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현 미
(보완대체의학과 교수)

 우리는 흔히 ‘기가 차다’, ‘기가 허하다.’는 말을 사용하는데 과연 기란 무엇일까? 우리의 일상생활 안에서 ‘기(氣)’라는 용어는 이미 깊숙이 파고 들어서 사용되고 있는데 사전적인 의미를 보자면 천기, 일기 등 자연현상을 표현하는 기, 공기, 기체와 같이 물질이나 가스체를 의미하고, ‘원기 있다’, ‘기운 없다’ 등 생명력을 말하기도 하며 ‘기가 막히다’와 같이 호흡과 관련되어 말하기도 한다. ‘의기가 살아있다’ 등의 의식에 관련된 기, ‘기가 죽는다’, ‘근기가 있다’ 등의 심리, 정신적인 기 또는 분위기처럼 전체적인 낌새를 표현하는 기, 물질의 특징을 나타내는 기 및 만물의 근본을 표현하는 기 등 약 9가지 정도의 용법이 있어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그러면 ‘기’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이에 대한 명쾌한 해답은 없지만, 여러 학자들이 말한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는 생명력, 생명에너지, 생체에너지,
생명의 근원적인 힘이다.(생물학적 개념)
둘째, 기는 에너지이고 물질이며 정보이다.(물상적 개념) 
셋째, 기는 우주적인 에너지이다.(철학적 개념)
넷째, 기는 의식화된 에너지이다.(심리학적 개념)

 이를 요약해 보면 ‘기’란 자연과 인체에 다 함께 충만 되어 있고, 흐르고 움직이며 작용하는 생명에너지이지만, 측정할 수 있거나, 객관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렵고, 중요한 점은 의식에 의해서 작용이 달라질 수도 있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동양의 제일 오래된 의서인 『황제내경』을 보면 ‘가장 현명한 사람은 병이 생기기 전에 이를 예방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하여 질병의 치료보다는 예방에 중점을 두는 양생법을 중요하게 생각하였으며, 고대 중국의 최고의 의사인 ‘화타’는 다섯 가지 짐승(호랑이, 사슴, 곰, 원숭이, 새)의 자세와 몸짓을 흉내내어 만든 체조법인 ‘오금희’를 발전시켰으며, 진시대 의학자 ‘갈홍’은 그의 의학저서 『포박자(抱朴子)』에서 행공을 통해서 기를 원활하게 하면 효과가 더 크고 빠르다고 하면서 동공(動功)과 정공(靜功)의 단련 결합이 치료나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

 이와 같이 중국의 명의들은 대부분 기공과 의학의 연관관계를 중요시했는데, 동양의 기공법은 단순한 건강법이 아닌 몸과 마음을 함께 다스리는 양생법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송대에 지자대사는 조신, 조식, 조심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오늘날의 삼조(三調)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인간에게서 기가 제대로 잘 돌아갈 때는 건강하고, 자연과 인간의 기가 조화를 이룰 때 몸과 마음의 평화를 이룰 수 있다.

 최근 기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되어 건강 및 치료적인 측면에서 기공 수련과 기공 치료를 하고 있지만 역시 허와 실이 있는데 몸에 맞고 무리가 없는 기공은 도움을 줄 수 있으나 오히려 기공으로 인한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하야시마(1989)는 기공의 효과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첫째, 현대병, 만성병의 치료가 가능하다.
둘째, 몸에 활력소를 준다.
셋째, 몸의 의욕을 발휘하게 하며 집중력을 높인다.
넷째, 원만한 인격 형성에 도움을 준다.
다섯째, 열등감을 극복할 수 있다.
여섯째, 정력 증강, 노화방지 등에 좋다.

 그러면 이러한 기를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가? 기는 있는 그대로를 자연스럽게 다스려서 쓰는 것이지, 억지로 돌리거나 힘을 쓴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꾸준히 수련하면 저절로 알게 되어 터득되는 것이다.

 호흡법, 운동, 의식의 집중으로 기혈을 조화시키며 경락을 소통시키고 몸의 저항력을 높여서 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기도 하는 것이 의학기공이며, 자연 치유력이란 몸이 갖는 그런 잠재력을 활용해서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를 수련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포함해서 자연 존재의 잠재력을 더 잘 조절해서 살려나가는 훈련이다.

 몸을 수련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태극권은 무술로 활용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최상의 선택이 될 수 있으며, 건강을 위해 활용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매우 효과적이며 움직이는 선(moving-zen)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을 만큼, 기공과 명상의 효과가 탁월하며 궁극의 기공이라고 불려진다. 태극권은 수천년 동안 어우러져 온 동양의 철학과 의학 등을 토대로 하여 수백년 동안 인간의 몸과 마음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연구를 축적시켜 왔으며 운동을 하여 몸을 닦고 나아가 더불어 마음을 닦을 수 있으므로 자연스레 심신 수련이 되는 것이다.

 태극권 운동의 특징이라 하면 이완운동과 의식운동이고 회전운동과 관절운동, 내장운동 등을 포함하며 기혈을 순환시키는 운동으로 현대사회의 각종 만성질환이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알맞은 운동이 된다.

 최근 서구사회에서도 태극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면서 태극권 수련효과에 대한 연구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선진국에서는 노인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만성질환과 불구에 대해 높은 의료비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태극권 수련이 모든 사람들의 건강을 향상시킴으로서 질병과 관련된 경비를 축소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보고된 내용을 보면, 1982년 호주 의사인 Koh가 자신이 강직성 척추염을 진단 받은 후 15년간 태극권 수련을 했던 보고서가 최초의 미국 논문이며, 이후 류마치스 관절염 환자로 하여금 4개월 간 태극권 수련 후 상체 관절의 운동제한이 개선되고 만족도가 높았음을 보고 했다. 기타 심폐기능의 향상과 혈압을 떨어뜨리는 효과도 보고 하였으며, 노인에게서 균형감각과 신체의식을 향상 시켜서 낙상을 예방할 수 있음을 보고 하였고, 골다공증에서도 예방 효과가 보고 되었다.

 정리하여 보면 ‘기’란 생물이 가지고 있는 생명력으로서의 에너지와 그 흐름으로, 우주에도 꽉 차 있을 뿐 아니라 자연의 일부인 인체 속에도 근원적 생명력으로서 존재하는 에너지로, 올바른 기수련을 하게 되면 몸과 마음을 동시에 닦고, 인간 본연의 자연치유력을 회복시켜주며 정신적인 깨달음까지 얻을 수 있는 이상적인 자기 수련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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