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봄이 되면 기다려지는 것이 있다. 국내에서 제일 먼저 열리는 전주국제영화제이다. 전주국제영화제는 봄을 여는 빛의 잔치이며 빛으로 이루어진 꿈의 향연이다. 우리 마음속에 숨겨졌던 온갖 욕망들이 자유롭게 빛의 세계에 펼쳐진다.

 ‘영화에 말 걸기’라는 모토아래 열렸던 제6회 전주국제영화제(2005.4.28-5.6)는 영화인뿐 아니라 모두에게 즐거움을 주고 끝났다. 전주 영화의 거리 일대를 환하게 밝힌 루미나리에는 새로운 볼거리로 등장했다. 영화의 거리에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모두가 하나의 목적을 갖고 움직였다. 마치 집단으로 영성기원을 하는 비교도(秘敎徒)들처럼 그들에게서는 인광(燐光)이 솟았다. 영화의 빛과 사람의 빛은 전주국제영화제의 봄밤을 시리도록 환하게 했다.

 할리우드나 충무로 영화제작방식에서 벗어난 디지털영화와 독립영화에게 말 걸기를 시도해온 전주국제영화제는 영화의 미래를 선도한다. 영화제의 얼굴인 ‘디지털 삼인삼색’을 개막작으로 선정한 것도 영화제의 성격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올해 영화제가 지난해와 달라진 점은 우선 영화제를 영화의 거리에 집중시켜, 영화 애호가들의 동선을 단축시켰다는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한 장소에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축제분위기는 고조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다른 변화는 영화제의 차림내용이다. 올 영화제는 지난해와 달리 ‘영화보다 낯선' 섹션의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영화들 대신 ‘영화궁전' 섹션을 늘여서 시민들이 훨씬 친근하게 영화에 다가갈 수 있게 했다.

 그 밖에 북아프리카 영화들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마그렙(Maghreb)' 특별전이 있었다. ‘해가 지는 곳'이라는 의미의 마그렙은 북아프리카 모로코, 튀니지, 알제리 지역을 뜻한다. 마그렙 특별전은 북아프리카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또 하나 특별한 것은 영화제가 단순히 영화를 감상하는 곳이 아니라 좀 더 영화를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학습장, 즉 영화제 속의 학교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이번 영화제는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그 예로 전설적인 오스트리아 실험영화작가인 피터 쿠벨카의 전작 특별전을 들 수 있다. 50여 년 동안 단 7편만을 제작한 쿠벨카는 영화를 직접 강의식으로 설명해주었다. 그 덕분에 <우리의 아프리카 여행>과 같은 ‘은유적 영화(metaphoric cinema)’는 같은 시간에 두 번씩 보는 드문 경험을 하기도 했다.

 이제 전주국제영화제는 이 지역의 대표적인 행사가 되었다. 그러나 첫 회부터 올해까지 늘 전주 만의 행사라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다. 지난 학교신문을 보면 우리대학 학생들이 가장 찾고 싶은 축제로 전주국제영화제를 꼽았다. 그러나 올해 우리 대학에서는 영화제에 대한 포스터, 안내책자, 현수막 하나 볼 수 없었다. 서울지역에서는 일반 편의점에도 많이 쌓여있는 안내책자를 대학에서는 구할 수 없었다. 물론 영화제를 진행하는 사람들에게 일차적 책임이 있다. 그러나 학교 당국 역시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우리대학 학생들의 작품이 영화제에서 세 편 (디지털 필름 워크숍 출품작)이나 상영되었다. 영화제 집행부는 영화제를 단순히 전주 만의 축제로 축소하지 말고 좀 더 열린 축제로 승화시켜야 할 것이며, 우리대학 당국도 좀 더 적극적으로 영화제의 일원이 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상 복 (한국어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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