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 5일 오후 8시. 시드니의 옥스퍼드 거리에서는 게이 페스티벌이 있었다. 옥스퍼드 거리에 두 시간이나 일찍 도착했음에도, 이미 거리의 양편과 그 위에 건물들이 사람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취재진이 대기 중이었고 멀리 보이는 하이드 파크에는 커다란 전광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행사를 도우며 애쓰고 있었다.
페스티벌은 날이 저물고 시작되었다. 캄캄한 가운데 번쩍번쩍한 오토바이를 탄 게이그룹이 거세게 시동을 걸며 달려 들어왔다. 경적을 소란스럽게 울리며 관중 앞에 멈춰선 그들, 성인용품점에나 있을 야한 가죽옷을 입었다. 자유롭게 엉켜 키스를 하고 몸을 더듬었다. 관중은 동성애자들을 향해 환호했다. 곧바로 레즈비언 그룹도 등장했다. 노출이 심하거나 상의를 벗어 보이는 여성에게는 더욱 큰 환호가 쏟아졌다. 관중은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 잡고 싶어했다. 분위기는 락 콘서트와 흡사했다. 행렬과 함께 신나는 팝음악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행사의 정식명칭은 게이 페스티벌이지만, 내용은 게이와 레즈비언 페스티벌이다. 동성애자도 인간이기에 이성애자들과 똑같은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게 이 행사의 취지일 것이다. 그러나 각 그룹이 나름의 컨셉을 잡고 그에 맞는 메시지를 전하며 이어지는 행렬이 어째 퇴폐적으로 흘러갔다. 그들의 권리를 찾는 메시지는 도발적인 의상, 아슬아슬한 안무, 포르노같은 행위에 가려져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행사는 1시간 동안 화려하게 진행됐다. 행진에는 젖가슴을 드러낸 여성들, 성기만 가린 채 행진하는 남성들이 많았다. 부시와 후세인 차림의 동성애자가 서로를 추행하는 모습, 그리고 간호사, 경찰 등 사회 각 층의 유니폼을 입은 동성애자들의 자극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다.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간호사였고 경찰이었다.
 동성애자들은 스스로 이성애자들과 결코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들의 행렬은 마치 동성애자들이 난잡한 성생활을 하는 것처럼 왜곡하는 것이었다. 그들에게 환호하는 관중들은 그들 스스로 무엇을 향하여 환호하는지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런 내 생각이야 어쨌든지, 축제에 참여한 동성애자들은 행복해 보였다. 축제는 성황리에 끝났다. 나 또한 어깨를 들썩이며 축제를 즐겼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우리는 쇼를 즐겼지만, 동성애자들에게는 이 날이 독립기념일이었으리라.
 올림픽의 개회식 선수단 입장에서처럼 동성애들이 각 국의 국기를 들고 입장할 때 태극기는 없었다. 감히 홍석천 씨가 태극기를 휘날리며 입장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 때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게이 행렬이나 간간이 동양인이 보이는 행렬에서는 눈을 크게 뜨고 그를 찾았다.  토크쇼에서 그는 매년 이 게이 페스티벌에 초청된다고 말한 바 있었다. 그는 커밍아웃 후 끝없는 추락을 경험했고 눈물을 흘렸었다. 그러나 호주 땅에 태어난 동성애자들은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페스티벌에서만 아니라 호주 전역에서 본 동성애자의 모습은 지극히 자연스러웠다. 한국사회, 호주사회, 동성애자… 어느 쪽이 이상한 걸까? 정답은 없다.

김 미 라 (한국어문학부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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