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 대학들은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학생자원의 감소, 통폐합과 구조조정, 기초학문 분야의 위기, 졸업 후의 취업난 등 대학의 존립과 활로를 위협하는 문제들이 한꺼번에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학문의 전당이며 요람으로 기능해야 할 대학의 역할은 계속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그 중에서도 인간다운 삶을 위한 성찰을 기본으로 하는 인문학의 탐구는 특히 대학이 맡아야 할 필수 과정이라고 하겠다. 인문학이란 간단히 말해 인간의 정신·문화·역사에 대한 학문적 접근을 시도하는 영역이다. 예로부터 사람을 가르치는 세 가지 학문으로 철학과 문학과 역사를 드는 것도 그 역할과 중요성을 부각시켜준다.

 하지만 지금 대학 사회에서 인문학의 제반 영역들은 학생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진 지 오래다. 언젠가 인문학 분야의 한 교수님이 신입생들에게 설문 조사를 하던 중, 인문학이 도대체 뭘 공부하는 것이냐는 질문이 되돌아왔다고 한다. 이 얘기는 현재 대학에서 인문학이 갖는 위상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또한 학생들에게 대학 생활에서의 계획과 포부를 물었더니, 전공 분야의 공부 외에 각종 자격증 취득, 외국어 능력 함양, 졸업 후의 취업 준비 등의 대답이 주류를 이루었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계획들도 필요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점점 물질화·파편화·황폐화되고 있는 현대 사회를 그나마 감싸안을 근간으로서의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아쉽기도 하다.  

 이렇게 인문학을 들먹이는 것을 무슨 특정 분야의 밥그릇 다툼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인문학은 특정의 학문 분야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문화학이며 인간의 정신학, 더 간단히 말해 인간학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대학에서 각자의 전공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의 자세와 함께 인간학으로서의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부탁하고 싶다. 가령 문학과 철학과 역사를 얘기하는 의학생이나 법학생, 혹은 첨단 전공의 공학생들을 많이 만나고 싶은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문학 분야의 학자들도 나서야 한다. 학생들의 외면과 당국의 지원 부족만을 탓할 것이 아니라 대학의 제반 전공 분야들을 파고드는 기초 영역으로서의 인문학 커리큘럼을 제시하고 심화시키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21세기는 경제보다는 문화의 생산성이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시대를 맞이하여 인문학의 위상과 역할을 재정립하는 계기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