 대해 왔었다.
 하지만 이러한 새로운 시각들이 부각되면서 우리는 예술과의 관계를 다시 봐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 현재 자연 예술가들은 책에도 저술 된 바와 같이 우리가 세계를 경험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사명 즉 '경험의 안무'를 목표로 감상자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예술의 제작에 힘쓰고 있다. 우리도 더 이상 예술을 높은 지위에 놓고 어렵게 대하는 것이 아닌 우리의 삶을 돕는 우리의 마음의 도구로써 인식하고 예술과 가까워져서 마음을 열고 감상해 예술을 우리의 영혼의 지팡이와 같이 사용해야 할 것이다.
 
 
 일반계열 -  '이제 당신이 주인공입니다'    이광성(원불교학과 4년)
 
  자신과 한국과 세계의 대전환을 위한 정신개벽
  모두가 주체가되는 '시민참여형'.'민중주도형' 문명대전환
 
 『문명의 대전환과 후천개벽』은 저자가 한국사회의 대전환을 위한 여러가지 방도를 다각도로 모색한 내용으로, 그 중심에는 원불교를 창시한 소태산 대종사가 내세운 '정신개벽'을 통해 밝히고 있다. 또한 이 정신개벽을 통한 변화는 종교인만이 아닌 모든 시민이 도덕가가 되어 이 세상을 바라보고 이끌어 가는 주체가 되어가는 '시민참여형'의 모습을 주장하여 도학과 과학이 병진하는 전환의 시대를 맡이하는 내용을 담아내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도덕론의 대강은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로 정리할 수 있다. 핵심은 물질과 정신을 '발달, 변화'가 아닌 '개벽'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다. 지금의 개벽은 쉽게 말해 일반적인 변화, 발달의 좁은 의미가 아닌 문명의 대전환을 맞이하여 과거와 달리 새롭게 펼쳐진 세상이다. 그렇기에 일반적인 변화와 발달로는 문명의 전환기를 맞이한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그러기에 원불교의 개교이념과 원광대학의 도덕대학의 이념은 윤리, 계명의 좁은 의미가 아닌 도에서 나오는 힘으로써 덕의 올바른 결과를 나투는 시대의 방향성을 제시하며, 도덕의 의미를 새롭게 제시하고 있다. 
 과거 서양 과학의 뿌리를 보며, 저자가 제시한 방향이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음을 알 수 있 다. 오늘날 서양 과학의 뿌리는 구도의 방편으로 출발하여 수많은 도인과 참된 문명을 낳았지만, 기술의 수많은 발달 과정속에서 진리의 참된 의미는 사라지고, 맞냐 틀리냐라는 단편적인 의미로 떨어지고 있음을 지적한다. 즉, 서양문명을 통해 전개되는 우리들의 정신적인 가치들이 물질의 개벽 앞에 굴복 당하고 참된 의미보다는 눈앞의 욕심에 이끌리게 되는 구조가 형성 되어 지금의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물질이 개벽된 오늘날의 특징은 과거보다 개인과 사회, 세계가 많이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한 나라의 문제는 그 나라의 문제로만 멈추지 않고 전 세계에 영향을 주며, 지금의 사회 역시 한 사람의 의무와 책임은 직, 간접적으로 우리들 생활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래서 '나 혼자 잘먹고, 잘사는 구조'는 구시대적 인 발상이며 환경문제, 펜데믹, 기후변화 등의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은 함께 모색하고 노력하는 과정이 불가피하게 되었고 소수의 진행보다는 모두가 주체가 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이를 '시민참여형' 혹은 '민중주도형'의 과정이라 말하며, 과거 서양문명의 중심이 되었던 올바른 지혜의 길인 진리를 회복하고 민중 모두가 함께 나아가야함을 강조한다. 
 그러므로 자신과 한국과 세계의 대전환을 위한 정신개벽이 요구된다. 구체적으로는 우리들 각자의 의무와 책임을 지키는 동시에, 모두가 주체로써 함께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지금의 모습은 물질문명의 파도에 휩싸여 여기가 어딘지 모르고 항해하고, 배에 물이 차는데 턱밑까지 가서야 상황을 인지한 것과 같아서 이제는 우리가 놓치고 있던 것과 놓아야 할 것들이 분명해지며 모두의 실천이 필요하다. 
 원불교 2대 종법사인 송정산은 광복 직후 발표한 그의 저서 『건국론』을 통해 "정신으로써 근본을 삼아."를 강조하며 영원한 세상에 뿌리깊은 국력을 잘 배양하기 위해 도덕과 마음을 기초로 한 건설자가 되어야 함을 말한다. 이처럼 우리가 놓치고 있던 정신개벽의 모습으로 각자의 마음에 욕심, 나 혼자만 잘 되면 그만이라는 개인주의, 너와 나의 차이를 인정 못하는 분별과 차별 등을 놓고, 깨달은 사람들이 먼저 주체가 되어 '지덕겸수, 도의실천'으로 세상의 주체가 되고 이를 보며 새로운 사람들이 깨달음을 얻어 결국에는 모두가 주체자가 되어 지혜롭게 물질개벽 시대를 맞이하는 정신개벽의 주인공들이 되어야 한다. 
 이 책은 한 종교의 교리를 통해 한국사회의 대전환을 바라본 작품이다. 나아가 전세계적으로 당면한 펜데믹, 기후변화, 갈등과 차별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하나의 변혁을 제시하여 우리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실마리를 준다. 참된 진리로써 꽃피운 우리의 문명은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으로 위기를 맞이하고 있고, 과거의 역사적 사건들의 모습은 소수의 참여와 다수의 방관속 진행되어 역사의 가르침은 우리 앞에 계속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대전환 속 정신개벽의 모습은 과거의 전개과정과 달리 각자 각자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모두가 주체가 되어 참여하는 모습, 즉 모두가 이 세상의 주인공으로 나아가야 함을 우리에게 강조하며 역사는 우리를 이 세상의 주인공들이라 부를 것이다.
 
