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격투기

 전세계적으로 이종격투기 붐이 일고 있다. ‘K-1’,  ‘Pride FC’,  ‘UFC’ 등과 같은 이종격투기 유명 메이져 대회는 미국, 네덜란드, 크로아티아 등 세계 각지에서 생중계 되고 있다. 특히 크로아티아에서는 자국 경찰 출신 선수가 ‘K-1’과 ‘Pride FC’를 넘나들며 활약을 펼침에 따라 ‘크로아티아의 영웅’으로까지 떠오르고 있다.

 이종격투기 붐은 우리나라에서도 뜨겁다. 3월 19일 열린 ‘K-1 WORLD GP 2005 IN SEOUL'에서 전 씨름 선수였던 최홍만 선수의 우승과 최근 최무배 선수의 ‘Pride FC'에서 활약 등을 통해 이종격투기 마니아 1천만 시대가 열렸다. 특히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다음과 네이버에는 약 2천300여 개의 이종격투기 관련 카페가 생겼다. 또한 MBC espn, XTM 등의 케이블 채널에서 이종격투기 대회를 생중계하는 등 이종격투기 전문방송코너가 계속해서 늘고 있는 추세이다. 인터넷에서 검색을 통해서만 볼 수 있던 이종격투기 경기가 이제는 손쉽게 안방에서도 TV를 통해 시청할 수 있게 됐다.

 국내 이종격투기 대회 ‘KOMG GP' 회사 관계자는 “스폰서 문제 등으로 국내 격투기 대회가 침체기를 겪어온 것이 사실이다"며 “최홍만의 K-1 진출 이후 대중들이 이종격투기에 대한 인지도가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이종격투기는 각기 다른 종목 선수들간의 격투기로 크게 입식타격기와 MMA(그래플링)로 나뉜다. 입식타격기는 주먹과 발(혹은 무릎까지)을 이용해 상대를 가격하는 경기이다. 또한 MMA는 ‘엉켜 싸우기'라는 뜻으로 넘어져서 뒤엉켜 싸우는 종목이다. 
세계의 수 백개에 달하는 이종격투기 관련 대회 중 대표적인 매이져 대회로는 ‘K-1', ‘Pride FC', ‘UFC' 등이 있다.

 ‘K-1'은 킥복싱(Kickboxing), 가라테(Karate), 쿵후(Kung-fu), 권법(Kenpo) 등 입식타격기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알파벳 K를 따서 만든 입식 격투 스포츠 대회이다. 대표적인 선수로는 최홍만, 김민수, 피터 아츠, 레미 본야스키 등이 있다. 또한 ‘Pride FC'는 종합격투기 룰의 대표적인 경기로써 팔꿈치 치기, 낭심치기 등의 몇몇 기술을 제외하고는 입식타격, 그라운드 기술이 모두 허용되는 대회이다. 대표적인 선수로는 최무배, 에밀리아넨코 효도르, 밀코 크로캅 등이 있다.

 이종격투기 마니아 이형준 씨(21세, 한성대 기계공학과)는 “다이내믹해서 좋다. 마치 어렸을 때 하던 오락게임 `스트리트 파이터’가 현실로 옮겨온 것 같다"며 “가상현실(virtual reality)에서나 볼 수 있었던 것들이 실제 상황으로 벌어지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반면 이종격투기 대회의 폭력성, 한탕주의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우선 폭력성의 문제를 살펴보면 이종격투기 전문 방송 코너의 관람등급에 대한 제재가 없는 실정이다. 또한 방영시간이 주로 가족이 모여 담소를 나누는 시간인 8시에서 10시에 집중돼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차명진 씨(38세, 주부)는 “아이들과 TV를 시청하는 시간대에 폭력성이 짙은 K-1의 중계는 부적합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이종격투기 대회 ‘K-1'에서는 선수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K-1 걸'이다. ‘K-1 걸'은 대회 당일 선수들과 함께 입장하거나 시상식 자리를 빛나게 하는 것은 물론 전야제와 리셉션 등 공식행사를 통해 ‘K-1 대회’의 대표 얼굴로 활동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 열렸던 ‘K-1 서울대회'을 대비해 유빈, 황시내, 김유림, 채영 등 4명을 제2기 K-1걸로 선발됐다. 그러나 이렇게 K-1 걸이나 레이싱 걸, 얼짱, 몸짱 등은 최근 우리사회에 만연되고 있는 외모지상주의를 더욱 부추기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 대두되는 것이 한탕주의이다. 이종격투기 붐이 일어나면서 이종격투기에 진출하려는 사람들이 유도, 씨름, 군인 등 각계 각층에서 모여들고 있다. 심지어 유명 배구선수가 이종격투기로의 전업을 모색하고 있을 정도다. 이들이 이종격투기 무대에 몰려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제로 이번 ‘K-1 서울대회’의 우승자인 최홍만 선수가 우승 상금으로 받은 금액은 6백만엔(한화 약 6천만원)이다. 또한 ‘K-1'과 Pride FC의 이름난 선수들은 한번 우승에 몇 십억원은 너끈히 챙겨간다. 이렇게 막대한 우승 상금 등을 겨냥해 각 계층 사람들이 이종격투기 선수가 되고자 한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금전만능주의나 한탕주의를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WWE 프로레슬링'에 열광했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경기중 등장하는 각종 흉기와 선수들의 쇼맨쉽에 중독됐다. 그러나 지금의 이종격투기는 다르다. 링 위에서는 오직 선수의 실력만이 통용되는 것이다. 때문에 ‘K-1'의 살아있는 전설 어네스트 호스트 선수가 격투기 초보인 밥샵 선수에게 패배하는 일 등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종격투기 열풍' 그 이면에는 분명 문제가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평생 무도 외길만을 걸어온 선수들을 손가락질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종격투기는 본래 실전 격투 최강자를 가리기 위해 무술 및 각종 격투스포츠의 종목을 가리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이런 이종격투기가 ‘WWE 프로레슬링'과 같이 상업성만을 추구하는 대회로 전락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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