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넘겨받은 시는 200여 편에 달했다. 결코 적은 작품이 아니었는데 이 시를 대하면서 학생들의 순수에 대한 깊이가 흔들리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이번 현상문예작품을 대괄해 보면 두 개쯤의 이유를 낳게 되는데 그 하나는 학생들 스스로의 창의적 수용의지인데 이 문제에 대한 각별한 인식이 결여되어 있었음을 볼 수 있었다.
또 하나의 내용은 일종의 모방에 대한 집착의지 때문에 작품이 그 사람의 삶에 대한 관계 내지 자기적 수용이 빈곤해 있다는 점이다. 

 이 말은 학생들의 생각이 너무 어른답거나 자기 경륜의 한계를 벗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문제는 기성 시인들에게도 관계되는 일이고 이런 이유로 해서 시인이 일찍 한계적인 시적 내용을 보이기 때문에 좌절의 절차를 밟는 것과 같은 의미를 지녔다는 점이다.

 이런 일련의 비약된 표현이나 너무 성인다운 작품으로 이루어진 학생의 작품은 일단 입상권에서 제외하게 되었다. 현상문예의 작품은 남보다 잘 쓰고자 하는 욕심 이전에 작품을 통한 발견의 기쁨을 안겨 주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최종에까지 오른 작품 중에 <빨간 간판>과 <지하철>은 현상문예가 가진 경향적 리듬이 연약했고 <간이역에서>와 <생선가게 사내>는 좋은 내용을 가지고 있으나 표현이 매끄럽지 못한 이유로 입상에서 제외 시켰고 최종으로 <영흥도 폐선에서>와 <까마귀의 죽음>은 그 수준의 높이가 있어 가작으로 했고 <비누>를 당선작으로 정했다.

 표현에 있어서 흠은 있으나 오늘날의 사회적 비창에 억눌린 삶을 깨어나기 위해서라도 좋은 위안꺼리인 <비누>를 당선작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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