 
  심사 총평
 
 선정도서 4권은 그 내용이 모두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문명의 대전환과 후천개벽』은 '원불교 100주년, 원광대학교 개교 7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의 성과를 총괄하는 4권의 학술총서 가운데 제 1권으로 기획된 것으로 원광대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면 건학이념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선정되었으나 이를 선택한 학생들이 아주 적어 아쉬웠다. 제일 많이 선택된 도서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였다. 이는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모음집으로, 읽기도 좋고 내용도 풍부해 TED나 독서논술 공모전 등에서 학생들이 이 책을 제일 많이 선택했다. 『온 삶을 먹다』는 먹거리, 농사, 땅에 대한 성찰을 다룬 것으로 우리가 사는 삶의 터전인 땅과 우리 몸을 살리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독서논술에서 두 번째로 많은 선택을 받았다. 『영혼의 미술관』은 예술의 일곱 가지 가능을 인간의 감정과 삶과 연관해 설명한 것으로 예술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치유하는지를 보인 책으로 그림과 사진이 함께 담겨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올해 선정된 4권의 도서를 꿰뚫고 있는 핵심 키워드는 사랑, 생명, 치유, 개벽이었다. 이 도서들에는 대지와 생명을 훼손하며 물질과 소비중심으로 운영된 현대문명의 민낯이 그대로 노출된 지구 재난 시대에 더 이상 인류가 지금까지의 사고방식이나 생활 태도로 살 수 없다는 자성과 지구촌 문명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져야만 한다는 문명론적 과제가 담겨 있다.
 
 <독서논술 공모전>
 독서논술에 응시한 학생의 3분의 2정도가 톨스토이의 작품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선정했다. 아마 단편 소설 모음집이라 읽기도 재미있고 부담이 없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문명의 대전환과 후천개벽』은 아주 소수가 선택을 했는데, 몇몇의 글은 문제의식이나 글쓰기 수준이 매우 탁월했다. 그러나 책의 선택 분포가 균등하지 않아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TED 공모전>
 TED 공모전은 학술에세이 공모전과 함께 이번 대회에 처음으로 도입된 영역이다. 영상을 촬영해 제출하는 방식에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우려와 달리 우수한 편집기술을 보였고, 강연에 적합한 발성, 음성, 발음, 태도 모두 훌륭했다. 다만 책의 줄거리 전달이나 요약정리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나 창조적 해석을 적극적으로 이루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학술에세이 공모전>
 학술에세이는 학술적 내용과 형식을 갖춘 리포트나 논문 등을 연상하면 될 것이다. 이는 서론과 본론, 결론이 있어야 하며, 각주나 참고문헌 등 서지사항이 제대로 갖추어져야 하며, 자신의 문제의식이 책의 내용과 제대로 연결되고 또한 시의적,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학생들 나름의 해석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처음 시도한 영역이라 그런지 지원자가 많지 않았지만, 몇몇 글은 형식과 내용을 잘 갖추었다.
 이번 대회를 온라인 시스템으로 준비하며 새로운 영역들이 있어, 사전에 각 영역을 소개하며 안내하는 동영상을 제작하고 학생들에게 공지했다. 앞으로도 응시하기 전에 이를 충분히 보며 숙지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여기에는 각 영역의 기획 의도, 담겨야 할 내용과 형식, 글 쓰는 방법 등 모든 내용들이 담겨있다.
 
 원광대학교 후마니타스장학생 선발대회는 2011년 시작한 이래 독서를 통해 학기당 1억 원의 장학금을 수여하는 국내 유일의 큰 장학대회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구촌의 일상이 무너지고 경제가 흔들리고 심리적 위기를 겪는 지구 재난의 시대에 책을 읽으며 후마니타스 장학사업에 참여해 준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대회가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노고를 아끼지 않은 융합교양대학 학장 및 직원 선생님, 출제와 평가에 참여해 주신 교수님들, 협조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김정현 후마니타스장학위원장(철학과)
 
저작권자 ©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