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학
(정치행정언론학부 교수)

 국회의원과 자치단체 대표 몇 석을 놓고 여·야당이 힘겨루기를 펼친 결과 열린우리당은 국회의석을 한 곳도 챙기지 못하는 참패로, 반면 한나라당은 만면에 웃음을 띤 완승이라고 신문들은 썼다. 총선이나 대선이 아닌 국지전인 이번 재보선은 찻잔 속의 태풍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근심하는 목소리는 겨우 20% 남짓한 투표율에서 나왔다. 누가 되어도 그만인 것을 두고 애써 하루 품을 허비하면서까지 투표장에 나갈 틈이 어디 있겠느냐는 보상심리와 무관심이 합작된 결과이다.

 이런 무관심은 선진국형과 후진국형이 서로 다르다. 선진국형은 이른바 ‘my home'주의에 함몰된 쁘띠 부르조아지 근성이다. 자신의 일상 외에는 관심 두지 않는 전형적인 ‘D. K-Group'이다. 후진국형 무관심은 사회정치적 현안에 대해 관심을 갖고 싶어도 아는 바가 없어서, 말하지만 무식해서 참여가 어려운 경우이다. 이번 재보선의 투표율 저조는, 그것도 아주 심각한 수준의 무관심은 아무래도 선진국형으로 보인다.

 이런 경우 정당의 뿌리가 오래인 정당 후보가 이기기 마련이다. 정책이나 특정 이슈가 없는 재보선은 조직 동원에 승패가 갈린다고 보기 때문이다. 조직 동원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뿌리 깊은 연고주의 산물이다. 상대적으로 정당의 뿌리가 허약한 열린우리당의 승리를 기대하기어려운 이유이다. 이번 경우는.

 우리가 주목할 것은 이런 절대 다수의 무관심층이 한국 민주주의 근간을 좀 먹게하는 정치 허무주의와 연결되었다는 뚜렷한 징후는 아직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이 선거에 복귀하는 계기는 아무래도 이해가 첨예하게 맞물리는 총선과 대선일 것이다. 저조한 투표율은 집에서 투표하는 컴퓨터 투표제를 도입하는 데서 재고될수 있다.

 잠시 떠난 ‘무임승차자(free rider)’는 반드시 다음 총선과 대선 마당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런 나의 기대 때문에 엊그제 재보선의 낮은 투표율을 비관하지 않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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