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2월 3일 대심판정에서 호주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이날 호주제를 규정한 ‘호주의 정의(778조)’와 ‘자의 입적(781조 1항)’을 규정한 민법 조항을 두고 재판관 9명 중 6명이 헌법불합치 의사를 밝혀 이와 같이 선고했다. 호주제와 관련해 헌재가 위헌여부 심판결정을 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2월 28일 국회에서는 ‘호주제 폐지’ 법원을 통과했다. 또한 국회는 3월 2일 본회의를 열어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민법 개정안 등 110개 안건을 처리하고 임시국회를 폐회했다. 특히 여당과 야당 의원들은 이날 찬성 161, 반대 58, 기권 16명으로 민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특히 위헌소송을 주도해온 호주제폐지시민연대는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에 대단히 환영하는 의사를 밝혔다. 반면 정통가족제도수호 범국민연합에서는 2월 19일 ‘호주제폐지 반대 고양시민 총궐기대회’에서 호주제 수호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호주제 폐지 판결을 적극 반대하고 나섰다.
 민법상 가(家)를 규정함에 있어 ‘호주’를 중심으로 하여 가족을 구성하는 제도로써, 민법 제 4편(친족편)을 통칭하며 그 절차법으로 호적법이 있다. 그러나 호적법에 ‘남성우선적인 호주승계순위호적편제성씨제도’와 같은 핵심적인 여성차별조항이 있어 문제가 되고 있으며, 이는 우리사회의 가부장 의식과 악습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는 전 세계 유일무이한 법이라고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호주가 사망할 경우 아들, 미혼인 딸, 부인, 어머니, 며느리 순으로 호주승계 순위 규정(민법 제 984조)’, ‘혼인한 여성의 남편호적 입적(민법 제 826조 3항)’, ‘자녀의 아버지 호적 입적(민법 제 781조)’, ‘남편은 처의 동의 없이 혼인 외 자녀 입적 가능하나, 처는 남편의 동의 필요(민법 제 784조)’, ‘자녀의 성과 본을 아버지의 성과 본으로만 인정(민법 제 781조)’ 등의 규정을 세우고 있어 ‘남성우선적인 호주승계순위호적편제성씨제도’임을 쉽게 엿볼 수 있다.
 호주제 폐지와 관련한 주요 쟁점에 대해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정통가족제도수호 범국민연합과 같은 단체들의 호주제 폐지 반대 의견을 살펴보면 호주제 폐지는 법률상 가족공동체와 가계 계승을 소멸시키는 것, 즉 가(家)와 가문, 집안을 없애는 것을 말한다고 밝혔다. 호주제가 폐지되면 호주·호주승계·가족 등의 용어가 폐지되고, 호주를 기준으로 편성된 호적부가 없어진단다. 또한 후손에게 그 가(家)의 성을 붙이는 원칙도 없어지며, 족보와 종중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나아가 성과 집안이 소멸돼 선?후대 계승과 일가친척 간의 유대를 핵심으로 하는 우리의 정통 가족문화가 총체적으로 파괴되고, 차세대 생육과 인성교육의 기반이자 일상생활의 토대인 가정이 붕괴돼 민족의 앞날에 엄청난 재앙이 초래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白眞?(백진우) 정통가족제도수호 범국민연합 책임상임공동대표는 “법원에서 판결한 호주제 폐지는 국민전체를 우롱하는 행위이다”며 “우리나라의 정통적인 족보를 무시하며 재혼할 때마다 자식들의 성을 바꾸는 것은 가족제도를 붕괴시키는 것이다”고 말했다. 덧붙여 “호주제의 개선은 요구됐었으나 호주제 자체를 폐지하는 판결에 대해 계속 투쟁해 나갈 것이다”고 강력한 의사를 밝혔다.
 반면 호주제 폐지 운동을 펼치고 있는 여성부나 법률상담소와 같은 찬성 입장을 종합해 보면 지금까지 이뤄졌던 호주제는 가족을 호주에, 여성을 남성에게 종속시킴으로써, 혼인과 가족생활에 있어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한다고 규정한 헌법에 위배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호주제는 재혼가정의 아이들이 새 아버지와 다른 성과 호적으로 인해 혼란을 겪게 만들고, 이혼한 어머니와 살고 있는 자녀가 단지 동거인으로 기록되는 등 이와 같은 상황에 놓인 가정이 심각한 고통을 받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호주제는 1999년 UN인권이사회에서도 우려를 표명할 정도로 가부장적인 사회구조를 반영시키면서 동시에 가부장제를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호주제 폐지가 자리잡는 2008년에는 인권 후진국이라고 비난을 받지 않는 우리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소연 한국가정법률상담소 호주제폐지운동본부 상담위원은 “호주제 폐지 판결에 따라 우리나라의 남아선호사상이 어느 정도 수그러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호주제는 여아 낙태, 남아선호사상을 조장해 심각한 성비불균형과 가부장적 의식을 초래하는 잘못된 전통이다”고 밝혔다. 덧붙여 “호주제는 이혼 및 재혼한 부모미혼부모 가구 등 다양해지고 있는 현실의 가족관계를 반영하지 못했었지만 호주제 폐지 판결로 인해 2008년에는 안정적인 가족문화가 정착될 것이다”며 호주제 폐지 판결에 대한 환영의사를 밝혔다.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민법개정안이 2월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우리사회는 양성평등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이에 따라 2008년 1월 1일부터 기존의 호적제도는 완전히 법적효력을 상실한다. 특히 호적 등·초본과 호주 승계가 없어질 예정이다. 새로 마련되는 신분 등록부에는 본인을 기준으로 한 변동사항만 기재되며 원칙적으로는 아버지 성을 따라야 한다. 그러나 혼인신고 때 부부가 합의했다면 자녀는 어머니의 성을 쓸 수 있으며 어머니가 재혼했을 때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새 아버지 성을 따를 수도 있다. 특히 양자는 양부모의 친생자로 기록돼 친자녀와 똑같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또 친양자 제도는 재혼 가정 뿐 아니라 혼인기간이 3년 이상 부부가 입양하는 경우에도 해당된다. 동성동본 금혼제도는 근친혼 금지 제도로 바뀌어 8촌 이내의 혈족과 결혼이 금지된다.
 특히 동성동본 금혼 규정은 곧 시행될 예정이며, 호주제 폐지와 친양자 제도 등은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2008년부터 시행된다.
 호주제 폐지는 이미 판결됐다. 그러나 정통가족제도수호 범국민연합과 같은 보수단체에서는 호주제 폐지 반대운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하니 호주제는 꺼지지 않은 불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새로운 가족문화로 정착될 호주제 폐지 이후 달라질 우리의 가족관계를 예단해 보면서 정부에서는 선견지명의 지혜로 호주제 폐지에 따른 문제점들이 일어나지 않게 철저한 대응책을 마련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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