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인 지금은 초과학의 시대임에 틀림이 없다. 인간의 유전자지도가 완전히 밝혀져서, 이론적으로는 인간을 만들어낼 수도 있는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이미 체세포를 이용해서 소와 양의 복제에 성공했으며 배아세포를 이용하면 원하는 장기를 만들 수도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다만 윤리적인 문제로 답보하고 있을 뿐이다.

 질병 치료약물의 발전도 현란하다. 본래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 민간요법에서 시작하였으며 처음에는 풀이나 열매 등을 그냥 먹거나, 오래 삶아서 즙을 먹거나 하다가 요즘은 엑기스나 알약의 형태로도 발전되었다. 물론 현대의학에서 사용하는 약물도 여러 가지 풀, 열매 중에서 약효가 있는 성분만을 빼가지고 약으로 사용하지만 민간요법과 다른 중요한 점은 부작용이 있는 성분을 빼내고 순도 높게 정제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민간요법에서는 가끔 부작용이 커서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으며 그 치료효과도 서서히 나타난다고 한다면 현대약물은 약효가 바로 나오기 때문에 위험한 생명을 즉시 살릴 수도 있으나 드물게 지나친 약효로 인하여 부작용이 생기는 수도 없지 않다. 

 최근 발매되는 새로운 약물은 불과 십수년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약으로, 약효는 우수하면서도 부작용이 미미한 약들로, 최근의 인류의 평균수명의 증가가 결코 우연이 아님을 증명해 주고 있다. 실제로 1980년대까지도 B형 간염 바이러스를 없애는 치료를 하다가 환자가 악화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제는 먹는 약으로 인체에는 악영향이 없이 간염바이러스만을 죽일 수 있게 됐다.

 또 최근 높은 가격 때문에 사회적 문제가 되었던 항암제는 대표적인 표적치료법으로 암세포의 자체증식을 지시하는 유전자의 신호를 차단시켜서 일부 암에서 확실한 효과가 입증되었다. 1990년대 중반에 전과는 다른 새로운 메카니즘의 고혈압, 고지혈증치료제가 개발되면서 동맥경화로 인한 사망이 현저히 줄어들었으며 2000년대 들어서는 치료하는 의사들도 깜짝 놀랄 정도의 효과를 보이는 약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이와 같은 속도라면 아마 수년~수십년 내 유전자정보를 이용한 개인적인 맞춤형 진단이 가능해지고 앞으로 나타날 병을 알아내서 미리 약물을 투여함으로써 중·장년에 발생할 질병을 예방하고 결국 인간의 타고난 수명인 120세까지도 활력있는 생활을 할 수 있는 진정한 노년을 보장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이 드는데 한편으로는 그럴 세상이 두렵기만 하다.

 정 진 원 (내과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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