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만 해도 하루에 6천여 장의 LP판(long playing record)을 찍어내던 국내 마지막 LP공장이 문을 닫은 지도 2년여가 지났다. 빠르고 간편함을 추구하는 디지털시대, CD(compact disk)의 등장과 급격한 확산에 따라 자연스레 LP판을 찾는 사람도 없으니 LP공장이 사라지는 것은 당연한 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렇게 빠름, 간편함, 편리함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사고에 밀려, 우리들의 소중한 것들이 LP공장처럼 사라져 가고 있음에 주목해 본다.
 ‘빠름'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은 뭐든지 빨리빨리 해치워야 하는 조급증과 ‘빨리빨리' 문화를 만들었다. 이는 우리나라를 세계에서 교통사고 1위, 위암 사망률 1위, 부실 공사율 1위 등 부끄러운 분야에 선두 자리를 지켜가게 했다. 또한 ‘빠름' 뒤 과정의 중요성과 느림의 넉넉함을 사라지게 했다.

 물론 빠르고 편리함은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원동력이며, 피가 끓는 젊은이들만의 특권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피상적인 인간관계와 인내심 없는 ‘나'를 만들며, 과정의 중요성에 소홀히 한다면 문제가 있다.
 사라져가는 소중한 것의 또 하나는 어른들이 흔히 말하는 ‘된사람'이다. 농촌에서는 농촌총각과 결혼해 부모님을 모시고 살 처녀가 없다고 하고, 땀 흘려 농사지을 젊은이가 부족하다는 지적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이다. 이는 이른바 3D업종에 일할 젊은이가 없고, 어른을 공경하며 부모에게 효도하는 아들, 딸을 사라지게 하고 있다.

 최근 우리의 대학가는 스승과 제자사이에 성추행 문제로 언론의 도마 위에 올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부모가 어린 자식을 죽이고, 다 큰 자식이 늙은 부모를 죽이는 일도 허다하게 발생하고 있다. 사라져 가는 사제지간의 정은 물론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은 도대체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도덕과 윤리, 그리고 느림의 미덕은 빠르고 간편하고 편리해진 현대가 낳은 오류이다. 이것은 LP판처럼 사람이 찾지 않는다고 없어지는 것과는 다르고, 사람들이 소중함을 깨달으면 다시 만들어지는 생활용품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이제 사라져 가는 것들을 되찾아야 할 때이다. 그리고 그것은 빠르고 간편하고 편리함도 좋지만, 느리고 불편하지만 기초가 탄탄하고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시되는 시대. 그 시대에서 우리가 잃은 소중한 것들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