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이라도 허물어져 버릴 것만 같은 지하 단칸방에는
이빨 하나 빠진 선풍기
요란한 날개 소리 헐떡이며 돌아가고
더위에 지친 스레트 지붕이 후끈 달아오른다
햇살에 부푼 비누가 제 몸을 부풀리고 있는 중이다
갑작스런 폭우에 지붕이 내려 앉을 것만 같다
빗물이 흘러내리는 천장에는
쥐 오줌이 번져 나오고
바퀴벌레들이 갈라진 벽 속에서 기어나와
빗소리를 엿듣고 있는 중이다
가난한 새의 울음소리 들려나오고
해가 서쪽으로 등을 돌리기 시작한다.
달맞이 꽃이 해진 옷깃을 여미는 시간이면
관절이 삐걱거리는 대문을 열고
철산 재래시장에서 돌아오시는 아버지.
힘없이 내려간 한쪽 어깨가 시리고
거북등 같은 손등에선
소금발이 서린다
손때 묻은 비누에 거품을 내는 아버지
비누에 배인 생선 비린내
하늘에는 비누거품 같은 별들이 박힌다
점점이 작아지는 비누
아버지의 고단한 삶이
비누에 그대로 남아 있다.

저작권자 ©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