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 1일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됐다. 협상을 타결하는 과정에서 이해집단들의 반발과 각 부처 간의 이견 등으로 협상에만 무려 3년이 소요됐고, 국회비준위에서는 국민들의 반발로 인해 추가적으로 1년이 소요되기도 했다. 또한 협상기간 동안 농민 및 시민단체들의 FTA에 대한 우려로 반대시위가 끊이지 않았고, 국민들도 FTA에 대한 불안감을 가졌다. 이에 한-칠레 FTA 발효 1주년을 맞아 주요 내용과 향후 FTA협정에서 우리 정부의 대응 방향 등에 대해 분석해 봤다.    /편집자

폐업지원금 받기 위해 폐업 희망 과수농가 속출
농민-자생력 키우고, 정부-포괄적 정책 마련해야

 

 산업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FTA 발효 1년간 대칠레 교역에서 수출은 61.9%가 늘어난 7억8천만달러, 수입은 46.3%가 늘어난 18억7천억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양국간 교역도 평균증가율 19.1%보다 2.5배가 늘어난 50.6%로 급증했다.

 수출의 경우 관세가 즉시 철폐된 승용차와 휴대전화, 텔레비젼, 캠코더 등의 제조업 부문은 칠레 수입시장 점유율이 두 배가 증가해 4~10% 수준까지 높아졌다. 이 같이 수출실적 부문에서 한-칠레 FTA의 효과가 우리나라의 승용차를 비롯해 IT부문 수출에 큰 신장을 보였다는 평이다. 반면 농축산물 수입액은 8천64만4천만달러로 50.3%가 늘었다. 그러나 농축산물 수입액에서 포도주를 제외하면 2.7%에 불과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불고 있는 ‘웰빙'이라는 새로운 트랜드에 대한 결과로 고가의 프랑스산 포도주 대신 저가 칠레산 포도주를 많이 수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복숭아 과수원을 운영하고 농사를 짓고 있는 유만종 씨(45세, 농부)는 “한-칠레 FTA 체결로 인해 1천여 개가 넘는 농축산물의 관세가 철폐됨으로써 값싼 칠레산 농산물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올 것으로 우려했었다"며 “식량자급률이 30%에 지나지 않고 그나마 쌀을 제외하면 5%밖에 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농업개방이 된다면 그 피해가 클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러나 우리나라 정부에서 농업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침을 내세워 예상보다 농민들의 피해가 미미한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농업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쌀, 사과, 배는 FTA 협상 대상에서 제외했다. 또 고율관세가 부과되고 있는 마늘, 양파, 고추 등 373개 품목은 DDA(도하개발젠다)협상 종료 이후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개방대상 품목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시장접근을 허용했다. 포도는 11월부터 4월까지 수입되는 것에 한정해 관세를 46%로 정했고 10년간 관세를 균등한 비율로 감축하고 있다. 특히 나머지 기간인 5월~10월까지는 WTO 양허관세율(우리나라의 통상과 대외무역증진을 위해 특정국가 또는 국제기구와 조약 또는 행정협정 등으로 정한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또한 복숭아, 과실 가공품, 돼지고기 등은 5~16년 동안 관세를 인하할 수 있도록 최대한 이행기간을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FTA가 우리나라 농업에 미친 영향이 생각보다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DDA팀 강문성 팀장은 “한-칠레 FTA 발효 1년간의 상황을 볼 때 막연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며 “물론 FTA로 피해를 볼 수 있는 산업도 있겠지만 우리나라 정부에서 관세유예나 계절관세를 설정하는 등의 급속한 수입증가를 방지하고 있어 우리나라 농산물을 보호하고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려했던 농산물의 피해는 적었지만 정부의 무분별한 일회성 피해부문지원제도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칠레 FTA 반대시위가 격화되자 정부에서는 폐업 희망 과수농가에 대해 2004년부터 2010년까지 향후 7년 동안 총 1조2천억원을 조성해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그 중에서도 시설포도, 복숭아, 키위의 폐업 희망 과수농가에 대해서는 폐업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침을 내세웠다. 이에 따라 2004년 한 해 동안 총 1만2천644개의 과수농가가 폐업을 신청했다. 이들이 신청한 폐업지원금은 총 1천826억원으로 칠레산 농산물의 수입현황과 대비해 살펴보면 매우 지나치다는 평이다. 특히 2004년 칠레로부터의 농·축산물 수입은 증가했으나 포도수입물량은 2003년에 비해 9.0%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복숭아의 경우는 2000년 이후 복숭아 수입국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1만1천196개의 복숭아 농가가 폐업을 신청했다.

 이에 강팀장은 “대칠레 총 수입금액이 2004년에 160억원인 점을 고려한다면 수입증가분이 아닌 수입총액보다 10배나 많은 돈이 폐업지원금으로 지급된다"며 “폐업하는 과수농가는 5년이 경과하면 다시 재배할 수 있기 때문에 정책당국의 지원을 겨냥해 고의로 폐업신청을 내고 일단 지원금을 챙겨보자는 농가가 많은 것으로도 생각된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칠레에 이어 2004년 11월 29일 싱가포르와도 FTA를 체결했고 현재 일본과 2004년 말부터 협상을 하고 있다. 또한 아세안(ASEAN), 유럽자유무역연합(EFTA)과는 현재 산ㆍ관ㆍ학 공동연구가 완료돼 조만간 협상을 개시할 예정이다. 또한 멕시코와는 현재 양국간 공동연구가 진행 중이며 인도, 캐나다, 남미 메르코수르와의 FTA도 추진을 검토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FTA 체결은 향후 2~3년내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한-칠레 FTA 발효 이후 지난 1년의 과정을 살펴보면 우려했던 만큼 농민들에게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행이다. 이제 농민들도 FTA에 대한 우려만 할 것이 아니라 농업강국에 대응해 경쟁력있는 농촌을 만들 수 있게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또한 정부에서는 일회성 지원정책보다는 포괄적인 구조조정 지원정책을 수립하고 사회 안전망을 전체적으로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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