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법 제97조 제5항에 의하면 저서를 무단 복제하는 행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하는 범죄행위이다. 저서를 저자의 창작물로 인정하여 이를 무단 복제하는 것을 지적 절도행위로 간주하기 때문에 이런 처벌규정을 둔 것이다.

 그럼에도 대학가에 불법복제가 판을 치고 있다. 일부 클래스에서는 반수 이상의 학생들이 서점에서 교재를 구입하는 대신 복사본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자신의 저서가 아닌 다른 사람이 쓴 교재로 강의하는 교수는 학생들의 불법복제를 막을 동기가 약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저지하지 않고, 학생들은 불법복제에 대한 죄의식이 약해 단지 비용이 덜 든다는 이유 하나로 무신경하게 불법복제본으로 공부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최근 들어 학생모집에 곤란을 겪고 있는 대학들은 학생들의 불법복제를 포함한 모든 행위에 적극적으로 규제에 나설 엄두를 못 내고 있어 불법복제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OECD 국가의 일원이 된 한국에서 그것도 최고 학부인 대학에서 범죄행위로 규정된 불법복제가 아무런 규제나 죄의식 없이 횡횡하고 있다는 사실은 보통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학생들에게 올바른 길을 가라고 가르치는 교수가 학생들의 불법행위에 눈을 감아버리고, 장차 올바른 일을 하기 위해 배우고 준비하는 학생들이 불법행위인 줄 알면서도 모른 척 해버리는 것은 선진국 시민으로서는 자격미달이 분명하다.

 사실 교재의 불법복제는 학생에게는 소탐대실이다. 교재 여백에 적힌 글이나 낙서는 대학시절의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기록장이다. 이런 책들을 잘 보관하고 있다가 가끔 한 번씩 열어보면 잠시나마 대학생활의 추억에 잠기는 여유를 갖게 되며, 어린 자식들에게 책을 보여주며 엄마아빠가 대학시절 공부하던 책이라고 자랑삼아 이야기할 수 있는 꺼리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불법복제 된 책은 그것이 불가능하다. 대부분 학점 취득 후 쓰레기통에 버려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불법복제를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불법복제는 주로 대학가 복사집에서 이루어지는데, 그 숫자가 워낙 많아 일일이 단속할 인력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학생들 스스로 불법복제 추방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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