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더욱 무덥게 만든 바다이야기..., 전직장관, 국무총리, 대통령까지 국민들께 사과를 해야만 했던 지난여름의 이야기가 우리를 더욱 덥게 만든다.

 파란 바탕배경에 ‘고래의 꿈’이라는 문구와 물고기가 헤엄치는 간판. 언뜻 보면 횟집처럼 보이는 ‘바다이야기’는 전국을 도박장으로 만든 사행성 성인오락실이다. 바다이야기는 슬롯머신과 같이 돌아가는 그림을 맞추면 점수를 얻는 릴게임(reel game)의 일종으로 4개의 원판에 나타나는 고랠상어·가오리·문어·조개 등 바다생물 무늬가 회전하다 정지하여 무늬 4개가 일치하면 상품권 점수를 획득하면서 상품권을 경품으로 받는다.

 사람들이 바다이야기에 급속히 중독되는 이유는 ‘메모리 연타’기능과 ‘대박예시’기능 을 이용한 사행성의 극대화이다. 게임 도중 화면이 낮과 밤으로 바뀌다가 거북이가 지나가고 해파리가 올라온다. 대박을 예시하는 징조로 상어가 등장할 때는 최소 10만원의 상품권이, 고래의 경우 최하 50만원의 상품권이 나온다. 연타 기능 덕에 2연타, 3연타 등 5연타까지 가능해 고래가 등장하면 최대 250만원의 상품권이 터진다.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계속해서 돈을 집어넣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바다이야기’도박게임이 성행할 수 있었던 것은 2002년 경품용 상품권 제도가 도입된 것이 그 발판이었다. ‘5000원권’도서상품권과 문화상품권이 성인오락실의 경품으로 사용되도록 합법화되면서 상품권 시장 또한 무섭게 몸집을 불려갔다.

 이때부터 상품권은 본래의 목적이 아닌 엉뚱한 도박사업에 애용되었다. 현재 문화관광부 지정 상품권의 98%이상이 서점이나 극장이 아닌 성인오락실에서 현금교환에 이용되었고, 상품권의 발행규모가 27조원에 달한다고 하니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바다이야기’는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의 심의기준인 게임 1회당 시간 4초 이상, 경품 한도 2만원, 시간당 이용금액 9만원기준에 저촉되지 않아 ‘18세 이용가능’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기계식이 아닌 모니터상에서 PC프로그램으로 돌아가는 전자식이어서 개조가 용이해 실제 현장에서 설치될 때는 거의 모든 기기가 불법 개조되었다.

 우연한 기회에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까?

 매주 로또복권을 사며, 조상님의 음덕을 고대하는 많은 사람들은 언제쯤이나‘인생역전’을 할 수 있을까?

 수많은 기관에서 발행하는 복권들, 경마, 경륜, 경정, 강원랜드 카지노 등은 공익적 목적으로 기금을 조성하기 위한 합법적 사행산업이다. 그러나 합법이 곧 당위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수익을 위한 사행산업의 적극적 유치작전이나 기금조성을 목적으로 각종 사행산업을 허가하는 국가는 이번 바다이야기의 시스템적 가해자들이다.

 물론 경마, 경륜, 경정에 베팅을 하고, 카지노에 가서 잭팟의 요행을 기대하는 사람이 1차적 책임이 있다. 그러나 이들은 돈이 필요하고 일자리가 필요한 빈곤층이나 서민들로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과 기대가치의 틈새에서 희미한 대박의 행운이 자기이기를 바라는 어리석은 사람들이기도 하다. 이런 사행심과 요행심리는 노동의 가치를 퇴색시키고 근로의욕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가정파탄, 경제적 파탄에 따른 인생을 낙오자로 만든다는 것이 도박의 가장 큰 폐해이다.

 자기가 가진 확실한 것을 버리고, 불확실한 그 무엇을 얻기 위한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말자. 지금 손에 쥔 이것은 땀 흘려 얻어낸 나의 노력이요. 또한 나의 자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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