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국제영화제

올해로 여섯 해를 맞은 전주국제영화제가 4월 28일 ‘디지털 삼인삼색'을 개막작으로 5월 6일 ‘남극일기'를 끝으로 9일간의 영화여행을 마쳤다.

 이번 영화제의 ‘전주 불면의 밤(화제작 3편을 밤 새워 보는 영화)' 둘째날인 ‘핑크다큐의 밤'과 개막작 ‘디지털 삼인삼색'은 영화제가 시작되기도 전에 일찌감치 매진됐다. 특히 주말 이틀 동안에 전국에서 모여든 관객들 중 미처 티켓을 예매하지 못한 관객들은 벼룩시장에 나오는 인터넷 반환표를 구하기 위해 티켓 전쟁을 치르기도 했다.

 기자가 방문한 4월 30일과 5월 1일, 휴일을 맞은 지프 페스케이드는 발 딛을 틈이 없었다. 지프 페스케이드는 고사동 영화의 거리는 전주 CGV, 메가박스, 프리머스, 전주 시네마 등 전주 중심가의 네 개의 상영관을 잇는 거리를 말하는데 이 날은 거리가 비좁아 보일 정도였다. 밤을 밝혀오는 루미나리에 불빛과 거리 곳곳에 놓여진 조형물들은 전주국제영화제를 찾는 영화팬들의 모습과 어우러져 거리를 가득 메웠다.

 거리를 메운 사람들만큼이나 현장 예매의 열기 또한 뜨거웠다. 중반에 접어든 영화제의 상영율은 초반 관객몰이를 성공함으로써 2일 오전 9시 영화표 예매율이 60%에 이르고 1일까지 평균 객석 점유율이 80%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전체 영화제 기간 9일 중 6일째인 4일까지 유료 관람객 수가 지난해 전주영화제를 찾은 전체 관람객 4만 5천명에 바짝 다가서 지난해보다 뜨거운 관람 열기를 볼 수 있었다.

 북적거리는 관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지프 페스케이드 거리에서는 산발적으로 진행되는 공연을 비롯해 아름다운 가게, 전주국제영화제 기념품 판매, 야외에서 진행되는 ‘지프 미드나잇 콘서트' 등이 더 활기 속에 진행됐다. 2일 메가박스 앞에는 마임의 대가 고재경 씨의 공연이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김건 전주영화제 사무국장은 “이번 영화제의 작품들은 다소 실용적이고 독창적인 소재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관객이 많이 모여 전주국제영화제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송미경 양(한국문화학과 3년)은 “독일 작품인 <에고슈터>라는 성장영화를 관람했는데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사고와 다른 청소년들의 생각과 문화를 알게 되었다"며 “영화제를 통해 영화와 문화 이해의 시각이 넓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1일에는 전주국제영화제 디지털 스펙트럼 심사위원 자격으로 쿠르드족 출신의 바흐만 고바디 이란 감독이 우리나라를 찾았다. 그는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인상 깊게 봤다"며 “한국영화와 영화제는 놀라움을 주는 뭔가 독특한 점이 있고, 독특한 감동을 준다"고 말했다.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가장 돋보이는 기획은 북아프리카 영화들을 모은 마그렙 시네마 특별전과 소마이 신지 회고전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북아프리카의 모로코와 튀니지 영화 8편은 우리에게는 낯선 북아프리카 문화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카르타고 국제영화제 대상 수상작인 누리 부지드의 <재의 인간>은 아랍 사회의 억압적 권력에 도전하는 인간들을, 압델카데르 리그타의 <러브스토리 인 카사블랑카>는 여성의 성해방이라는 금기의 영역을 각각 다루고 있다.

 80년대 일본 독립영화계의 가장 중요한 감독이었던 소마이 신지의 대표작 8편은 ‘자유 독립 소통'이라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정신과 맞물린다. 소마이 신지 감독에 대한 회고전임과 동시에 80년대의 일본 독립 영화의 흐름을 살피는 중요한 자리로 영화제 기획중에서도 돋보였다.

 최윤자 양(한국문화학과 3년)은 “이색적인 소재와 감독의 독특한 카메라 기법에 영화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외 영화제 기간에는 전주시청 앞 노송광장에서 <마파도>, <돌려차기>, <잠복근무> 등 무료로 야외상영을 진행해 많은 관객들이 찾았다. 그러나 개막식 당일과 영화제 초반을 제외하고는 취재진 및 관객들의 발이 뜸해 영화의 거리는 한산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 자원봉사자들의 기본적 영화제 정보 전달 미숙, 관람 후 관객들의 쓰레기 처리 등의 아쉬움을 남겼다.

 우리나라의 영화조류에 한 획을 긋는 전주국제영화제. 다양한 장르, 견고한 짜임새의 틀과 함께 보다 발전된 영화팬들의 축제로 자리 잡아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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