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군대에 있어서 전시작전통제권은 군사 주권(이하 작통권)을 의미한다. 작통권 환수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작전지휘권과 작통권은 다르다면서 주권과의 결부를 결사반대하고 있지만 군사 행정, 군 인사 문제를 다루는 작전지휘권보다 실질적으로 군대의 이동 및 배치 등을 관할하는 작통권이야말로 군사주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현재 한나라당과 전직 국방장관 모임, 재향군인회 등에서는 대규모 집회까지 해가면서 작통권 환수를 반대하고 있지만 이들의 반대 움직임이 어느 정도 갈 것인지는 회의적이다. 환수 반대론자들은 처음엔 한미동맹 균열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미국이 직접 나서서 한미 동맹이 굳건하다고 하여 머쓱해지자, 다음에 들고 나온 것이 경제 부담이었다. 즉 작통권을 환수하게 되면 그동안 미군이 부담하고 있던 안보 비용이 모두 한국군에게로 전가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논리 역시 모순이며 설득력이 없다. 안보 비용 때문에 작통권을 반대하는 것이라면 현재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군비증강 정책을 반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2012년까지 160조가 넘는 돈을 투여하여 국방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 중의 상당부분은 전력투자비용 즉 새로운 무기를 개발하고 수입하는 데 쓰이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 반대론자들은 2사단의 평택 이전을 반대했으나 미국이 적극적으로 추진하자 몇 달 지나지 않아 평택 기지 이전에 동의하게 되었다. 따라서 문제는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작통권 환수를 어떻게 볼 것인가로 귀결된다. 노무현 정부의 입장은 8월 17일 국방부가 발표한 ‘전시작전권 환수 로드맵’에 담겨있다.

 그러나 국방부의 ‘환수 로드맵’은 위험스러운 요소가 많다. 우선 작통권 환수 이후 한·미간의 긴밀한 논의를 보장하기 위한 ‘전평시 협조본부’(가칭)는 한미연합사령부의 간판 바꾸기에 불과하다. ‘협조본부’산하에 10여 개의 비상설기구를 설치하여 위기관리, 공동계획 작성, 공동 군사훈련 등을 협력한다는 명목으로 주한미군의 한국군에 대한 제어와 통제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첨단전력 증강 계획과 국방비 증액 역시 간과할 수 없다. 환수 로드맵에 의하면 2010~2012년까지 다목적실용위성, 공중조기경보통제기, 전술정찰정보수집체계를 갖출 계획이며, 대북정밀타격 능력을 높이기 위해 F-15K급 전투기, 이지스 급 구축함, 214급 잠수함, 정밀유도폭탄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해마다 증가하는 국방비는 전적으로 국민의 부담이 된다.

 더불어 미국 무기 중심의 전력 증강은 무기 체계의 운용상에서 필연적으로 미국의 기술과 능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또 다른 종속을 낳을 위험성도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면서 작통권을 환수하기 위해서는 ‘군비증강’을 전제로 한 작통권 환수가 아니라 ‘평화와 군축’을 전제로 한 작전통제권 환수가 되어야 한다. 비록 일시적인 긴장과 경색은 존재하지만 남과 북은 화해와 협력을 지속해 왔으며, 지난 해 6자회담에서도 9.19 공동성명을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회담을 합의한 바 있다. 환수 로드맵은 이 같은 정세의 변화를 반영하여 ‘평화와 군축’을 전제로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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