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보라는데 왜 손가락을 보느냐’는 말이 있다. 이 말이 영화를 볼 때도 똑같이 적용되는 경우가 있다. 감독이, 또는 그 영화를 만든 이들이 보라고 하는 것이 있는데, 딴 곳을 보는 것이다. 제일 흔한 건 등장 인물이나 표면적인 이야기의 인과구조만을 따라 화면을 보는 경우다. 인물이 위치하고 있는 공간, 더 나아가서 그 인물이 존재하고 있는 시간을 보라고 하는데, 그 인물에만 시야를 좁게 고정시켜 놓거나, 그 풍부한 그림을 즐기라고 하는데, 그래서 어떻게 됐냐? 누가 범인이냐? 등 이야기의 결말만을 성급하게 좇아 영화를 보는 경우들 말이다.

 영화를 제대로 보는 법의 1단계는 인물에 국한된 좁은 시야를 열고, 화면 전체를 보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이 영화사에 전면적으로 등장한 것은 1930년대로, 화면구성과 연출을 칭하는 미쟝센이 대표적인 용어이다. 이 미쟝센이라는 미학적 개념이 발전하게 된 계기는 1920년대 소비에트 학파의 몽타주와 같이 편집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 대한 반발이었다. 그러나 그 심층을 더 파고 들어가 보면, 20세기 초에 만연하게 되는 구조주의적 시각의 발전에 그 기본을 두고 있다. 사회나 세상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파악하고 나아가 인간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생각하는 것은 현재는 거의 상식적인 이야기이지만, 그 당시에는 상대적으로 새로운 시각이었다. 영화감독들 중, 이러한 구조주의적 시각에 먼저 눈 뜬 감독들이 풍부한 화면구성을 자신들의 장기로 삼았다. 무르나우, 프리츠 랑 같은 1920년대 독일 표현주의, 장 르노와르 같은 1930년대 프랑스 시적리얼리즘, 오손웰즈 같은 1930년대부터 50년대 까지의 할리우드 클래식의 감독들이 모두 그런 영화를 만들었었다. 우리가 만일 단순히 배우나 이야기의 인과구조만을 따라 이런 영화들을 본다면 꽤 큰 실망을 하게 될 것이다. 이들 영화들의 매력은 그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장 뤽 고다르나 장 마리 스트라우브/위예 같은 보다 심각한 미학적 실험을 하는 감독들에게는 제대로 본다는 것이 그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 된다. 그래서 그들에게 카메라 위치는 아주 중요한 작품의 요소가 되게 된다.

 영화를 제대로 보는 법의 2단계는 당신이 영화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특히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큰 미덕 중의 하나이다. 즉, 영화를 만드는 이들은 텔레비젼 드라마와 영화 속의 화면을 구분 지을 수 있을 정도로 기본적인 부분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시각을 길러야 한다.

 디지털영화 등의 제작비가 아주 싸지면서, 개인적 매체로써 영화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사람들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들에게 부탁하는 것은 디지털로 영화를 만들던, 저예산으로 만들던,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제대로 본다는 것이 우선이라는 점이다. 제대로 보지 못 한다면 저예산이던 독립영화이던 제대로 본 할리우드 영화나 충무로 영화보다 못 한 것이 되는 것이다.

권 병 철 (필름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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