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휴대전화에 대한 관심과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최근 미국의 일간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업체들이 미래의 미국인들이 쓸 광대역 제품들을 시험하기 위해 우리나라로 몰려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미국의 통신업체들이 몰려드는 이유가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을 요구하는 우리나라의 소비자들로부터 합격 판정을 받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정작 ‘IT 강국 한국'은 그 위상이 무색케도 휴대전화에 따르는 각종 증후군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최근 한국대학신문이 서울지역 대학생 403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문화에 관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강의 도중 휴대전화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는 학생이 78%로 조사됐다. 이들 중 ‘휴대전화를 잊고 외출했을 때 답답하고 불안하다’는 경우는 73%에 달한 반면 ‘평소와 다르지 않다’는 응답은 19%에 그쳤다. 

 휴대전화 중독 현상으로 인해 끊임없이 엄지손가락을 움직인다는 ‘엄지족'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고 휴대전화 중독인들 만이 느낄 수 있는 일명 ‘진동병', ‘벨소리 환청'이라는 병명도 생겨났다. 뿐만 아니라 지나친 휴대전화 문자 전송으로 어깨에 통증을 느끼는 ‘문자메세지 통증(TMI : Text Message Injury)'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다. 강의실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수시로 문자를 보내는 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고 심지어는 수업시간에도 속삭이며 통화를 하는 대범함(?)도 엿볼 수 있다.

 ‘휴대전화 없이는 하루도 못 산다'라고 외치는 이들을 위해 어느 정신병원에서는 ‘휴대전화 자가 진단 테스트'라는 기준과 도표를 인터넷에 올릴 만큼 휴대전화 중독의 심각성을 더해준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휴대전화에 급급하거나 집착하는 이들의 공통점이 정작 자신이 ‘휴대전화 중독인' 인줄 모른다고 충고한다. 또 휴대전화 중독인들은 휴대전화를 외부 세계와의 연결 끈으로 생각하고 휴대폰에 더욱 집착하게 돼 노이로제나 피해망상증의 병리현상으로 치닫게 된다고 강조한다.

 급속한 미디어 발달과 더불어 우리 사회의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한 휴대전화. 덕분에 약속장소에 늦어도 발을 동동 굴리는 안타까움은 사라졌지만 우리의 정신건강을 해치는 부작용을 지나칠 수는 없다.

 휴대전화가 우리 생활에 있어 ‘바람직한’ 필수품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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