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중권/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 /휴머니스트

 우리들은 대부분 성인이 되어가고 세상을 알아갈수록 기존에 보고 느꼈던 세계의 사실과 가치들로부터 멀어져 간다.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간에 시간과 공간을 달리하면서 겪을 수밖에 없는 요원한 거리감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만 하는 일련의 사건들 대신에 작자는 우리들이 무심코 지나쳤을 숨바꼭질, 수수께끼, 미로찾기, 종이접기 등의 놀이를 다른 시각으로 보고자 한다.
 

일곱 가지 형태의 주제의식으로 접근한 놀이의 진상 속에는 ‘우연과 필연’에 대한 일치와 차이, ‘빛과 그림자’의 사이에서 엿보는 자화상, ‘숨바꼭질’로 참여하는 왜곡의 진리와 거꾸로 본 세상, ‘수수께끼’에서는 공간이 된 시간과 그림이 된 글자의 관계성, ‘사라짐의 미학’은 보이는 세계와 안 보이는 세계성, ‘순간에서 영원으로’에서 덧없는 시간과 공간의 역설, ‘다이달로스의 꿈’은 카오스 속의 코스모스라는 세계의 본질을 탐구한다.
 

작자는 놀이 속에서 우리가 사는 세상과 세상에서 벌이는 우리의 놀이를 색다른 위치에 두고 더 넓은 범위로 구성한다. 또한 독자들로 하여금 놀이의 상상과 상상의 놀이 사이에서의 예술과 현실의 무대를, ‘체스의 역사는 예술의 역사를 닮았다. 고전 예술이 주로 구상이라면 현대 예술의 주류는 추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현대 예술은 실물을 닮지 않은 추상성 때문에 작품 밖의 현실에 대해 아무 말도 못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낱말이 세상을 닮지 않았다고 세계를 기술할 수 없는가? 체스 말이 실물을 닮지 않았다고 체스를 못 두는가? 실물을 닮지 않은 둥글넓적한 중국 장기의 말을 가지고도 우리는 얼마든지 초나라와 한나라 사이에서 전쟁을 연출한다. 현실을 닮지 않은 추상예술도 얼마든지 현실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다.’고 여기게 한다.
 

감각과 지각이 중요시되는 사회를 우리는 현재 살아가고 있다. 진지한 현실의 여정이나 가벼운 일상의 하루 하루 역시 모두 고정되어 있음이 아닌 서로 다른 상대적 입장에서의 각자의 상상을 바꾸어 나가길 바란다. 작자 역시 이 책 자체를 놀이의 한 영역으로 옮긴 놀이터로 꾸며 놓았으며 텍스트 곳곳에 독자들이 발견할 수 있을 재미와 즐거움을 숨겨두었다.

 상상을 정신의 놀이와 놀이로써의 예술로 바꾸어 책을 단순히 넘겨 읽는 것만이 아니라, 한 장 한 장의 책장을 들춰보고 돌려보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실체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게 한다. 놀이는 이제 놀이행위를 너머 상상의 세상에서 숨을 쉬고 있다.

천 명 구 (인문학부 3년)

저작권자 ©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