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란 기자

‘오빠는 풍각쟁이야~ 불고기 떡볶이는 혼자만 먹고 오이지 콩나물만 나한테 주고~’ 여러분들도 익히 들어 알고 있는 해방전 유행가의 가사입니다.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는 우리들의 어머니는 왜 오빠한테만 불고기를 주셔가지고 후대 길이길이 이러한 노래가사를 남기셨을까 생각해봅니다.


어릴때는 다행히(?) 오빠가 없어 몰랐던 콩나물의 서러움을 대학생이 되어서 느끼게 될 줄이야. 그 서러움이란 원광대신문 1092호에 실리는 한 보도 기사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공과대학의 등록금 인상율에 대비한 실험 실습 환경과 몇 년째 동결되어 있는 1인당 실험 실습비의 문제를 다룬 기사인데요. 40명이 넘는 학생들이 실험을 한다는 실험실은 40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과 간이 의자만으로도 가득 찼고, 주요 실험 기계는 고장난지 2년이 되도록 수리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었습니다.


원광대 공과대학 실험실이 여느 고등학교의 과학실보다 못해 보이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때 봉황 BBS의 한 학우분의 글이 오버랩됐습니다. 요약해 보자면 한의과대학 건물 설비가 잘 되어 있어 환경이 무척 쾌적한데 그에 비교하면 공과대학은 아주 열악하다는 말이었습니다.


또 취재 중에 만난 한 교수님의 말씀, 그리고 그 이전부터 공공연하게 들리는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인문대 사회대 공대… 등록금 모아다 한․의․치․약대 에 가져다 주는거지 뭐냐’


등받이가 부서진 플라스틱 책상, 사각지대를 소외시키는 벽걸이 선풍기, 연통을 창문 밖으로 길게 뺀 구식 난로가 부끄러워 겨울에는 손님을 초대하지 않는다는 교수님의 농담. 하나하나 열거한다면 구차스러울 것입니다.


여기까지 글을 쓰니 혹시나 비메디컬 계열의 ‘열폭(열등감 폭발)’ 아니냐는 비아냥거림이 걱정스럽습니다.


물론 실험동물의 사체를 화장실 쓰레기통에 버린다는 비참한 성토도, 시험기간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던 치과대학 재학생들의 시위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원광대신문의 기자로서, 재학생으로서 ‘자기 밥 찾아먹기’에 대해 더 열심히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그것은 물리적인 학습 환경이 될 수도 있고 자기 목소리를 낼 줄 모르는 혹은 목소리를 내는 것에 전혀 관심이 없는 재학생들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들 앞에 차려진 밥상을 봅시다. 대학이라는 이름의 엄마는 스스로 숟가락을 내미는 자식에게 반찬을 얹어 줄 것입니다. 저는 이런 생각을 하며 3월의 마지막 날을 보내고 4월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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